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硏 "美 금리인상 등 발생시 금융 부실로 이어질 우려"
  • ▲ 부실대출 파문으로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모뉴엘' 사무실 입구 사진 ⓒ NewDaily DB
    ▲ 부실대출 파문으로 우리 경제를 뒤흔들었던 '모뉴엘' 사무실 입구 사진 ⓒ NewDaily DB

    우리나라 경제의 위협요소로 꼽히는 이른바 ‘좀비기업’이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자체적으로 생존할 수 없어 금융지원에 의존하는 좀비기업은 어느 순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는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을 밑도는 ‘좀비기업’이 4년여 만에 10%p 가까이 늘어났다고 4일 밝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2010년 24.7%이었던 좀비기업은 올해 1분기 기준 34.9%로 크게 늘어났다.

    좀비기업이란 정상적인 경영활동을 통해 이자나 원금을 갚지 못하고 금융지원에 의해 연명하는 기업을 지칭하는 표현이다. 일반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진단하는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이 1 미만인 곳이 해당된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라는 것은 영업이익만으로는 원금은커녕 이자조차 갚지 못한다는 의미다.

    앞서 한국은행 역시 이자보상배율이 1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은행은 이 같은 기업을 ‘좀비기업’과 같은 의미인 ‘한계기업’으로 표현했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발행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중 한계기업이 2009년 2698개(12.8%)에서 지난해 말 3295개(15.2%)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기업 중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9.3%에서 지난해 14.8%로 빠르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같은 시기 중소기업의 한계기업 비중(15.3%)에 근접한 수치다.

    업종별로는 조선업에서의 한계기업 비중이 2009년 6.1%에서 지난해 18.2%로 5년 사이에 12.1%p 늘어났고, 운수업 한계기업은 같은 기간 13.3%에서 22.2%로 비중이 커졌다.

    조선 외에 건설(2009년 11.9%→2014년 13.9%), 철강(2009년 5.9%→2014년 12.8%), 섬유(2009년 9.8%→2014년 13.4%), 전자(2009년 11.5%→2014년 13.2%) 등 대부분 업종에서도 한계기업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좀비기업 급증 원인과 관련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기업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일부 기업들이 상환능력이 없음에도 내부적인 구조조정이나 혁신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국제금융위기 이후 국내 자본시장이 안정돼 위험 기업들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면서 차입금으로 생존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좀비기업들에 대한 신용 공여가 늘어난 상황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여파로 업황이 더 나빠지면 금융권의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연내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 기업들의 차입금 부담이 늘어나 더는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쓰러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한득 연구위원은 시중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차입금 비중은 41.2%로 오르고, 영업이익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차입금 비중은 47.5%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 위원은 “부채상환능력이 취약한 기업의 차입금 규모가 커지면 부실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우리 경제가 부담해야 하는 잠재적 부실위험이 커진다”며 “금융사에서 신용평가를 엄격하게 하는 등 기업의 위험성을 철저히 파악하고, 회생가능성이 없는 곳은 서둘러 강력한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좀비기업의 추가 부실을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