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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기다리는 그릇, 삼사분기 결산보고 작업, 정기회원권을 끊어놓고 딱 두 번 간 헬스클럽…… 미루고, 마감에 쫓기고, 양심의 가책으로 고민하는 악순환의 고리는 어떻게 끊을까? '무계획의 철학'은 이 문제에 신선한 해법을 제시해 시간관리에 엄격한 독일인들의 마음의 짐을 크게 덜어주었다.
'무계획의 철학'은 < 파이낸셜 타임스 도이칠란트 >”의 호평을 받으며 독일아마존 베스트셀러를 장식한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미루는 습관과 무계획적 경향은 사실 인류 절반에게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본성"이라면서 "미루는 습관이 있는 사람들은 대개 더 열심히 일하거나 스케줄 관리를 꼼꼼히 하는 식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하는데, 이는 본성을 거스르는 헛수고이기 십상"이라고 지적했다.
진짜 문제는 자신의 능력이나 취향에 걸맞지 않게 너무 많은 일과 계획을 처리하면서도 그것을 자제력으로 포장하는 상황일 수 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완벽강박과 오랜 시간 일에 전념해야 할 것 같은 노동의무감도 일을 미루게 만드는 주범이다.
이 책은 노동, 관리, 계획, 완벽함에 대한 강박이 어디서부터 시작됐는지 짚어보며, 독자들이 ‘늘 덜 일한 듯한’ 죄책감을 떨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리고 ‘미루기와 무계획적 본성’을 부정하지 않되, 사회생활에 따르는 문제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고 꼭 필요한 일만 골라 제때 해내는 노하우를 공개한다.
미루기와 게으름의 유용성을 언급하는 대목도 흥미롭다. 미루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불필요한 일들을 걸러내는 필터이자, 엄청난 창의성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는 것. 작곡가 슈만, 레오나르도 다빈치, 리눅스 개발자 리누스 토발즈, 코엔 형제 감독 등 수많은 창의력의 대가들이 할 일을 미루는 과정에서 세계적인 작품을 탄생시켰다.
이들은 막무가내로 미루지 않았다. 미루기 초보들이 양심의 가책을 덜기 위해 방청소나 책상정리 등의 손쉬운 딴청거리를 찾았다면, 이들은 ‘내적 감탄’을 기준으로 정말 좋아하는 것을 먼저 주어진 일을 미뤘다.
이 밖에도 심리학적 행동경제학적 연구결과들을 아우르며, 제때 올바르게 포기하는 법, 미루는 사람 특유의 마감 직전 집중력과 에너지를 이용해 효과적으로 과제를 처리하는 법, 일이 밀릴 경우에 대비해 사전 조처하는 법 등 기발하면서도 유용한 조언들을 제공해준다. 과학자, 예술가, 의사, 변호사 등 동서고금을 막론한 유명 인물들의 흥미로운 미루기 일화들이 소개되어 계획과 시간관리에 지친 독자들에게 여유와 웃음을 채워주는 역할도 톡톡히 할 것이다.
[저자 소개]
■ 카트린 파시히(Kathrin Passig): 1970년 생. 베를린에 있는 아이디어 및 디자인 에이전시 ZIA(Zentralen Intelligenz Agentur)에서 다년간 대표로 일했다. 웹블로그 ‘리젠마쉬네(Riesenmaschine)’의 편집자이자 프로그래머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6년에는 ‘그림 온라인 상(Grimme Online Award)’을 수상했다. 같은 해 《당신은 여기에 존재한다》라는 소설로 독일어권 최고의 문학상인 ‘잉게보르크 바흐만 상’을 받았다. 〈c’t〉〈GEO〉〈슈피겔 온라인〉등 독일 저명 잡지의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2007년 천문학자 알렉스 숄츠(Aleks Scholz)와 공동집필한 《무지의 사전》이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또 다른 공저 도서로 《여행의 기술》이 있다.
■ 사샤 로보(Sacha Lobo): 1975년 생. 광고기획사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했다. 현재 커뮤니케이션 전략 및 브랜드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ZIA의 외주 직원이자 웹블로그 ‘리젠마쉬네’의 책임편집자이기도 하다. 인터넷, 브랜드 전략,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글을 온·오프라인 매체에 기고하며 활발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6년에는 홀름 프리베(Holm Friebe)와 공동집필한 《디지털 보헤미안》을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