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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금리 대출 시장을 두고 시중은행 간 경쟁이 예고된 가운데 기업은행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상반기까지 시장 선점 의욕을 나타냈으나 서울보증보험과 제휴 무산으로 관련 사업을 접은 것. 반면 경쟁은행은 독자 신용등급 모델 개발로 시장 진출을 꾀하는 등 기업은행과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은행과 부산은행은 올해 하반기 '써니뱅크', 'B뱅크' 등 모바일 전문은행 출시를 앞두고 내부 최적화 작업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핀테크 회사인 '비모'와 손잡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활용한 자체 신용등급 모델을 개발하고, 부산은행도 자체 신용평가 방식을 활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출범할 모바일 전문은행들은 우리은행이 출시한 '위비뱅크'처럼 중금리 대출 상품을 취급할 계획이다. 유통, 게임업체와 제휴를 통한 새로운 콘텐츠도 제공하며, 자산관리 서비스 등 금융서비스도 탑재할 계획이다.
올해 금융당국은 중금리 대출 상품 활성화를 위해 시중은행에 신용등급 4~7등급 해당 고객을 위한 상품을 확대할 것을 지속적으로 독려해왔다. 이에 상반기 우리은행은 '위비뱅크'를 통해 중금리 대출상품을 출시했고, 뒤이어 기업은행도 모바일 통합플랫폼 'I-ONE 뱅크'에 중금리 상품을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저신용자 신용등급 산출에 있어 노하우를 갖고 있는 서울보증과 업무 제휴를 체결하고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선보이려 했지만, 서울보증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계약을 미뤘다. 독자적인 신용등급 모델 개발 대신 서울보증과의 계약에만 매달리다 결국 중금리 대출 서비스 출시에 실패한 것.
다만 기업은행은 I-ONE뱅크에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탑재하는 대신 당행 고객(1~7등급·금리 3~9%)만 사용할 수 있는 '아이원 직장인스마트론'을 출하고, 인터파크 주도의 인터넷 전문문행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인터넷 전문은행을 통해 중금리 대출 시장을 창출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이 인터파크 컨소시엄을 인가하지 않으면, 중금리 대출 시장에서 기업은행 입지는 훨씬 줄어들 전망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중금리 대출 활성화 정책으로 올해 시중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중금리 상품을 출시했다. 다만 이 상품들은 당행 고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제한적이며,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시중은행이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 대출을 취급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핀테크 기술을 접목시키기 쉽고 유연성을 갖출 수 있어 앞으로 모바일 전문은행이나 인터넷 전문은행 등 새로운 플랫폼이 계속 등장할 것"이라며 "결국 시중은행들도 우리은행의 '위비뱅크'처럼 별도 플랫폼을 통해 중금리 대출 상품을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기업은행 관계자는 "상반기에 서울보증과 계약을 통해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출시하려 했으나 지금은 추진하고 않고 있다. 인터넷 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키로 했지만 아직 예비인가가 나지 않은 상황이라 어떤 방식으로 중금리 대출 서비스를 운영할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