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연속 국내금융 '톱' … 상반기 이익 1조 돌파, 누적 2조 눈 앞
  • ▲ 한동우 회장式 아문센 경영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톡톡한 성과를 누리는 '따뜻한 금융'의 현주소다.ⓒ뉴데일리 DB
    ▲ 한동우 회장式 아문센 경영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톡톡한 성과를 누리는 '따뜻한 금융'의 현주소다.ⓒ뉴데일리 DB


    "신한만 같아라."

    신한금융지주(회장 한동우)를 바라보는 여타 금융그룹의 시선엔 늘 부러움과 질시가 교차한다. 안팎으로 팍팍한 금융환경에서도 신한금융은 변함없이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 벌써 6년 연속 수익 1조를 달성했고 8년 연속 금융그룹 1등 순이익 시현이 목전이다. '관리의 신한'이라는 별칭답게 리스크 관리와 포트폴리오 다각화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금융당국의 입에서 조차 "신한을 닮으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런 가운데도 매트리스 조직으로 특화된 신한맨들은 '성공의 덫'을 경계하며 쉼이 없다. '1등 이상'의 미래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따뜻한 금융, 착한 은행을 모토로 삼은 부드러운 카리스마 한동우 회장의 경영철학이 어느새 만개한 모습이다.

     

  •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주창한 '따뜻한 금융'은 어느새 그룹 전반에 녹아들었다ⓒ뉴데일리 DB
    ▲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주창한 '따뜻한 금융'은 어느새 그룹 전반에 녹아들었다ⓒ뉴데일리 DB

     

    ◇ 만개한 '따뜻한 금융'...

    지난 2011년 신한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한동우 회장은 '주주와 고객' 이익 극대화를 기치로 내걸었다. "성과없이 권한없다"며 천황이 아닌 새로운 오너십과 리더십을 선보였다.

    '비올 때 우산을 뺐지 않겠다'며 따뜻한 금융의 천착을 시도했고 돈을 빌려주기 보다 돈을 불려주겠다며 리스크 관리와 자산운용 등 은행 본연의 역할을 강조했다. 사내 정치가 필요없는 조직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꾸준히 실천했다.

    글로벌 현지화 및 신시장 개척, 은퇴 비지니스 차별화 등 한동우式 아문센 경영으로 신한맨들의 호응을 얻었다. 세이브 이상의 경영성과를 선보인 한동우 회장은 연임에 성공했고 그의 경영철학은 어느새 조직전반에 녹아들며 톡톡한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 발표한 신한금융그룹(회장 한동우)의 3분기 누적 순익은 1조9631억원으로 2조가 눈 앞이다. 전년 대비 11% 이상 성장한 호실적이다. 2010년 이후 벌써 6년째 반년 실적이 1조를 넘어섰다.

    2분기 연속 6000억원대의 실적 유지는 시장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이대로라면 연말 국내 금융그룹 1등 순이익 실현은 따놓은 당상으로 2008년 이후 8연패가 기대된다.

    기준 금리 인하에 따른 순이자마진(NIM) 축소 영향에도 신한의 방어기조는 견고하다. 3분기 누적 이자이익은 4조9637억원으로 전년비 1.9% 감소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2분기와 3분기에는 각각 1.2%, 1.4% 증가했다. 중소기업 등 원화대출이 6.5% 증가하는 등 자산성장 정책과 유동성 핵심예금 및 예대율 관리가 빛을 발한 결과다.

    신한의 강점인 안정적인 포트폴리오는 비은행 부문과 비이자 부문의 이익 증가에서 더욱 두드러졌다. 비은행 그룹사의 3분기 당기순이익 합은 8743억원으로 19.6% 증가했다.

    금융투자의 경우 PWM과 CIB 부문에서 수수료 수익이 증가한데다 운용자산 확대에 따른 자기매매 이익 증가로 전년 동기 대비 112.6% 증가했다. 생보, 카드, 캐피탈, 저축은행 등 어느 부문 하나 빠짐이 없다. 이익 실현의 관건이던 은행의 대손비용(그룹의 대손비용율 49bp)도 감소세로 바뀌면서 실적 견인의 원동력이 됐다.

     

  • ▲ 벌써 '성공의 덫'을 경계하는 한동우 회장의 지향은 '1등 이상'이다.ⓒ뉴데일리 DB
    ▲ 벌써 '성공의 덫'을 경계하는 한동우 회장의 지향은 '1등 이상'이다.ⓒ뉴데일리 DB


    ◇ 새삼 주목받는 한동우式 경영..."남을 돋보이게 해라"

    신한은행 창립 멤버로 1982년부터 30여년 신한그룹에 몸담은 한동우 회장은 뼛속까지 '신한맨'이다. '신한의 성장이 나의 성장'이라는 생각으로 젊음과 열정을 바쳐온 한 회장은 신한의 후배들에게 '뉴 신한'을 만들어주고 싶어한다.

    그래서 정치권이나 사내 파벌에 매달리는 금융권 고질의 기업문화를 송두리째 뽑아버렸다. "사내 정치 필요 없는 회사 만들겠다"는 구상이었다.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을 회사가 알아주는 것 만큼 좋은 경영 방침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자격요건에 나이 기준을 강화해 연임시엔 임기 중이라도 만 70세가 되면 퇴임하는 룰을 도입하며 스스로 모범을 보였다. 지배구조와 후계시스템 개선에 매진한 이유다.

    매트릭스(matrix) 방식의 사업부문 경영관리체계라는 새로운 모델이 정착한 모습이다. 계열사 사장보다 하위 직급인 부행장급이 부문장을 맞아 업무 중심의 협력을 이끌어내도록 했다.

    은행, 증권, 보험 등의 이질적 조직의 협력 모토는 고객 우선이다. 주요 자회사 대표, 임원이 참여하는 '그룹 경영회의'도 천황식 경영체제를 탈피하기 위함이다. 일각에서는 전임이나 타 금융그룹 회장에 비해 카리스마가 없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그는 타협하지 않았다.

     

  • ▲ 한동우 회장은 신한의 후배들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조언한다ⓒ뉴데일리 DB
    ▲ 한동우 회장은 신한의 후배들에게 "정치하지 말라'고 조언한다ⓒ뉴데일리 DB


    "야구에서 포지션을 잘 잡은 수비수는 몸을 던지지 않고도 공을 쉽게 처리합니다. 하지만 그의 플레이는 눈에 띄지 못합니다." '무지명 무용공(無智名 武勇功·전쟁을 잘하는 자의 승리는 명성이나 공적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손자병법 군형편의 가르침이 그의 좌우명이다.

    신한의 조직문화에는 독특함이 있다.

    보험사에서 보험왕을 뽑듯 우수한 영업성과를 낸 사람에게는 시끌벅적하게 내 일처럼 축하를 해준다. 매년초 모든 임직원이 거리에 나와 지나는 행인들에게 인사를 하는 곳도 신한은행이 유일하다.

    "주인정신이란 내가 신한의 주인이고, 신한이 잘 될수록 신한의 주인인 나도 성장한다는 믿음"이라며 "내가 회사를 키운다는 자세로 맡은 일에 임하면 회사의 발전과 함께 여러분 개개인 역시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게 한 회장의 설명이다.

     

  • ▲ 한동우 회장이 꿈꾸는 신한의 미래는 글로벌 신시장 개척과 신한式 디지털 뱅크 진출이다ⓒ뉴데일리 DB
    ▲ 한동우 회장이 꿈꾸는 신한의 미래는 글로벌 신시장 개척과 신한式 디지털 뱅크 진출이다ⓒ뉴데일리 DB

     

    ◇ "성장의 덫을 경계하라"

    벌써 임기 5년차를 맞은  한동우 회장의 성과는 눈부시다. 하지만 한 회장의 시선은 현실 안주 보다 미래 도전으로 향하고 있다.

    아문센 경영이 대표적이다. 남극탐험에 나선 아문센이 험한 날씨가 좋아지기만을 기다리기보다 철저한 준비와 전략으로 밀어붙여 목표를 달성한 것처럼 위기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다.

    이런 기조아래 한 회장은 요즘 "성장의 덫을 경계하자"며 신한맨들을 분주히 독려하고 있다. 미래설계센터를 세우는 등 은퇴시장에서 보폭을 크게 확대 중이다. 능동적으로 새 먹거리를 발굴, 수익원을 다양화하기 위한 시도다.

    적극적인 해외진출로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1993년 1개 점포, 자본금 1000만달러로 시작한 신한베트남은행은 10개 지점, 자기자본 3억5200만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베트남에 진출한 세계적인 금융사들과 당당히 경쟁하며 HSBC에 이어 순이익 2위를 달리고 있다. 이익의 10%를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창출하겠다는 구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모바일, 디지털 금융 등 첨단 기술 등장과 함께 새로운 금융 트렌드 리드에도 분주하다. 한동우 회장은 "앞으로 초연결사회가 될 텐데 어떤 격변이 일어날지 궁금하다"며 일찌감치 그룹내 스마트 금융팀을 만들어 대비하고 있다.

    가령 인터넷 뱅크 결합에서 신한이 빠진 것에 우려가 높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2000년도에 인터넷뱅킹이 도입되면서 이제 금융거래의 90%가 비대면 거래다. 은행의 점포가 필요 없을 것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일각에서는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면서 하이터치가 더 중요해졌고 일부 은행은 다시 상담 창구를 만들고 있는 추세다. 사람 사이의 진실한 만남은 변치 않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에두른 표현이지만 "알리바바와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정교한 대응을 준비중이다. 보험사들까지 포함된 복합점포 붐에도 서두르지 않는다. 신한생명 산파역을 맡았던 전문가 답게 '신한다움'의 모델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