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TV 직접 수신 가구 7% 대…UHD TV 보급률도 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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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스 프랑수와 올랑드 대통령은 주파수 700㎒ 대역을 통신사에 판매하기로 결정했다. 예상되는 경매 대금은 2조 8000억원으로 내년 예산으로 쓰이게 된다. 독일 정부는 이미 통신업체에게 700㎒ 주파수 경매를 완료했다. 통신 업체 3곳이 입찰한 경매 낙찰가는 10억44만유로(약 1조2450억원)에 이르렀다.


    # 우리나라의 방송통신위원회에 해당하는 영국 오프콤은 700㎒ 대역을 LTE통신용으로 배정했다. 2020년이 되면 현재의 지상파 방송을 굳이 주파수를 통해 전송할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다.

     

     

    ◇ 2兆 주파수, 공짜로 지상파에 안겼다


    700㎒대 주파수는 지상파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 방송으로 전환된 뒤 남은 주파수 698~806㎒를 뜻한다. 이 대역은 도달 거리가 길어 기지국을 적게 설치할 수 있어 효율이 높다. 전 세계적으로 통신용으로 널리 쓰이는 이유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지상파 방송사에 700㎒대의 황금 주파수를 배정하기로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 소위원회는 6일 전체회의에서 700㎒ 대역 주파수를 KBS1, 2TV와 MBC, SBS, EBS 등 4개 지상파 방송사 5개 채널에 배분하기로 결정했다.


    남은 주파수 대역은 이동통신과 재난방송에 각각 사용하기로 했다. 방송사 한 개당 6㎒, 이동통신용으로 40㎒, 재난방송용으로 20㎒를 각각 배정했다.

     

    당초 미래부는 이 대역의 주파수를 이동통신업체에 경매 방식으로 배분할 계획이었다.

     

    국회가 지상파 방송에 '공공재'인 주파수를 사실상 공짜로 안기면서 통신사에 팔았을 때 얻을 수 있는 수조원의 세입도 사라지게 됐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통신사와 달리 정부에 사용료를 내지 않고 공짜로 주파수를 쓴다.

     

    우리나라도 주파수 대역 논의가 시작됐을 때 이동통신용 대역을 가장 먼저 떼어 뒀다.

    단, 정치권이 논의에 뛰어들기 전까지는 지상파 방송사에 황금주파수가 돌아갈 것이라 보는 사람은 적었다.

     


    ◇ 방송사에 휘둘린 국회, 국민 뜻 묻지도 않고


    여야가 지상파에 황금주파수를 준 결정적인 이유는 UHD(초고화질) 방송용으로 추가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논리였다. 아이러니하게도 정부가 지상파 UHD를 추진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회는 모든 시청자가 UHD(초고화질) 방송을 시청하는 보편적 복지를 위해 700㎒ 대역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지상파의 주장을 수용했다.

    하지만 지상파 TV 직접 수신 가구율은 7%대를 밑돌고 있는 데다가 UHD TV가 고가라 보급률도 떨어진다. 보편적 복지를 위해 지상파에 700㎒ 대역 주파수가 필요하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여권 관계자는 "지상파가 논의 초기 단계부터 황금주파수를 얻기 위해 정치권에 전방위적인 압박을 벌인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곧 있으면 총선 국면인데 선거 보도에서 지상파가 차지하고 있는 위치에 대해서는 국회의원들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22일 '주파수 정책 소위원회'에서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여야를 구분하기 어려웠다. 이들은 한 목소리로 "지상파가 초고화질(UHD) 방송을 해야 한다"며 "추가로 주파수 대역은 배정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UHD TV 없이 UHD 방송을 수신하기 위해서는 따로 비용을 들여 안테나를 달아야 한다는 점에 주목하는 이는 보이지 않았다.  


     

    ◇ 공익은 글쎄, 현 구조로는 국회의원 못막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은 700㎒ 대역을 통신용으로 쓰면 국민소득 53조원 증대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방송용으로 쓸 경우에는 3조7000억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주파수 문제를 철저하게 공익적 관점에 두고 해결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동통신사와 지상파에게 선심쓰듯 나눠줄 사안이 아니라는 뜻이다. 어느 쪽에 주파수를 배분하는 것이 국가 경제에 발전이 되는지 면밀히 따져서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와 같은 국회 정책 입안 구조에서는 '공익'은 우선시되기 어렵다.

    각 상임위 안에서 정책을 성안시키는 국회의원의 개개인의 영향력이 상당한 데다가 이들이 특정 이익집단과 뜻을 함께할 경우, 공익과 관계없이 이익집단의 뜻대로 정책이 풀리게 되는 구조이다.

    특히 견제 역할을 할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낼 때는 논란의 여지가 사라지고 만다.  

     

    한 정부관계자는 "주파수 문제에 자세히 알고 있는 국회의원은 몇 명되지 않을 것"이라면서 "여야가 모두 방송사에 주파수를 주는 일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하는데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수밖에 없다"고 푸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