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1934개 내달 신용위험평가 발표 주채무계열 대기업 11월 추가 신용평가
  • ▲ 옥석 가리기에 나선 은행들의 추가 충담금 부담이 2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뉴데일리 DB
    ▲ 옥석 가리기에 나선 은행들의 추가 충담금 부담이 2조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뉴데일리 DB

     

    한계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됐다.

    은행들은 당장 내달 1934개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위험평가를 내놓는다.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들로 회생 가능성 판단이 예전 보다 한층 엄격해질 전망이다.

    연간 1회인 대기업 신용위험평가도 다음달 한차례 더 실시한다. 신용공여액이 지난해말 기준 303조로 불어난 주채무계열 대기업집단이 대상이다.

    대기업 신용위험 평가 TF까지 만든 금감원은 "연말까지 마무리하라"며 은행권을 독려하고 있다. 주채무계열 대기업과 일반 대기업, 중소기업을 망라한 좀비기업 솎아내기가 본격화되는 셈이다.

     

  • ▲ 은행장들을 불러모은 진웅섭 금감원장은
    ▲ 은행장들을 불러모은 진웅섭 금감원장은 "비에 홀딱 젖은 기업에 우산을 씌워줄 필요는 없다"며 은행권에 옥석 가리기 주문을 쏟아냈다


    은행의 부실자산 처리기관인 유암코도 11월부터 칼을 빼든다. 4조2000억원의 '실탄'을 확보해 놓고 구조조정 채권과 주식을 최대 28조원어치 사들일 계획이다. 금융권 대출 500억원 이상 기업 중 신용등급이 C등급(워크아웃 대상·16곳) D등급(법정관리 대상·19곳)으로 분류된 기업 35곳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유암코는 구조조정 대상에 오른 기존 35곳뿐 아니라 올해 금융권 대출 500억원 이상인 기업 572곳에 대해 연말까지 선별작업도 벌인다. 영업현금흐름과 이자보상배율 등 기존의 재무적 평가요소뿐 아니라 오너의 자세와 지배구조, 영업전망 등 非 재무적 요소까지 다 들여다 볼 예정이다.

    회사채 등 시장성 차입이 높거나 채권단 간 이견으로 기존의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 방식으로 구조조정이 곤란한 기업들이다. 구조조정 대상인 C, D등급을 받는 기업이 무더기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은행도 기업도 불안감이 상당하다.

     

  • ▲ 유암코는 대출 500억 이상 기업 572곳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자료=금융위
    ▲ 유암코는 대출 500억 이상 기업 572곳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자료=금융위


    하지만 당국의 메시지가 분명한 만큼 은행들은 대출채권 부실화에 대비한 대손충당금 적립 규모도 늘려야 한다. 추가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는 은행권 전체로 2조원에 육박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조선, 해운, 건설 등 부실위험업종의 기업여신 중 10%만 고정 이하(3개월 넘게 연체)의 부실로 분류하더라도 은행들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은 1조745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조원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한계기업의 은행권 총부채가 283조원에 이를 것으로 파악했다. 정책금융을 취급하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특수은행들의 비중이 높았지만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의 익스포저도 적지 않다.

    이 가운데 주채권은행이 드러난 부채는 130조에 달했다. 역시 산업은행이 3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우리은행(28%)과 KEB하나은행(16%)의 부담이 다른 은행에 비해 컸다. 신한은행과 KB금융의 포션은 8%와 7%였다.

    우리와 하나은행은 두 곳 다 이런 위험을 반영하고도 남을 정도로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절대적으로 낮기 때문에 주가 등에 우려할 만한 악영향은 없을 이라는 진단이지만 충당금 폭탄은 불가피하다. 매각을 앞둔 우리은행이나 전산통합 등 M&A 뒷마무리를 해야 하는 하나은행 입장에서는 악재 중 악재일 수밖에 없다. 은행 처지에서 기업 구조조정은 자칫 여신손실로 이어질 수 있어 수익에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 ▲ 가뜩이나 수익이 주는 4분기, 은행들은 구조조정 이슈에 전전긍긍이다 @제공=금감원
    ▲ 가뜩이나 수익이 주는 4분기, 은행들은 구조조정 이슈에 전전긍긍이다 @제공=금감원


    계절적으로 4분기에는 은행의 수익이 줄어든다. 기본적으로 고정이하 여신인 부실채권(NPL) 상각과 매각이 많아 매각가격에 따른 변동성이 크다. 판매관리비 이슈와 일회성 요인 등으로 실적이 감소한다. 올해는 여기에 기업 구조조정 이슈까지 더해졌다.

    "비에 홀딱 젖은 기업을 골라내라"는 당국의 요구도 숨가쁘다. 청산가치와 존속가치, 미래가치 등을 살펴보고 오너리스크까지 감안해 회생가능성을 판단하라는 요구는 은행으로서는 큰 숙제다. 잘해야 본전도 안된다는 기업 구조조정은 늘 배임 후유증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과 맞물려 부실 완충력을 높여야 하는 은행권이 충당금 숙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