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시나리오 쓰고 작곡 맡은 현대판 심청전 '청vs뺑'
내달 28일부터 중랑구민회관서 관객들과 만나
불량심청·현모양처 뺑모 설정 등 반전·해학 극대화··"오페라의 아름다움 전파하는 전도사 될 것"

  • [배태랑이 만난 베테랑]"아버지를 향한 지극한 효성을 뽐내는 심청은 잊어라"

    서울한복판에 '효녀 심청이'가 변신 가면을 쓰고 나타났다. 공양미를 가로채서 막걸리를 담아 돈을 벌고자 하는 사기꾼과 협작해 집을 나간 '불량심청이'가 등장한 것이다. 또 '뺑덕'이 현모양처라니 기류가 여간 심상치 않다.

    라벨라오레라단이 이끄는 오페라 '청vs뺑'이 내달 28일부터 9월5일까지 중랑구민회관 대공연장에서 관객들과 만난다. 이 오페라에서 시나리오와 작곡을 맡은 최현석 씨는 이를 '현대판 심청전'이라고 일축했다. 가장 한국적인 오페라를 표현하고자 그가 오페라 인생을 건 결정판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뛰어들었다는 작품 '청vs뺑'. 그를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판소리·강강수월래·아리랑 등 한국정서 '한껏' 묻어나

    작곡가 최현석은 30년 이상 작곡과 인연을 이어온 인물로 이번 오페라에선 작곡 외에 시나리오도 작성, 높은 다재다능함과 열정을 자랑한다.

    '선구자, 도산 안창호',

  • '두 개의 시선' 등 다수의 창작오페라를 작곡해온 그는 관객을 압도하기 위해 공연명을 '고전 심청전'에서 '청vs뺑'으로 바꿨다. 심청이와 뺑모의 한판(?)을 다룬 이 이야기는 기발하고 독특한 '남다른 무엇'일 게 분명했다.

    "심청과 뺑모 중 '누가 이길까'라는 발상 속에서 품격 있는 해학으로 관객들과 친밀하게 소통할 수 있게 제작했다. 오래 전부터 계획했던 창작오페라로 내게는 야심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엔 곡을 모두 완료했고 몇 달 전 완성된 대본을 다시 손봤다. 제목을 바꾸게 된 것도 이때쯤이다."

    심청전의 새 버전인 만큼 그와 얽히는 새 등장인물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청vs뺑에서 묘한 참기름 냄새를 자극하는 거북이·사기꾼은 완벽한, 그리고 준비된 조연이라 할 수 있다.

    "심청이가 가출을 하는 등 현대인이 그녀의 고민을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가미해 보다 현실성을 높였다. 이 가운데 공양미를 가로채려는 사기꾼과 심청이를 용궁으로 데려오는 거북이가 새롭게 등장하는데,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뺑모와의 대전 만큼이나 이들이 어떤 비밀 열쇠를 지닐 것인가도 주의 깊게 볼 사항이다."

    팽팽한 대립관계와 반전에 주력했지만 우리 전통의 멋과 동화적인 아름다움 그리고 해학의 장식도 오페라에 충분히 녹아냈다. 그는 판소리·강강수월래·아리랑 등의 전통적 가락을 넣어 일반 대중에게 보다 친숙함을 불어넣고자 했다.

    "특히 이별장면에서의 아리랑은 오페라의 진부함을 보완하고 우리 전통미를 흠뻑 느낄 수 있게 한다. 한국적인 정서로 세계인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오페라가 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재해석한 작품인 만큼 작곡의 어려움도 컸을 게다. 전통미란 확실한 색을 어필하면서도 현대적인 요소와 잘 어울릴 수 있는 조화로움을 갖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일렉톤 전자악기'는 스펙타클한 재미를 선사한다.

    "일렉톤이란 전자악기는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다 낼 수 있다. 웅장하고 신나는 가락도 문제없이 표현한다. 그렇지만 판소리의 가락은 표현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다. 서양의 정서에서 우리 소리를 아낌없이 피력해야 했다."



  • ◇청vs뺑, 꼼꼼한 과정의 결과물··· "후배양성에 힘 쏟을 것"


    작곡가 최현석은 '하루에 30마디는 무조건 (곡을)쓴다'라는 관념으로 준비했다. 음악은 재능으로 하는 것이 아닌 '꼼꼼한 과정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는 그다.

    그는 "하루 10시간 이상씩 투자해 작곡했다"며 "꼼꼼한 건 중요하다. 음악은 꼼꼼한 집중력을 필요로하고 결국 창의성은 이를 열심히 할 때 나오는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청vs뺑도 그 결실"이었음을 피차 강조했다. 

    또 작곡가 만큼이나 나이가 들수록 좋은 직업은 없다며 후배 작곡가들을 위한 조언도 빼놓지 않았다. 오히려 나이들어가는 것을 기대한다는 그는 "작곡가가 행복한 이유는 오래 묵을수록 더 좋은 위치에 서기 때문이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전체를 보는 판단력을 얻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의 꿈도 재차 그려냈다. 그는 음악인로서 음악계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특히 우리 가락이 담긴 오페라를 더 발전시켜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한 조력자의 역할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술과 대중성을 다 갖춘 음악을 만들면서 후배양성에도 힘쓰고 싶다. 창작 작업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면서 뜻 깊은 작품들이 전 세계적으로 공연될 수 있도록, 오페라의 아름다움을 전파하는 전도사로 계속 성장해 나가고 싶다. 한국사회에서 작곡가란 직업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창작이란 자존심을 더욱 지켜나가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