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 부진에 '1조달러 무역시대' 막내림 전망도 환율변수 기대 속 제품경쟁력 제고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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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수한 제품 경쟁력을 발판삼아 '글로벌 수출 강국'으로 약진했던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세계 경기 침체 장기화 속 환율 하락 등의 악재가 지속 겹친 탓이다.

    수출의존도가 가장 높은 중국이 내수 중심으로 사업구조를 개편함과 동시에 저성장 국면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도 치명적이다. 이같은 상황에 지난 2011년 이후 4년째 이어온 '1조달러 무역시대'도 곧 막을 내릴 것이란 비관적인 전망까지 흘러 나온다.

    사실 겉으로 드러난 수치만 보면 대한민국 수출 전선에는 이상이 없는 듯 하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올 상반기 수출입동향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월 평균 80억 달러 수준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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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황형 흑자 고착화… '글로벌 수출강국' 입지 흔들

    그러나 속을 뜯어보면 사정은 다르다. 지난해와 달리 수출증가율이 감소세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들며 '불황형 흑자'가 고착화되고 있을 뿐이다.

    특히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이같은 무역흑자 확대는 대한민국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원화 가치가 급등해 수출저하 및 제조업의 수익성 악화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네덜란드에서도 경상수지 흑자 및 환율절상 압력으로 제조업 기반이 붕괴된 사례도 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사실은 원·달러 환율이 조금씩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수출동력 회복을 위해서는 환율 변동을 기대함과 동시에 차별화된 제품경쟁력을 지속 확보해가는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29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 대비 5.1% 감소한 2687억 달러다. 총 수입액은 원자재 수입 대폭 감소 등 영향으로 전년 대비 15.6% 줄어든 2224억원을 기록했다. 무역수지 자체는 463억 달러 흑자로, 지난해 전체와(472억 달러)와 유사한 수준이다.


    올 상반기 선박(전년비 12,2% 증가), 반도체(6.0%) 부문의 수출에서는 비교적 국내 업체들이 선전한 모습이지만 자동차(-6.4%), 철강(-7,2%), 석유화학(-19.0%), 석유제품(-36.1%) 등에서는 크게 부진했다.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 오세환 수석연구원은 올 상반기 수출 부진의 원인을 '단기·경기적 요인'과 '구조적 측면' 등 크게 2가지로 분석했다.

    그는 "단기·경기적 요인으로는 글로벌 성장세 둔화, 국제유가 하락, 엔화 약세 등으로 수출여건이 악화된 점을 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통화기구(IMF)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07년 5.7%이던 세계경제성장률은 지난 2013년과 2014년 연속으로 3.4%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국내 원유 관련 제품 수출증가율을 크게 떨어 뜨린 주요인이다. 지난해 상반기 배럴 당 100달러를 넘어서던 중동 두바이유의 가격은 올 들어 반토막이 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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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전문가 "하반기 암울했던 상황, 조금씩 걷힐 것"

    또 오 연구원은 "구조적 측면으로는 가공무역 억제 및 산업 자급률 제고 등 중국의 성장전략 변화와 국내 기술경쟁력 정체, 해외생산 확대 추세 등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대 중국 중간재 수출증가율은 지난 2004년 47.7%에서 2014년 -0.5%까지 대폭으로 감소했다.

    국제무역연구원 동향분석실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기술수준도 수년째 제자리다. 미국의 기술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지난 2011년만 해도 84.7%였던 한국은 2013년 83.9%로 소폭 뒷걸음질쳤다. 반면 중국은 71.4%의 기술수준을 지속 유지하며 한국과의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의 해외생산 비중도 2004년 6.2%에서 2013년 18.3%까지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국내 수출기업들의 발목을 잡았던 환율이 상승조짐을 보이고 있어, 하반기 들어선 암울했던 상황이 조금은 걷힐 것이라는 긍정적인 시각도 있다.

    김두언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원·엔 환율 반등 가능성이 있고, 최근 증시폭락 등 불안했던 중국 경기가 안정화되면서 수출 둔화폭이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면서 "연말께 국내기업 수출이 회복으로 의미 있는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본격적인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반대의견도 있다.

    채현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로 국내 수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제기되고 있지만 본격적인 수출 회복을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판단"이라며 "OECD 경기선행지수와 글로벌 교역량의 동행성을 감안하면, 하반기 미약한 경기 회복으로 인해 의미있는 교역량 증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국내 수출단가 측면에서 원화 약세가 반등 흐름에는 일조하겠지만, 최근 유가가 재차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단가의 회복 속도도 빠르게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