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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이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한다. 양사는 향후 사우디 내 조선, 엔진, 플랜트 등 분야에서 합작 사업을 추진해 갈 계획이다.
최근 조선산업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는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중동 내 입지 확대는 물론 다양한 수익창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포스트 오일시대를 맞아 산업다각화를 진행 중인 사우디의 경우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 플랜트 기술을 전수받게 됐다는 평가다.
이번 사우디 협력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한 것은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상무)으로 알려졌다. 정몽준 아산재단이사장의 장남인 정 총괄부문장은 지난해 10월 상무로 진급하며 경영일선에 첫 발을 디뎠다.
그는 비교적 조용한 행보를 이어왔는데, 이번 굵직한 프로젝트 완수를 시작으로 현대중공업의 본격적인 3세경영이 시작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조선·엔진·플랜트 합작사업 추진…중동 내 입지강화 기대
현대중공업은 지난 11일 사우디 아람코와 포괄적 전략 협력관계 구축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서명식에는 알 나세르(Al Nasser) 아람코 사장, 정기선 현대중공업 기획실 총괄부문장, 김정환 조선사업 대표, 박철호 플랜트사업 대표 등이 참석했다.
현대중공업과 아람코는 이번 MOU를 계기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사업 협력관계를 만들어 갈 예정이다.
우선 아람코와 사우디 국영 해운사 바리가 추진 중인 현지 합작 조선소 건립을 현대중공업이 지원한다. 대신 현대중공업은 사우디 내 발주되는 선박에 대한 수주 우선권을 갖고, 조선소 운영 등에도 참여한다.
또 현대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힘센엔진'의 중동지역 수출, 엔진 현지 생산 및 A/S사업 등 선박용 엔진분야에서도 양사는 공동사업개발을 논의하게 된다.
플랜트 사업에서도 양사는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지 수주 확대는 물론 아람코의 현지 금융, 인력 지원 등을 통해 대형 EPC사업의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과 아람코는 정유, 전기전자 사업 등에서도 광범위한 협력방안을 논의해 가기로 했다. 업계는 이번 MOU를 두고 현대중공업의 중동 내 입지 강화는 물론 다양한 부가수익 창출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평가한다.
◇정기선 상무 TF팀 진두지휘…3세경영 신호탄 해석
양사의 이번 MOU 체결은 지난 3월 알 팔리(Al Falih) 당시 아람코 사장(현 아람코 회장, 사우디 보건부 장관)의 현대중공업 방문과, 4월 알 나이미(Al Naimi) 사우디 석유장관 및 아람코 이사진의 연이은 현대중공업 방문으로 시작됐다.
당시 영접에 나섰던 정기선 총괄부문장은 즉시 TF팀을 꾸려 협력사업 준비에 착수하는 등 이번 프로젝트를 진두지휘 했다. 이후 수차례 사우디를 방문해 실무협상을 주도했으며, 이번 프로젝트의 시작단계부터 MOU체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챙겼다.
정 총괄부문장은 "지난 1976년 현대그룹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인 사우디 주베일 산업항 공사의 성공적 수행을 통해 그룹의 성장을 이룬 것은 물론 사우디 산업발전에도 많은 기여를 했다"며 "이번 현대중공업과 사우디 아람코와의 협력관계 구축은 우리나라 조선, 플랜트 산업을 재도약 시키는 좋은 기회가 될 뿐 아니라, 사우디 경제발전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정 총괄부문장의 역할과 비중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현대중공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