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입찰 비리…특정업체에 공사 발주 후 뇌물 받는 비리 '관행적'부실 운영 논란도 일어…국민 혈세 축내는 일 '밥 먹듯' 이상무 사장, 공기업 개혁은 헛구호…자질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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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농어촌공사의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인척 채용 비리는 물론 공사 직원의 횡령, 저수지 사용료도 제대로 받지 않고 있는 등 경영관리 또한 부실하게 운영하고 있는 사실이 감사원에 의해 적발됐다. 올해만 해도 3건의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국민적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이다. 

    ◇ 관행적 채용비리…504명 '뒷문' 채용

    지난달 14일 한국농어촌공사는 상습적으로 '낙하산 채용'을 벌인 사실이 적발돼 도마 위에 올랐다. 채용의 공정성에 있어 앞장서야 할 공기업에서 비공개, 무시험, 고용세습 등이 횡행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2012년 1월부터 2014 9월까지 389차례 걸쳐서 공개경쟁 절차 없이 인맥 등 특별 채용이 이뤄졌다. 이렇게 채용된 인원은 무려 500여명에 달한다. 채용된 인원은 모두 임직원의 친인척과 직원들의 지인 등에게 소개를 받은 사람들로 밝혀졌다.

    이는 사내 자체 규정을 어긴 것은 물론 공개경쟁을 원칙으로 하는 정부지침도 무시한 것이라는 지적이다.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500여명의 편법채용이 이뤄졌는데 그 이전에는 더 많은 인원을 편법으로 채용했을 것이라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현 정부가 공기업 개혁을 소리높여 외친 시기에도 버젓이 편법과 불법을 일삼은 농어촌공사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청년 실업률이 연일 고공 행진하는 이때 공기업이 공정한 기회를 박탈하고 인맥을 통해 특혜 채용하는 것은 적당히 넘어갈 일 아니다"라며 한국농어촌공사를 강하게 규탄하기도 했다.

    ◇ 승진도 돈 주고…"인사의 공정성, 투명성 지키지 못한 농어촌공사" 빈축 

    이뿐만이 아니다. 오랜 기간 조직적으로 이뤄졌던 농어촌공사의 승진시험 비리 또한 적발됐다. 농어촌공사 3급 승진 시험과 5급 내부 채용 시험에서 최근까지 문제 유출이 이뤄진 것. 비리에 가담한 인원은 무려 60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사건을 조사한 충남지방경찰청에 따르면 본사 총무과 인사팀에서 근무하던 윤모씨(57)는 시험 출제기관에 근무하는 엄모씨(57)로부터 시험 문제를 빼돌려 또 다른 윤모씨(53)와 공유해 3급 승진 시험에 모두 합격했다.

    이후 윤모씨 일당은 응시자들에게 2000만원을 받고 시험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56명에게 시험지를 제공하고 6억원이 넘는 대가를 챙겼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신정훈 의원(새정치연합)은 성명서를 통해 "승진관련 금품수수와 승진 시험부정으로 올해만 60명이 파면, 해임된 것에 대해 인사의 공정성, 투명성을 지키지 못한 것은 농어촌공사의 잘못"이라며 비판하고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 공사 입찰 비리…특정업체에 공사 발주 후 뇌물 받는 비리 '관행적' 

    공사 입찰 비리도 농어촌공사의 기강해이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2월 농어촌공사 지사 10곳에서 무더기 공사 입찰 비리가 적발됐다.

    대전지검 홍성지청은 지난해 7월부터 7개월간 한국농어촌공사와 지방자치단체의 공사발주비리 사건을 수사한 결과, 한국농어촌공사 지사장 A씨(58)와 구청 과장 B씨(58) 등 42명을 구속 기소하고, 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1명을 기소 중지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농어촌공사가 배수펌프장 속 이물질을 제거하는 제진기와 펌프 설치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발주한 대가로 공사금액의 5~15%를 주고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변호사법 위반, 뇌물공여 등)를 받고 있다.

    이 사건에는 공사 전 현직 임직원 19명이 연류 됐다. 보령, 논산, 군산, 달성 등 한국농어촌공사 지사 10곳의 담당자들이 1300만~7억2450만원을 각각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농어촌공사에서 퇴직한 지사장 4명은 납품업체의 브로커로 스카웃 돼 현직에 있는 후배들을 상대로 로비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 산하 93개 지사가 대부분 농촌 지역에 있어 사실상 수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며 "특정업체에게 공사를 발주한 후 뇌물을 받은 비리가 관행적·전국적으로 이뤄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 부실 운영 제기도…국민 혈세 축내는 일 '밥 먹듯'

    한국농어촌공사의 방만 경영도 심각성이 만만치 않았다. 감사에서 드러난 농어촌공사 경영 실태가 이를 보여준다.

    감사원은 한국농어촌공사가 저수지에서 낚시업이나 수상레저업을 하는 업자들에게 사용료를 제대로 받지 않고, 채권업무를 담당하는 직원은 법원보관금을 횡령하는 등 경영관리가 부실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농어촌공사는 농어촌정비법에 따라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를 본래 목적 외의 용도에 사용할 수 있다. 이 경우 기반시설 토지는 3년, 수면과 부속 토지는 5년 이내 등 다년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후 목적 외 사용료를 징수하고 있다. 하지만 공사는 지난 2010년 업체로부터 수면의 목적 외 사용시설(낚시업)에 대한 사용료 6000여만원을 징수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최근 6년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연이어 B 등급만 받는 등 뚜렷한 개선이 없는데도 1인당 연수 비용은 3년 사이에 108만원에서 240만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외유성 연수라는 비판이 일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 지난 3년간 농어촌공사의 '지역특화형 관광자원 개발사례 조사' 해외연수에 총 2억3000만원이 지원돼 121명이 다녀왔는데 연수 후 제출하는 보고서가 전년도 보고서를 베낀 채 제출되는 등 관리 부실이 제기되고 있다.

    이밖에도 수백억원의 공금을 허공에 날린 직원을 단순 경고 조치하는가 하면 보상금을 재부과하는 과정에서 소송에 말려 이자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등 각종 방만 경영 행태는 보면 볼수록 기가 막힌다는 지적이다.

    ◇ 이상무 사장, 공기업 개혁은 헛구호?…자질 '논란'

    최근 농어촌공사의 비리가 잇따라 터져나오면서 국민의 시선은 기관의 수장인 이상무 농어촌공사 사장에게 쏠리고 있다.

    이 사장은 지난 1949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나 1971년 서울대 농과대학 졸업하고 1971년 행정고시를 통과해 공직에 입문했다. 이후 박근혜 후보 농업 분야 대선공약을 주도한 인물로 활약하면서 2013년 한국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해 지금까지 재임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이 사장 취임 전부터 진행된 비리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취임 후에도 감사원에 적발되기 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선 책임을 면키 어려워보인다.

    또한 이 사장이 취임 후 "각종 부정부패와 관행적인 직장문화를 개선하겠다"며 개혁을 외쳐온 모습과는 사뭇 상반된다. 그의 목소리가 정작 농어촌공사에는 전달되지 않은 채 헛돌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농어촌공사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청렴 교육 실시하고 있으며 재발방지를 위해 관련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