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계 가능한 캐피탈사 20곳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이 전년동기대비 20% 넘게 신장한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은행과 카드사들이 기존 캐피탈사들의 먹거리였던 자동차 할부금융리스사업에 뛰어들면서 더욱 치열해진 업황임에도 크게 선전했다는 평가다.

    금융감독원에 27일 이날 현재까지 3분기 결산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캐피탈사 20곳은 올 들어 1~9월 동안 1조44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351억)보다 25.01% 오른 수준이다.

    순익 규모별로 보면 현대캐피탈이 홀로 244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20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2000억대를 넘어섰다. 지난해 3분기 누적 현대캐피탈의 당기순이익은 1927억원으로, 이에 비하면 27.09% 성장한 것이다. 이 회사는 같은 기간 매출액은 8.93% 오른 2조4056억원, 영업이익은 13.21% 증가한 3000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의 실적이 타사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은 이유는 대주주인 현대·기아차의 무이자 행사 등 지원사격을 받아 자동차할부금융 시장에서 승승장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현대·기아차 취급액에 따른 캐피탈사업계의 시장점유율을 보면 3분기 말 누계 기준 현대캐피탈이 70.92%로 압도적이다.

    미래에셋캐피탈은 현대캐피탈에 이어 가장 높은 순익을 냈지만, 전년동기(2183억)대비 14.93% 줄어든 1857억원의 누적 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역신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2.39% 늘어난 6조9952억원, 영업이익은 25.90% 감소한 2117억원이었다.

    이는 그간 지적돼 왔던 미래에셋캐피탙의 수익 의존도 구성비에 따른 금융투자상품 손실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미래에셋캐피탈은 3조4030억원의 금융투자상품 손실을 입었으며, 외환거래 손실액도 953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른 순금융손익은 전년동기(7059억)대비 12.44% 감소한 6181억원이었다.

    앞서 미래에셋캐피탈은 신기술금융리스업으로 금융위원회에 등록해 놓고도 배당금수익과 이자수익 등의 비중이 높아 금융당국으로부터 여신전문금융업과 신기술금융리스업 비중을 확대할 것을 주문 받았다. 미래에셋캐피탈의 배당금수익과 이자수익 등에 대한 영업수익 의존도는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60%가 넘는다. 신기술금융수익 비중은 지난해 0.57%에 불과했다가 올 들어 금융당국의 주문을 받고 38%까지 급격히 확대됐다.

    뒤이어 산은캐피탈이 7.64% 증가한 1043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기업금융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짜여져 있는 산은캐피탈은 현재 매물로 나왔다가 한 차례 시장의 외면을 받았다.

    롯데캐피탈의 경우 일반리스사업과 개인신용사업 등 리스크분산 전략으로 24.68% 신장한 78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올 들어 신동주·신동빈 회장 간 '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그룹 오너리스크 외풍에도 견조한 실적을 냈다는 평가다.

    롯데캐피탈의 뒤를 이은 KB캐피탈(525억)과 JB우리캐피탈(511억)은 각각 114.29%, 138.79%의 증가세를 기록하면서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양 사는 최근 새로운 금융지주로 편입되면서 계열사간 시너지 효과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KB캐피탈은 舊우리파이낸셜이 지난 2014년에, JB우리캐피탈은 舊 우리캐피탈이 지난 2012년에 간판을 바꿔 달았다. 김재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기존 우리은행보다 고객기반 및 지점망에 있어 리테일(retail)에 보다 특화된 은행인 가운데 KB금융의 이익 다변화를 위한 그룹의 지원이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밖에 하나캐피탈(510억)·IBK캐피탈(478억)·아주캐피탈(440억)·신한캐피탈(413억)·BNK캐피탈(408억) 등은 11.32~44.68%에 이르는 성장세를 기록했다.

    최근 신용등급이 'A+·안정적'에서 'A0·안정적'으로 하향 조정된 KT캐피탈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50% 넘게 급감한 288억원이었다. 손소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부 거액여신의 부실 발생에 따른 자산건전성이 저하됐고, 지난해 KT ENS 관련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채권과 LG 실트론 인수금융 관련 보고펀드에 대한 대출채권 등의 부실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KT캐피탈 관계자는 "KT그룹 소속이었을 당시 보유하던 BC카드의 자산을 KT그룹에 다시 넘기면서 연결 기준으로는 당기순이익이 급감했다"며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올 3분기 동안 전년동기(266억)대비 6.02% 줄어든 250억원의 당기순익을 냈다"고 말했다. KT캐피탈은 지난 8월 미국계 사모펀드 JC플라워에 인수된 바 있다.


    또 메리츠캐피탈(278억)과 효성캐피탈(200억), NH농협캐피탈(180억) 등은 누적 당기순이익이 세자릿수대를 기록했다. 씨티캐피탈(53억)과 DGB캐피탈(52억), 한국투자캐피탈(21억) 등은 두자릿수대를 기록한 반면에 큐캐피탈과 두산캐피탈은 각각 20억원, 2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황석규 교보증권 연구원은 "올 들어 복합할부금융 상품이 폐지되면서 카드사의 자동차 할부금융 진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등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면서도 "캐피탈사들의 주 수익원이 자동차할부금융은 업무 특성상 채널영업과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기 때문에 업력과 네트워크 기반이 있는 기존 캐피탈사들의 시장점유율을 훼손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