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조사 때 연비 자료도 확인돼… 장비·전문인력 부족도 조사 지연 한몫
  •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 국토교통부.ⓒ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폴크스바겐 사태와 관련해 환경부 조사 이후에나 연비 재검증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가운데 소비자를 도외시하는 뒷북행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측정 관련 장비와 전문인력 부족을 들어 국토부가 환경부와 공동조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라는 의견도 있다.

    5일 국토부와 자동차업계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폴크스바겐 사태와 관련해 환경부가 아우디 A3 등의 배출가스 조사에서 조작사실을 먼저 확인하면 연비와의 연계성을 분석하겠다는 태도다.

    환경부는 폴크스바겐 차량이 미국과 유럽에서 문제 된 것처럼 국내 판매 차량에서도 배출가스 저감장치를 조작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됐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조사에 착수했다. '임의 설정' 장치 장착 여부는 다음 달 중 발표할 예정이다.

    폴크스바겐은 자동차 승인검사 때처럼 엔진과 바퀴만 구동되고 핸들이 움직이지 않을 때는 배출가스 저감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핸들 등을 조작하는 실제 운전 상황에서는 저감장치가 자동으로 꺼지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했다가 미국 등에서 적발됐다.

    자동차 업계와 전문가들은 저감장치가 꺼지면 연료가 덜 소모돼 연비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환경부 조사에서 조작이 확인되면 배출가스와 저감장치, 연비의 상관성을 분석하고 연비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확인되면 연비 재검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연비와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 등을 조사하며 분석을 위한 기초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국토부 자동차운영과 관계자는 "미국 환경보호청(EPA) 발표에도 배출가스 조작과 도로주행에서 40% 배출가스가 더 나온다는 것만 확인됐을 뿐 연비에 관한 언급은 따로 없었다"며 "환경부 조사에서 먼저 (자동차 승인검사 때처럼) 실험실에서 엔진과 바퀴만 구동될 때도 임의 설정이 있었는지 확인하고 연비 재검증을 하는 게 (절차상) 맞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완성품 단계에서 제조업체의 기술적인 협조가 없으면 임의 설정 여부를 밝히는 게 쉽지 않겠지만, 기술적으로 불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제조업체 협조가 없다면) 다른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토부가 절차를 이유로 국민이 관심을 두는 연비 재검증을 미루는 것은 뒷북행정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환경부 조사과정에서 사실상 연비와 관련한 검증자료도 같이 확인할 수 있다"면서 "비록 공인된 연비는 아니더라도 환경부와 국토부, 산업부 등이 공동 조사를 벌이면 소비자가 많이 궁금해하는 연비 재검증도 빨리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정부는 애초 유로 6 기준에 따른 차량만 조사한다 했다가 전문가들이 유로 5 기준에 따라 2009년 이후 판매된 차량도 함께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해 조사범위가 확대됐다"며 "폴크스바겐이 2009년 이후 판매 차량의 리콜 계획을 밝힌 건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에 문제가 있다고 자인한 셈으로 (국토부는) 미국이나 제조업체의 발표를 따라가는 뒷북행정 말고 소비자의 궁금증을 풀어줄 적극적인 행정을 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GR은 연소한 배출가스를 엔진 연소실로 재유입해 질소산화물을 발생시키는 산소 농도를 낮추는 장치다.

    김 교수는 다만 정부 부처 공동조사가 여건상 녹록지는 않을 수 있다고 부연했다. 국내 측정장비와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운행 도중에 배기가스 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이동식배출가스측정장비(PEMS)가 고가여서 국내 4대밖에 없는 것으로 안다"며 "차량에 장비를 장착하는 데만도 하루가 걸리고 (계측, 분석과 관련한) 전문인력도 많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자동차 배출가스는 환경부, 연비와 안전성은 국토부가 각각 담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