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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시작된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스캔들이 세계 각국으로 일파만파 번지며 '독일산 디젤차량'이 주도 중인 국내 수입차 시장 판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24일 한국 수입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판매된 전체 수입차 15만8739대 중 디젤 차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69%(10만9502대)에 달한다.
같은 기간 BMW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등 독일 브랜드에서 판매된 차량 역시 10만9887대(69.2%)로, 사실상 국내 수입차 시장의 70%를 독일산 디젤차량이 장악 중이다.
그러나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높은 연료효율을 자랑하면서 친환경성까지 갖췄다는 독일산 디젤엔진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환상 역시 깨져버린 모습이다.
사실 국내에서 디젤차량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하던 때다. 가솔린 대비 저렴한 것은 물론 높은 연비를 자랑한다는 점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기술발달로 소음과 진동이 크게 줄었다는 점도 한몫했다.
터보 직분사 엔진(TDI)을 개발해 디젤 전성시대를 열었던 폭스바겐과 BMW 벤츠 아우디 등 독일산 디젤차량에 대한 인기가 특히 높았다.
폭스바겐은 '클린디젤'을 표방하며 TDI엔진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CO2) 배출이 가솔린 대비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최소화한 점, 그리고 높은 연료효율을 자랑한다는 점 역시 집중 홍보했다.
그러나 CO2 배출의 경우 기본적으로 디젤엔진이면 가솔린 대비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며, NOx 배출을 줄였다는 사실 또한 거짓말로 들통나며 독일산 디젤 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여론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다.
폭스바겐이 시스템 조작이 아닌 정상적으로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는 요소수 SCR(선택적 환원 촉매) 시스템 및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장착해야한다. 그러나 전자의 경우 높은 비용으로 차값이 상승하는 문제가 발생하고, 후자의 경우 연비가 하락한다는 단점이 발생한다.
결국 독일산 디젤차량의 높은 연비 매력에 끌렸던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이 가솔린 및 하이브리드 차량으로 언제든 돌아설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정부 당국이 폭스바겐은 물론 국내외 디젤차량에 대한 정밀 조사를 예고 중이라는 점도 국내 및 비 독일 수입차 브랜드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대차나 푸조 등 일부 브랜드들이 디젤차량을 내놓고 있지만 독일업체들의 숫자에 비하면 굉장히 경미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폭스바겐이 고의 및 부정한 방법으로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인증받은 경우 리콜은 물론 인증취소, 판매중단 등의 강도높은 조치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 사태로 디젤 엔진의 규제부담이 커지고 표시 연비가 하락 할 전망"이라며 "문제는 단기적으로 이번 사태를 거치며 디젤엔진에 대한 신뢰성이 흔들릴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도 2017년부터 배기가스 규제와 연비측정법이 강화되면서 디젤 엔진의 구조적 경쟁력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런 측면에서 폭스바겐의 리콜이 디젤 엔진을 주력으로 하는 유럽업체들의 경쟁력 약화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