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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주의 도입을 앞둔 금융 공기업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내년에 제도를 본격 도입하면 성과에 따른 직원 '줄세우기'로 인해 내부 불만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17일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 관련 금융공기업의 인사·교육·보수 등 전반적인 조직관리 현황을 파악하고 국내외 사례를 현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종룡 금융위원장도 당초 금융권 성과주의 문화 확산을 주요 금융개혁과제로 꼽고, 단계적 도입 방안을 마련해 연내 발표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입장을 바꿨다.
기업은행과 금융산업 노조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반대 입장을 강력히 피력하는 등 성과주의 도입이 금융권 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기 때문.
임 위원장은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 정부 소유 기관을 대상으로 성과주의 도입 여부를 검토하되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준비하겠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금융 공기업들은 이미 성과주의를 도입해 시행중인데 금융당국이 이러한 현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신용보증기금은 영업점의 경우 상·중상·중·중하·하 5단계로, 본점은 상·중·하 3단계로 나눠 상대평가 후 실적에 따라 성과급을 차등 지급한다.
기술보증기금 역시 상위직급을 대상으로 성과연봉제를 운영 중이며, 하위직급도 6개월 단위로 성과를 평가하는 저성과자 차등제를 시행하고 있다. 기보 내 성과연봉제를 적용받는 대상이 전체 직원에 20%에 달하며 상위직급은 성과연봉 비중이 높고 차등 폭도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금융 공기업 관계자는 "공공기관은 인건비 예산이나 임금 인상률이 정해져 있다. 결국 정해진 예산 안에서 직원들의 성과에 따라 인위적으로 순위를 매겨 임금을 지급해야될텐데, 정확하게 성과를 측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금융당국이 성과주의를 도입하면 이미 운영 중인 성과주의보다 강도높은 줄세우기를 할 수 밖에 없다. 직원마다 소수점 차이로 임금이 달라질테고, 정해진 예산 안에서 제로썸 게임 형태로 임금 체계가 개편될텐데 내부 직원들이 이를 수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은 아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 역시 시한에 얽매이지 않고 이를 검토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금융 공기업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일단 현황 파악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