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생명이 5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키로 결정한 가운데 보험금지급여력(RBC)비율이 15%포인트 내외로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경영자율화를 선택한 대신 RBC 민감도가 커진 상황이기 때문에 이번 거래가 자칫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예금보험공사가 보유 중인 자사주 6500만주(지분율 7.5%)를 주당 7987원에 블록딜(시간외대량매매) 형식으로 취득한다고 전일 공시했다. 이 금액은 전일 종가였던 8320원에서 4% 할인된 금액으로, 취득가 총액은 5203억원 규모에 달한다.

    한화생명이 기업공개(IPO)할 당시 24.75%였던 예금보험공사의 지분이 지난 3월 2% 매각에 이어 이번에 7.5%를 또 매각함에 따라 예보의 한화생명 지분은 15.25%로 감소하게 됐다. 잔여 지분에 대해서는 지난 3월과 동일하게 6개월 보호 예수가 설정됐다.

    이번 자사주 매입으로 한화생명은 13.5%로 지분율이 확대됐다. 자사주 취득 자체가 시간외대량매매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수급적 이슈는 발생하지 않아 당분간 오버행 우려는 크게 축소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다만 이번 대규모 자사주 매입에 따라 RBC비율은 다소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다. RBC비율은 필요한 자본 대비 가용자본의 비율로 보험사에 적용되는 자기자본 규제 제도다. 보험사가 책임준비금 외에 추가로 순자산을 보유토록 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하더라도 보험계약자에 대한 보험금 지급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다. 보험업법은 보험회사의 RBC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감독당국은 이보다 높은 150% 이상을 유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예보의 지분율이 20% 이하로 낮아짐에 따라 경영 자율화를 확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자사주를 통한 지분 매입 추진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이번 블록딜로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15%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RBC 민감도가 커진 상황에서 자칫 부담이 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강 연구원은 "올 상반기 말 기준 한화생명의 RBC비율은 293%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블록딜이 큰 부담이 발생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면서도 "지난해 만기보유증권의 계정 재분류로 인해 금리 변동에 따른 RBC 민감도가 커진 상황이어서 이번 거래가 부담 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정길원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충분한 여유가 있다는 반론을 내놓기도 했다. 오히려 IFRS4 2단계 도입 대비 여부 등이 부담이란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자사주 매입 이후 한화생명의 RBC비율 하락분을 반영해도 280% 수준에 달해 충분한 여유가 있다"며 "한화생명은 손해율 개선과 두 차례의 구조조정 이후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중 금리의 방향성과 내년부터 가시화될 IFRS 2단계 도입에 대비한 부채적정성 평가 강화, 배당성향 수준을 포함한 규제 변화 등 생보업계의 공통적인 외부변수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