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증권, 내년초 빅데이터 로봇 분석만을 활용한 펀드 출시 예정


  • 증권사 애널리스트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또다시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백수오 사태에 대한 후유증이 채 가시기도 전에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을 두고도 '팔자(Sell)'라는 분석은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신뢰 잃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을 대신할 만한 빅데이터 로봇을 보유한 핀테크 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다.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동안 대우조선에 대한 분석 리포트를 내놓은 증권사 18곳 가운데 투자의견 '매도(Sell)'를 제시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이란핵협상 타결에 대한 유가 하락 우려로 7월 들어 삼성증권과 유안타증권이 'HOLD' 리포트를 내놨고, 2조원대 적자 규모를 숨겼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이달 15일 이후에는 신영증권과 한국투자증권만이 '중립' 의견을 권했을 뿐이다.

오히려 KTB투자증권은 대우조선의 워크아웃설이 있던 지난 16일에도 '매수(Buy)' 의견을 제시했고, 대규모 부실이 불거지기 직전이었던 지난 13일에도 교보증권은 매수 리포트를 내놨다. 하나대투·미래에셋·하이투자증권 등도 7월 들어서 투자자들에게 살 것을 권하기만 했다.

이처럼 부실 회사를 눈앞에 두고도 '매도' 리포트가 전무함에 따라, 증권가에서도 애널리스트의 자리가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6월말 현재 기준 국내에 등록된 전체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총 1150명으로, 2010년(1575명) 대비 26.98%나 급감했다. 지난해 말보다는 42명(3.52%) 줄어든 수준이다.


  • 반면에 핀테크 바람을 타고 주식을 분석해주는 알고리즘은 힘을 얻고 있어 대조적이다. 실제로 현대증권은 애널리스트나 펀드매니저의 도움 없이 알고리즘으로만 투자하는 상품을 내년초 출시할 계획이다.

    현대증권은 빅데이터 로봇 분석에 근거해 투자액수와 투자처를 결정하는 펀드를 내년초 출시할 예정이다. 펀드매니저의 판단으로 투자하는 방식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다.

    이를 위해 현대증권은 '위즈도메인'이라는 핀테크 회사와 손을 잡았다.

    위즈도메인에서 개발한 빅데이터 로봇은 특허의 가격을 분석해 저평가된 회사를 찾아내는 로봇(알고리즘)으로, 위즈도메인은 실제로 빅데이터 로봇을 통해 투자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둬 주목 받고 있다.

    현재는 현대증권과 함께 자기자금 약 50억원으로 빅데이터 로봇을 이용한 투자를 시범적으로 운영 중이다.

    이와 함께 애널리스트의 리포트가 전체 주식상품의 25%에 한정된다는 점을 이용, 전종목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한 '뉴지스탁'이라는 핀테크 회사도 금융권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 회사의 알고리즘은 개인투자자들에게 상장된 모든 종목을 5분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특히 사람의 주관적인 의견이 아니라 계량 지수 등 데이터 기본의 종목 분석이라는 점에서 신뢰를 높였다.

    랭킹 시스템과 롱텀차트를 제공하는 것도 뉴지스탁의 특징이다.
     
    장기 투자자를 위한 롱텀 차트는 주가가 기업의 실적에 비례해서 움직이는 현상을 이용해 매수·매도 타이밍을 찾아내는 시스템이다. 개인투자자들이 종목분석을 한눈에 판단할 수 있도록 해 구름, 우산 등 날씨처럼 표시하고 분석된 점수를 표시한다.

    또 지난 16일부터는 퀀트 기반 후강퉁(홍콩-상하이 교차매매) 종목분석 시스템인 '뉴지스탁 중국 서비스'를 키움증권에서 무료로 제공 중이다.
     
    이 서비스는 상하이 A주 중 후강퉁 대상 600여개의 전 종목을 퀀트 시스템으로 분석하고 이를 통해 종목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아울러 모델 포트폴리오를 통한 적합한 종목도 함께 추천하는 것.

    이처럼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를 대체할 만한 기술접목이 시작되자, 증권가에도 이들 직업군에 대한 우려가 흘러 나오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들을 전부 대체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점차 미래에는 빅데이터 로봇에 데이터를 주입하기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남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