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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국정감사를 통해 공기업들의 폐단이 드러났다. 비리 채용 특혜나, 방만 경영 등의 문제가 예년과 다름없이 지적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한국농어촌공사(사장 이상무)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5일 농어촌공사에 대한 국감이 전남 나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진행됐다. 이날 국감에서 농어촌공사는 업무태만과 기강해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지적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농어촌공사의 부정·부패문제가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비리 백화점이라 불릴 만하다"는 질책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 계약직 직원 504명 특별채용…채용공고와 경쟁절차 없이 인맥으로 채용
이날 국감에서 여야 의원들은 농어촌공사가 채용공고나 경쟁절차 없이 500명 넘게 특별채용한 사실을 집중 성토했다.
15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박민수 의원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농어촌공사는 2012년 1월 1일부터 2014년 9월 30일까지 정규직 25명과 계약직 479명 등 총 504명을 특별채용했다.
이는 농어촌공사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및 '공기업·준정부기관의 인사운영에 관한 지침'을 위반한 것이다.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농어촌공사는 2012년 6월 18일 특별한 자격요건이 필요하지 않은 양·배수장 등 단순 유지관리 업무 계약직 1명을 채용공고나 경쟁절차 없이 직원들의 인맥을 통해 특별채용했다.
또한 2012년 12월 6일 계약직 7명을 채용공고나 경쟁절차 없이 특별채용 대상자로 선정한 후 같은 해 12월 13일 1배수 면접을 통해 6급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2012년 1월 1일부터 2014년 9월 30일까지 11차례에 걸쳐 정규직 25명을 채용했다.
이렇게 378차례에 걸쳐 계약직 479명을 채용공고나 경쟁절차 없이 특별채용했다.
박 의원은 "청년실업 문제 해결이 시대의 화두이고 현재 '체감 청년실업률'이 22.5%에 이르는 상황에서 농어촌공사는 청년들의 채용에 응시할 기회를 위법하게 박탈한 것"이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농어촌공사 직원 부정부패 심각 … 징계·경고 961건에 달해
농어촌공사의 기강해이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이날 국감에서 농어촌공사 직원들이 승진 시험 문제 유출, 뇌물수수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른 사실이 밝혀졌다.
김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2013년 1월 ~ 2015년 7월)동안 농어촌 공사에서 내려진 징계나 주의·경고 처분은 모두 961건이다.
이 가운데 징계처분을 받은 건수는 135건이며 강제 퇴직되는 파면이나 해임의 징계를 받은 건은 81건에 이른다.
해임 및 징계의 사유로 승진 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해 돈을 주고받아 파면·해임된 사람이 60명으로 가장 많다. 또한, 제진기(배수장으로 유입되는 쓰레기를 제거하는 기계) 납품과 관련한 뇌물수수 사건으로 12명이 지난 해 12월 파면됐고, 올해 3월에는 수중펌프 구매 설치 관련 뇌물수수로 3명이 파면됐다.
이외에도 사원 숙소 전세보증금 및 선택적 복지포인트 횡령, 홍성지사 가동보 관련 금품수수·요구, 기흥저수지 목적 외 임대 알선 및 금품수수, 사옥 신축공사 관련 뇌물수수, 계약당사자와의 금전대차 행위로 직원 5명이 파면됐다.
이처럼 파면·해임된 81명 중 1명을 제외한 80명이 뇌물 수수 등 금품 관련 비리로 처벌 받는 등 농어촌공사 내부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김 의원은 지적했다.
이밖에도 위법·부당한 업무 처리 등으로 주의·경고 처분을 받은 사례도 최근 3년 간 무려 826건에 이른다.
구체적 사례를 살펴보면, 대부분의 주의·경고가 각종 계약 부적정, 공사 준공 부당 처리, 감리 부적정 등 농어촌 공사의 기본적이고 주요한 업무처리와 연결돼 있고, 허위출장에 의한 출장비 부당수령 등 회계 관련 사고도 적지 않다. -
◇ 잦은 설계변경으로 인한 예산낭비
잦은 설계변경으로 예산만 낭비하는 등 농어촌공사의 방만경영에 대해서도 질책이 이어졌다.
이날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영산강하구둑 구조개선사업 2공구(영암호 수문)공사를 하면서 일괄 입찰, 과다한 설계변경 등으로 예산 낭비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영암호 수문공사 입찰공사에서 낙찰된 건설사가 공사 수주를 포기하자 재입찰하지 않고 차 순위자를 낙찰자로 선정한 점은 이해할 수 없다"며 "관련 규정에 어긋나지는 않았더라도 최초 낙찰자와 차순위 낙찰자의 사업비 차이가 500억원이나 나면 재입찰 해야 하지않느냐"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또 농어촌공사가 배수갑문 위에 전망대 등의 시설물 설치하면서 위법사항을 피하려고 편법을 동원했다고 의혹도 제기했다.
새누리당 경대수 의원은 농어촌공사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최근 10년간 10억원이상 사업비가 투입된 2153건의 공사중 설계변경된 횟수는 7592회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총 공사비가 당초 9조5000억원에서 11조3000억원으로 1조8000억원이나 늘어났으며, 특히 14곳의 사업에서는 설계변경으로 공사비 증액분이 당초 공사비를 초과할 정도로 과다했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이날 국감에서는 △부실한 저수지 관리 △특별분양 아파트 전매차익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 비리 속출하지만 감사인력 고작 42명
새정치민주연합 김승남 의원은 "승진시험, 신규채용, 업무 태만 등 조직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고 있지만 감사인력은 터무니없이 적다"라며 농어촌공사에서 비리가 속출하는 이유에 대해 분석했다.
실제 농어촌공사는 5114명의 인원이 본사(5본부, 20처), 지방(4원, 93개 지사, 7사업단)을 운영하고 있지만 감사인원은 42명에 불과하다. 작년에도 2년 주기로 하는 종합감사 12회, 성과특정감사 15회, 복무감사 4회로 총 32회 감사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김 의원은 "감사조직 인력 확충 등을 통해 투명하고 신뢰받는 조직으로 환골탈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