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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글로벌 조선 빅3가 올 상반기 5조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해양플랜트 건조 경험 부족으로 잦은 설계변경 및 공정지연이 발생한 탓에 수천억원에서 최대 조단위의 대규모 충당금을 2분기 회계에 몽땅 반영했기 때문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조선 빅3의 합산 영업손실은 총 4조9603억원에 달한다. 지난 2005년에도 빅3가 나란히 적자를 기록한 적은 있었지만 당시 규모는 수백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5조원에 가까운 대규모 손실은 40년 넘는 대형 조선3사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황금알 낳는다던 해양플랜트…경험부족으로 5兆 부실 원흉
조선 빅3 업체들의 올 상반기 실적에 가장 큰 내상을 입힌 것은 '바다 위 정유공장'으로 불리는 해양플랜트다. 해양플랜트는 한 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통하기도 했다.
일반 상선 가격이 척당 3억 달러를 넘기기 힘든데 반해, FPSO(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의 경우 조선사가 단 1기만 수주에 성공해도 20억 달러 이상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선박발주가 급감했을 때는 특히나 '가뭄의 단비'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건조경험이 부족한 상태에서 턴키방식(설계·시공 일괄입찰)으로 초대형 해양프로젝트들을 무더기 수주했던 것이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수주한 '호주 익시스 CPF(해양가스처리설비)'사업과 '나이지리아 에지나 FPSO' 프로젝트가 문제가 됐다.
삼성중공업은 설계 물량 증가 및 자재 발주 지연 등으로 완공기간이 예정보다 늦춰질 것으로 파악, 예상되는 손실을 모조리 반영해 올 2분기 1조5481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쌓았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분기에도 같은 문제로 5000억원의 충당금을 반영한 바 있다.
'송가 프로젝트'에 투입될 반잠수식 해양시추선 4기도 대우조선을 적자 늪으로 빠뜨렸다. 선주사의 잦은 설계 변경으로 공기가 1년여 지연된 탓에 손실 규모가 대폭 확대됐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올 2분기에만 3조318억원의 손실을 입었다.
작년에 미리 매를 맞았던 현대중공업의 올해 사정은 적자이긴 하지만 조금 낫다. 이 회사는 지난해 각종 공사에서 예상되는 손실을 회계에 선반영,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3조2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 2분기에는 해양플랜트 부실(743억원)과 특별격려금 및 퇴직위로금 지급(967억원) 등으로 총 1710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부실 싸그리 털었다" 와신상담하는 빅3
조선 3사는 "털 수 있는 부실은 모두 털었으니 하반기부터는 실적개선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경영정상화를 위해 조직슬림화 및 비효율 자산 매각 등도 예고되는 상황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이번에 손익을 재점검하며 진행 중인 공사는 물론 착수 전인 프로젝트까지도 예상되는 모든 리스크를 회계에 반영했다"면서 "향후 추가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자신했다.
이어 그는 "유사 문제 재발을 방지하는 한편, 생산공수 절감과 극한의 원가절감을 통해 손익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며 "3분기에는 소폭의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대우조선 측도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유동성 위기와 관련해 "대규모 손실에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공정 진행 및 영업활동을 영위하고 있다"면서 "금융거래도 기존과 같이 유지돼 회사의 유동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예상 가능 손실을 이번 결산에 일시 반영했기 때문에 3분기부터는 영업현금흐름 및 수익성 개선이 가능할 것"이라며 "앞으로 전사적 혁신을 통해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조기에 경영정상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실제 업계에서도 대우조선이 3분기부터 곧바로 실적 정상화를 이룰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지난해 대거 수주한 고부부가치 선박의 건조가 본격화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4년 전 세계에 발주된 LNG선 66척 중 37척을 단독 수주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도 올 하반기 전망을 나쁘지 않게 점치고 있다. 현대중공업 측은 "공정 안정화와 생산성 향상, 원가 절감, 수익성 위주 영업 활동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꾸준히 전개함으로써 하반기 실적개선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정확한 규모 및 시기는 정하지 않았지만 높은 강도의 구조조정도 예고했다. 삼성중공업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임원수를 감축하고, 유사중복기능을 갖는 부서는 통폐합키로 결정했다.
또 생산과 직결되지 않는 비효율 자산 매각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유력매물로 꼽히는 것은 거제에 위치한 삼성중공업 사외기숙사로 알려졌다.
최근 대주주인 산업은행의 실사가 시작된 대우조선도 골프장과 연수원 등을 보유한 자회사 에프엘씨(FLC), 풍력 자회사 드윈드와 루마니아 망갈리아 조선소 등을 매각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임원 30%를 감축하고, 올초 과장급 사무직 인원 및 고참급 서무직 여사원 1500여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