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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조(兆) 단위'의 기록적 적자를 기록한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인력감축 여부에 업계 관심이 집중된다. 유사기능 통폐합, 비핵심자산 매각 등 조선사들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고액연봉을 받는 차·부장급 인원의 비중 또한 과도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어서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초까지 '임원 31% 감축' '과장급 사무직원 1300여명 희망퇴직' 등을 실시한 현대중공업에 이어 삼성중공업 역시 각종 인력조정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2분기 1조5481억원의 창사 이래 최대 분기적자를 기록했다. '호주 익시스 CPF(해양가스처리설비)'와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등 진행 중이던 대형 해양프로젝트들이 발목을 잡았다. 일반 상선건조와 달리 기본기가 부족해 잦은 설계 변경 등으로 공정이 지연되면서 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탓이다.
삼성중공업은 위기극복을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수립, 최단기간 내 이를 실행한다는 방침이다. 조직 내 유사·중복되는 부서를 통폐합하고, 생산과 직결되지 않는 비효율 자산 등도 매각할 예정이다. 일단 경남 거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사외기숙사가 유력 처분 매물로 손꼽힌다.
이 회사는 책임경영을 위해 임원수를 줄이겠다는 계획까지 공식적으로 밝혔다. 구체적 시기 및 규모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회사가 직접적으로 임원감축을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에 더해 삼성중공업 내부에서는 1000여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한 희망퇴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참급 관리직 및 설계부문 아웃소싱 인력들이 주 대상이다. 이에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임원감축과 별개로 직원 희망퇴직 문제는 따로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비슷한 문제로 2분기에만 3조원이 넘는 부실을 털어낸 대우조선의 구조조정 윤곽은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실사가 마무리되는 8월 말 정도에나 구체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단은 골프장과 연수원 등을 보유한 자회사 에프엘씨(FLC), 풍력 자회사 드윈드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 등이 순차 매각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우조선 측은 공식부인하고 있지만 임원감축 및 직원 희망퇴직도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리 매를 맞았던 현대중공업의 전례를 살펴봐도 어느정도의 인력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글로벌 조선 빅3'로 불리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 등은 유사한 사업조직 및 인력구조 등을 갖고 있다. 높은 연봉을 수령하는 차·부장급 직원들의 숫자가 과도하다는 지적이 공통적으로 제기돼왔는데, 지난해 3조2000억원대의 손실을 입었던 현대중공업이 이같은 문제에 먼저 메스를 들었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 262명의 임원중 81명을 내보낸 데 이어, 올초에는 과장급 이상 사무직원 1500여명을 상대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1300여명의 인원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각종 플랜트 공사에서 대규모 충당금을 쌓은 것과 달리 당시 대우조선의 실적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어보였다. 그러나 대우조선 또한 3조원대 잠재손실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나며, 현대중공업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의 인력조정이 이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경우 이미 인력조정을 마쳤고, 삼성중공업 또한 공식적으로 임원감축을 예고한 상황"이라며 "대형 조선 3사가 항상 비슷한 움직임을 보여왔던 것을 감안하면 삼성중공업이나 대우조선에서의 희망퇴직 실시도 가까운 시일 내 이어질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