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건설경기 불황에 직격탄
  • 현대중공업그룹의 건설장비용 엔진 생산 계열사 현대커민스엔진이 공장가동 1년 만에 청산절차를 밟게 됐다. 이 회사는 글로벌 건설경기 불황으로 올 상반기에만 90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경영난을 겪어왔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현대커민스엔진은 지난 26일 해산을 결의하고, 청산인 선임을 통한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 회사는 지난 2012년 현대중공업과 세계 최대 엔진 전문 생산업체 커민스가 50대50 비율로 출자해 만든 합작법인이다.

    굴착기, 휠로더 등을 직접 생산하는 현대중공업은 현대커민스엔진 설립 이전까지 건설장비에 장착되는 엔진 전량을 커민스와 현대차 등으로부터 공급받아왔다.

    2010년대 초 중국을 중심으로 건설장비에 대한 수요가 급증, 엔진공급이 건설장비 생산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이에 적극 대응하는 차원에서 자체 엔진생산 공장인 현대커민스엔진 설립이 기획됐다.

    현대중공업은 2012년 11월 대구에서 열린 현대커민스엔진 착공식에서 "대구공장에서 생산하는 엔진을 토대로 2016년까지 건설장비 분야 매출을 약 10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엔진공장이 가동에 들어간 시점은 지난해 5월인데, 지속 호황일줄 알았던 건설장비 시장이 급변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글로벌 건설장비 시장에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던 중국 건설경기가 크게 위축된 탓에 현대커민스엔진은 공장가동 첫 해부터 직격탄을 맞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 172억원의 영업적자와 185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도 46억원 적자, 909억원 순손실을 입었는데 이는 매출액(223억원)의 4배를 넘어서는 규모다.

    현대중공업의 건설장비 분야 매출액도 최고치를 기록했던 2012년(3조1200억원) 이후 하강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2013년과 2014년의 매출은 각각 2조7230억원, 2조2150억원이다.

    현대중공업은 현대커민스엔진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수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수혈은 무의미하다 판단, 고심 끝에 청산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글로벌 건설장비 시장 불황으로 적자가 누적되며 현대커민스엔진의 경영환경이 최근 크게 악화된 것으로 안다"며 "당분간 이같은 시장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더 이상의 경영정상화는 어렵다고 보고 청산 결정을 내렸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