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개인화된 AI’… SK ‘게임처인저’ HBM로봇·TV 약진한 中… 가전 힘 빼고 게임 집중한 日유럽·북미, 존재감 미미… 규모작고 인파 덜 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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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CES에서는 동아시아 삼국의 한층 대중화된 인공지능(AI) 전략이 고스란히 들어났다. 한국은 삼성·SK·LG를 필두로 업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을 선보였으며, 중국은 대형 TV와 로봇분야에 집중했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 중국에 뺏긴 가전보다는 게임이나 VR기기, 새로운 폼팩터의 라이프스타일 가전 등을 내세웠다.◇삼성·LG ‘개인화된 AI’… SK, ‘게임처인저’ HBM한국은 CES의 양과 질을 책임지는 명실상부한 주인공이었다. 삼성전자·SK·LG전자는 첨단 AI 제품과 설루션을 선보이며 독보적인 기술력을 과시했다.우선 SK는 가로와 세로 각 2m LED 21장을 3열로 이어 붙인 입구 '혁신의 문'으로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정육면체로 표현된 비트(bit)가 물결을 이루며 파도치는 형상을 이뤘다. 대형 LED 화면을 통해 SK가 보유한 AI 기술·서비스와 이를 통해 달라질 미래 모습을 그렸다. 전시관 안에는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인 HBM3E 16단 샘플 및 모형과 SKT의 올해 북미 출시를 앞둔 AI 에이전트 ‘에스터’, AI 데이터센터(DC), 액침 냉각 기술 등으로 호응을 얻었다.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 가전으로 맞대결을 펼쳤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싱스를 중심으로 사용자 개개인 필요에 맞춘 초개인화된 ‘지능형 홈’을 표방한 홈(Home) AI를 선보였다. LG전자는 AI를 기반으로 일상과 가상환경을 연결하는 ‘총체적 경험’을 앞세웠다.삼성전자는 다양한 가족 구성원들 요구를 반영한 5가지 유형의 집을 소개했다. ▲최신 AI 기술과 스마트싱스 허브를 탑재한 다양한 제품 ▲조명·도어록에서 피트니스·헬스까지 보다 강화된 스마트싱스 생태계 ▲다양한 상황별 개인화된 홈 AI 경험 ▲집을 넘어 차량과 선박·빌딩까지 확장되는 홈 AI 진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더프레임으로 꾸며진 전시 공간은 마치 미술관을 보는 듯 했다.LG전자는 전시장 입구와 한 가운데 대형 미디어 아트를 설치해 관람객 시선을 사로잡았다. 세계 최초 투명·무선 77형 LG 시그니처 올레드(OLED) T 28대로 만든 초대형 미디어아트는 구글 이매진과 협업해 만들었다. 스테인드 글라스 등 화려한 영상들이 수시로 바뀌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CES 전시장을 시간대별로 구분해 전시한 것도 특징이다. 예를 들어 오전 시간대에는 AI홈 존에서 아침을 맞는 고객의 일상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으며, 집을 나서면서 타게되는 차량에서 AI 인캐빙 센싱 등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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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TV 약진한 中… 혁신으로 중무장중국 가전 업계의 투톱인 TCL와 하이센스는 예년보다 더욱 강력해져 돌아왔다. 양사는 올해 국내기업들이 대거 부스를 설치하는 센트럴 홀 한가운데 비슷한 규모로 전시장을 마련했다. 전시장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날이 갈수록 세련돼져 국내 기업 전시관과 비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하이센스는 ‘독보적인 AI 기반의 라이프 스타일 경험’을 앞세워 울트라 LED, 미니LED TV, 차량용 디스플레이 등을 공개했다. 동시에 AI가 적용된 냉장고,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 가전제품과 에너지설루션을 강조한 공조제품도 선보였다. TCL은 차세대 미니 LED TV, 게이밍 모니터를 선보였다. 동시에 반려로봇 ‘에이미’, AR 글라스 등 혁신제품도 소개했다.중국기업들의 로봇분야 약진도 눈에 띄었다. 웨어러블 로봇 카본X로 CES 최고 혁신상을 받은 ‘하이퍼셸’,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언급한 휴머노이드 제작사 ‘유니트리’, 범용 외골격 로봇으로 유명한 ‘유엘에스 로보틱스(URS Robotics)’ 등이 대표적이다. ‘로봇펫’을 선보인 협동 로봇 전문 제조사 ‘엘리펀트 로보틱스(Elephant Robotics)’, 글로벌 청소가전 전문기업 ‘로보락’ 등도 시선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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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옛날이여” 가전 힘 뺀 日… 게임·신시장 집중전통 가전의 명가라 불리던 소니, 파나소닉 등 일본 업체들은 가상현실(VR), 게이밍, 지속가능분야 등 신시장으로 눈을 돌려 수익성 모색에 나섰다. 한국과 중국기업들이 TV 등 가전을 점령하면서 상대적으로 가전에 힘을 뺀 분위기였다.소니의 경우 메인 행사가 콘텐츠에 집중돼있었다. 소니는 올해 CES 2025에서 ‘창의적 엔터테인먼트 비전’을 주제로 삼아 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신 기술과 이니셔티브에 초점을 맞췄다. 공간 콘텐츠 제작을 지원하는 통합 소프트웨어·하드웨어 솔루션 ‘XYN’을 공개하고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밖에도 ‘귀멸의 칼날’, ‘레고 호라이즌 어드벤처’와 같은 게임을 직접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TV는 한쪽 구석에 작은 부분에 그쳐 가전 기업이라는 생각이 거의 들지 않을 정도였다. 혼다와 합작설립한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첫 전기차 ‘아필라1’에 대한 관람객들의 관심도 뜨거웠다.파나소닉도 TV와 같은 가전제품은 OLED TV 등 몇 가지에 불과했다. 대신 재활용 소재와 친환경 기술을 접목한 가전제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또한 면도기, 카메라, 스피커, 게이밍 기기 등도 선보였다. 전시관도 넓고 다양한 제품은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킬러 콘텐츠가 없어 시시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니콘의 경우 주방로봇을 전면에 내세웠다. 로봇 자체 하드웨어는 물론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점을 부각했다. 도요타는 미래형 도시인 AI시티를 표방한 ‘우븐시티’를 소개했다.보쉬 등 유럽 및 북미기업들의 존재감은 약했다. 부스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고, 관람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신제품도 없었다. 전시장 인파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한편, 지난 7일 개막한 CES 2025는 오는 10일 끝난다. 올해 CES는 역대 최대 규모인 166개국, 4800여 개 기업이 참가했다. 한국도 역대 최다인 1031개사가 참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