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펀드 만기 내년 6월로 임박
국내외 LP "수익률 기대 접었다"
  • ▲ HK저축은행의 매각가가 2천억원을 약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바이아웃'의 귀재로 불렸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뉴데일리 DB
    ▲ HK저축은행의 매각가가 2천억원을 약간 웃돌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바이아웃'의 귀재로 불렸던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체면을 구기게 됐다.ⓒ뉴데일리 DB

     

    "매각대금 2000억원은 틀린 얘기입니다."

    HK저축은행 최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22일 "인수주체인 JC플라워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중으로 조만간 딜이 완료될 것"이라며 "관심을 모으고 있는 매각대금도 2000억원은 상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JC플라워가 최근 인수한 KT캐피탈을 HK저축은행의 인수 주체로 내세운 상태"라며 "KT캐피탈이 두산캐피탈과의 연내 합병을 고려하고 있는 만큼 시기도 앞당겨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IB업계에서는 이달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한 뒤 가격 조정을 거쳐 연내 금융당국에 대주주 변경 심사까지 모두 마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A 업계에서는 주가순자산비율(PBR) 1배 수준인 2300억원 수준을 점치고 있다.

    최소 3000억원 이상을 희망했던 MBK의 바람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하지만 저축은행 업황 악화와 오랜기간 매각실패에 따른 LP들의 피로감을 고려해 양측이 접점을 찾은 모양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시간에 쫓긴 MBK가 9년전 인수가격 수준인 2000억대 초반에 HK를 매각하는 것을 '굴욕'으로 여기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06년 1조원 규모의 1호 펀드로 현대캐피탈과 공동으로 HK저축은행을 인수한 이후 2008년과 2011년 등 해마다 매각을 추진했지만 저축은행 사태 등으로 차질을 빚자 인수금융을 리파이낸싱하며 버텨왔다.

    그 MBK 1호펀드의 만기가 내년 6월로 임박했다. 자칫 이번에도 매각시기를 놓치면 리파이낸싱에 대한 이자 부담이 더욱 늘어나게 된다. MBK는 그동안 HK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배당금도 모두 인수금융 원리금을 갚는데 소진해 왔다.

  • ▲ HK.저축은행 본점 사옥ⓒ네이버 DB
    ▲ HK.저축은행 본점 사옥ⓒ네이버 DB

     

    위기에 몰린 MBK에 그나마 숨통이 트인건 최근이었다.

    막판 쟁점이었던 증권발행 제한, 감사인 지정 등의 증선위 징계는 이미 실사과정에 모두 반영돼 JC플라워측이 더이상 문제삼지 않기로 했다. 1호펀드에 참여한 캐나다연기금 씨티 모건스탠리 쿠웨이트투자청 스위스재보험 농협 군인공제회 국내외 주요 LP들도 매각이 잇따라 무위에 그치자 수익률에 대한 기대를 접고 MBK측에 조속한 매각을 요구했다.

    지난 7월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후 실사를 마친 뒤에도 가격조건을 이유로 SPA를 미뤘던 JC플라워도 KT캐피탈 인수후 사뭇 태도가 달라졌다. 기업여신비중이 높은 KT캐피탈과 개인소매금융으로 특화된 HK저축은행이 연계됐을 때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HK저축은행의 영업 포트폴리오 중 개인신용대출 비중은 35%로 저축은행 평균 20%를 훨씬 상회하고 있다. 또 최근 인수한 두산캐피탈과 KT캐피탈의 연내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JC플라워의 마음을 급하게 했다.

    JC플라워 측 관계자는 "두 캐피탈사의 합병 시기는 HK저축은행 인수 직후가 될 것"이라며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연말 쯤 모든 딜이 끝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HK저축은행은 2014년 회계연도(2014년 7월~2015년 6월) 기준 자산규모는 2조543억원이며 5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건전성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의 자기자본비율도 13.9%로 업계의 상위권에 속한다.

    한편 골드만삭스 파트너 출신 '주니어 크리스토퍼 플라워'가 설립한 JC플라워는 전세계 14개국 32개 금융회사에 20조원을 투자한 금융회사 전문 PEF로 HK저축은행과 KT캐피탈 인수를 위해 7000억원 규모의 한국 금융기관 투자용 펀드를 별도로 조성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