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 'IFA 2015'가 오는 9일(현지시간) 엿세간의 대단원에 막을 내린다. 이번 전시회는 IoT(사물인터넷)의 경연장을 방불케했다는 평가속에 그동안 뜬 구름 잡는 얘기처럼 들렸던 IoT가 현실화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가전 분야에선 뚜렷한 혁신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아쉬움도 남겼다. 그래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낸 삼성의 기어S2와, TV 세대 교체를 알린 LG 올레드가 사막 한가운데 보석처럼 더욱 빛났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해마다 50여개국 1500여개 이상의 전자·통신 업체가 참가해 신제품을 공개하는 IFA 전시회가 지난 4일부터 9일까지 진행된다. 9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IFA는 올해 15만㎡(약 4만5735평) 규모의 전시장을 마련했다.
그러나 참가한 업체 관계자 대부분은 올해 IFA의 경우 지난 1월에 열린 가전 전시회(CES) 때 볼 수 없었던 혁신 제품을 찾을 수 없었다는 공통된 반응을 내놓았다. IFA와 CES는 세계 3대 가전·IT 전시회로 꼽힌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S2가 최고 인기 스타로 등극했다. 부드럽게 돌아가는 원형 베젤의 활용성을 극대화한 최초의 제품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LG전자의 올레드TV도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차세대 TV로 알려져 있지만 잠재력을 폭발시키지 못해 안타까움을 남겼던 올레드 TV는 이번 전시회에서 파나소닉이라는 든든한 동맹군을 확보, 발 빠르게 TV 시장 판도를 LCD에서 올레드로 바꿀 기회를 잡았다. -
기어S2는 업계 최초로 디스플레이 테두리에 위치한 베젤을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과 알림 메시지에 접근하는 독특하고 직관적인 사용성을 자랑한다. 원형의 테두리를 왼쪽으로 돌리면 문자, 전화 등 알림을 확인할 수 있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자주 사용하는 앱에 바로 접근할 수 있는 식이다. 압권은 전통적 시계와 가까운 원형 디자인을 택했다는 점이다.
그동안 시중에 나왔던 스마트워치는 새로운 화면으로 넘어가기 위해 디스플레이를 터치해야만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하지만 기어S2는 베젤을 회전시켜 손쉽게 화면을 바꿀 수 있다. 베젤도 끊김 없이 부드럽게 돌아간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워치가 작은 용두(디지털 크라운)를 힘들게 돌려 기능을 실행시켰다면 기어S2는 베젤을 통해 간편하게 원하는 어플을 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다른 제품들과 달리 삼성의 자체 운영체제(OS) '타이젠(Tizen)'을 탑재해 외형 뿐만 아니라 내부 구조도 차별화를 꾀했다.
업계 최초로 내장형 심카드(e-SIM)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제품 크기를 최소화하고, 스마트폰과 떨어져도 작동이 가능하다. 절전 모드를 실행하면 흑백 화면으로 전환되며 통화와 알림 등 필수 기능만 돌아가 최대 3일 동안 충전 없이 쓸 수 있다. 무선 충전 방식도 지원한다. 버스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는 교통카드 기능도 갖췄다. NFC 기반 삼성 페이도 지원한다.
스마트홈이나 커넥티드 카와도 연동된다. 기어S2를 이용해 삼성전자의 IoT 기기들을 조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폭스바겐의 신차에 시동을 걸거나 온도를 조절하는 등 원격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기어S2는 다음달 2일 출시된다.
삼성전자는 차세대 먹거리로 꼽히고 있는 IoT 시장을 잡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이와 같은 연장선에서 삼성전자는 이번 전시회 부스 내부에 'IoT존'을 별도로 꾸몄다. 이곳에서 TV와 조명 등이 서로 연동되는 IoT 시대의 일상을 소개했다. 수면 상태를 측정해 주는 기기 '슬립센스'도 함께 공개했다.
'스마트싱스 허브'도 처음 선보였다. 스마트싱스 허브는 자체 프로세서를 강화해 기기 간의 연결과 제어를 더욱 빠르게 처리, 카메라와 연결해 영상으로 집안을 확인할 수 있는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
올레드 TV를 전면에 내세운 LG전자의 전략도 눈 부셨다. 겉으로 드러난 성과보다 내실이 더 알찼다. 올레드 TV 생태계를 키워나갈 동반자를 만났기 때문이다.
파나소닉은 이번 전시회에서 모두 8대에 달하는 올레드 TV를 소개했다. 이들 제품은 올 연말쯤 출시될 계획이다. 가격은 1000유로 안팎이라는 게 파나소닉 측의 설명이다.
파나소닉의 이 같은 계획은 의미가 크다. 여상덕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올레드(OLED) 패널을 가져가도 화질 구현 기술력이 떨어지면 제대로 된 제품을 양산하기 어렵다. 중국업체가 이런 부분에서 약하다"면서 "그러나 파나소닉은 철저한 검수 과정을 거쳐 제품 만들어내는 등 프리미엄 시장에 적합한 올레드 TV를 생산해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LG디스플레이의 올레드 TV용 패널 판매량 중 중국이 10%를 차지하고 있다. 나머지 90%는 LG전자의 몫이다. 올레드 TV 대중화에 사활을 걸고 있는 LG 입장에선 기술력이 뛰어난 파나소닉의 합류가 희소식일 수밖에 없다.
LG전자는 박람회 입구에서부터 올레드 TV 64대(77인치 8대, 65인치 56대)를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초대형 '미디어 월'을 구성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전시장 공중에 올레드 TV를 매달아 밤하늘에 떠 있는 별을 표현했다.
LG전자의 개방형 IoT 전략도 관심을 끌었다. 이번 전시회에서 LG전자는 IoT 오픈 플랫폼인 올조인(AllJoyn)을 적용한 광파 오븐과 에어컨도 최초 공개했다. 스마트 기능이 없는 일반 가전제품을 스마트 가전으로 바꿔주는 '스마트 씽큐 센서'도 첫 선을 보였다.
이 센서는 지름이 약 4cm인 원형 모양의 탈부착형 장치다. 기존 가전제품에 붙이면 스마트폰으로 작동 상태를 확인할 수 있고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모든 기기에 스마트 기능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에서 LG전자의 개방형 정책과 일맥상통한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IFA는 예년에 비해 눈에 띄는 기기가 적어 아쉬웠다. 그러나 IoT가 우리 현실과 보다 더 가까워졌다는 점을 느꼈다"면서 "특히 삼성과 LG의 주력 제품이라 할 수 있는 기어S2와 올레드 TV가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