'삼성물산 영업가치 7조'분석에 증권가 "지나친 과장""제일모직 바이오 사업 저평가·삼성물산 영업가치 고평가"
  •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간 합병에 반대한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권고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ISS가 산출한 삼성물산 영업가치인 7조3000억원이 지나치게 부풀려졌고, 삼성물산의 합병 비율 산정 시 주가가 적정 가치보다 49.8% 할인됐다는 ISS 주장은 오류가 있다는 주장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ISS는 지난 3일 제일모직의 고평가된 주가를 고려했을 때 적정한 합병 비율이 1대 0.95는 돼야 한다며 투자자들에게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했다.


    이와 관련 국내 증권사들은 ISS가 제일모직의 바이오사업 가치는 현저히 저평가한 반면 삼성물산의 영업가치는 지나치게 고평가했다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ISS가 제시한 기준을 감안해도 삼성물산의 적정 가치는 주당 5만9629원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경자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주가가 적정가치 대비 49.8% 할인된 값이라는 ISS의 밸류에이션(평가가치)에는 영업가치 계산시 세전 영업이익(EBIT) 기준으로 호황기인 2014년 실적을 사용하는 등의 오류가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물산의 영업가치는 2014년이 역사적 정점이므로 앞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 연구원에 따르면 ISS가 지적한 EBIT에는 관계사 배당금이 중복 계상됐고, 영업가치 계산시 사용한 동종 그룹(peer group)은 대우건설처럼 정상 손익이 나오지 않는 상태로 밸류에이션 지표가 높게 형성된 상황이다.


    보유 상장주식 계산시 전량 시장가치를 가정한 점, 기타자산 대부분은 해외 현지법인으로 영업용 자산이어서 영업가치에 이미 포함된 점 등도 오류로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보유 상장주식 계산시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에 따른 할인율(10%)과 매각 차익에 적용되는 세금효과(24.2%)를 감안해야 한다"며 "대부분 해외 현지법인인 기타자산은 제외하고 계산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격적 가정에 의해 호황기인 2014년 실적을 사용해도 삼성물산의 적정가치는 주당 5만9629원으로 산출된다"고 말했다.


    또 "합병이 부결된다면 삼성물산의 주가는 상승 가능성보다 하락 가능성이 크다"며 "수주잔고가 2012년부터 유일하게 상승세를 보이는 건설사인 현대건설도 해외 프로젝트 불확실성, 해외 수주시장의 저성장기 진입으로 밸류에이션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의 건설사업부가 단독으로 생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합병을 전제로 하지 않은 삼성물산의 영업가치는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채상욱 하나대투증권 연구원도 이날 낸 보고서에서 ISS가 삼성물산의 사업 가치를 7조3000억원으로 계산한 데 대해 지나치게 긍정적인 평가라고 지적했다.


    채 연구원은 "삼성물산의 최근 5년간 장기 주가 흐름을 주도한 핵심 요인은 영업 가치"라며 "작년 말부터 올해 상반기는 급작스런 저유가로 건설주 전체가 하락했다"고 말했다.


    또 "올해 주가 하락은 저유가가 야기한 해외 건설 시장 축소와 영업 가치 감소 때문"이라며 "합병에 관계없이 건설 부문의 영업 가치가 지속적으로 감소할 우려는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유진투자증권의 경우 ISS가 제일모직의 바이오 사업 지분 가치를 낮게 평가했다고 지적했다.


    ISS는 제일모직의 바이오사업 지분가치를 1조5000억원으로 봤지만 유진투자증권이 추정하는 제일모직의 바이오 지분가치는 2020년 실적을기준으로 합병 가정 시 9조9000억원(51.2% 지분), 미합병 (46.3% 지분) 가정 시 9조원이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ISS는 삼성바이오의 가치를 주가수익비율(PER) 4.2배로 계상한 것"이라며 "이같은 비합리적인 분석에 따라 제일모직의 가치를 저평가해 산정한 합병 비율은 타당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하이투자증권은 합병 성사여부를 떠나 지주회사로서 제일모직의 성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상헌 연구원은 "합병 발표 이후 혼란한 상황이 전개되면서 주가도 합병 성사 가능성에 따라 움직이고 있지만 합병 성사와 관계없이 제일모직의 지주회사 행보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 증설과 삼성바이오에피스 나스닥 상장 등은 합병 유무와 관계없이 이뤄질 것"이라며 "제일모직의 바이오 부문은 향후 삼성그룹의 차세대 사업으로 자리매김하고 지주회사 행보와 맞물려 성장성이 극대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사자인 삼성물산 역시 ISS의 보고서를 정면 반박했다.


    삼성물산 측은 "ISS는 합병이 성사되지 않으면 22.6%의 주가하락을 예상하면서도 객관적·합리적 설명없이 미래 불특정 시점에 삼성물산 주가가 오를 걸로 전망되니 합병에 반대하라는 식의 의견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합병비율이 국내법에 따라 결정됨을 인정하면서도 한 번도 실현된 적 없는 11만원을 삼성물산 목표주가로 제시해 이를 근거로 1대 0.95라는 비현실적 합병비율을 권고했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이어 "ISS는 합병발표 후 주가가 15% 상승한 것을 두고 시장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스스로 인정하면서 바이오사업 가치 등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합병 후 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 지주회사로서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을 ISS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엘리엇조차도 반영한 24.2%의 법인세율을 보유 지분 가치 산정에 반영하지 않는 등 ISS가 기본적인 부분도 간과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