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월세납, 카드사 "환영"… ‘서비스 활성화, 카드 수수료 전가’ 등은 숙제

신용카드 월세 납부 서비스가 상반기 본격 시행될 예정이지만 활성화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여전히 산적해 있다. 카드사들은 새로운 수익원을 기대하며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임대인의 동의 문제와 수수료 부담 전가 등 현실적인 장벽으로 인해 서비스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상반기 본격 시행… 신용카드 월세 납부 확대 

금융위원회는 지난 8일 열린  ‘2025년 경제1분야 주요 현안 해법 회의’에서 올해 주요 업무 계획으로 ‘개인 간 카드거래 혁신 금융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인 간 카드거래 혁신금융서비스는 부동산 임대차 계약에 따른 월세를 계좌이체 대신 신용카드로 납부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로 상반기 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서비스는 임차인이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 카드사에 서비스를 신청하면 신용카드로 결제한 임대료를 카드사가 임대인에게 입금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가족이나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도 이용 가능하지만 법인카드와 체크카드는 사용할 수 없다.

월세를 신용카드로 납부하면 소비자는 카드 실적을 쌓고 포인트 혜택을 받을 수 있어 현금 유동성이 부족한 서민들에게 유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카드깡 등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납부한도를 연 2400만원(월 200만원)으로 제한했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일부 신용카드사의 월세 카드납부 서비스를 제한적으로 허용했다. 현재는 신한·우리·현대카드가 사업에 참여 중이다. KB국민카드는 서비스 초기에 참여했으나 낮은 참여율로 사업을 중단했으며 삼성카드는 지난달 21일 서비스 기간 만료로 사업을 종료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법은 사업자로 등록된 가맹점만 신용카드 결제가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임대인에게 가맹점 지위를 부여하거나 가맹점 등록 없이 개인 간 신용카드 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월세 신용카드 납부 건수와 금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신한·우리·현대카드의 월세 신용카드 납부 이용현황은 △2022년 1만2178건(72억6000만원) △2023년 1만2659건(87억9000만원) △2024년 1만2757건(99억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3년간 누적 증감률을 보면 건수는 4.8% 증가했으나 금액은 37.1%나 증가해 납부 건당 평균 금액이 크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최근 고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인해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며 월세 납부와 같은 고정비용을 신용카드로 처리해 단기적인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임차인의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카드업계는 관련 법안 개정에 따른 사업 준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혁신금융서비스 신청 후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이번 개인 간 카드거래 혁신 금융서비스는 개인 간 카드거래 허용을 통해 카드 결제 영역을 확대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며 "서비스가 활성화된다면 거래 안정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월세 납부 서비스가 본격 시행되더라도 고객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여전히 여러 과제가 남아 있다.

지금까지 월세 카드납제도가 활성화되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는 월세 카드결제 시 기록이 남아 집주인이 꺼린다는 점이 있다. 카드결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카드사에 서비스 신청을 해야하는데 동의를 얻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 한 관계자는 "월세 카드납부가 활성화되지 못한 이유는 임대인들이 꺼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결제 금액의 1%에 달하는 카드 수수료 부담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현재는 임대인과 임차인이 상호 합의를 통해 부담자를 정하고 있지만 서비스가 확대되면 대부분의 경우 임차인이 수수료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로 인해 임차인의 경제적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가족이나 타인 명의의 신용카드를 이용해 월세를 납부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는 카드사의 재무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연체율 상승과 보안사고와 같은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타인 명의 카드 사용이 늘어나면 불법적인 카드깡이나 허위 거래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도 있어 제도적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카드 매출 늘어날 수 있겠으나 수익에 크게 기여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월세 카드결제 시 가족·타인카드로 결제할 경우 보안사고나 연체율 등 건전성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