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준공 후 미분양 장기 평균의 47.6% 수준… 건설사 공급물량 자율조정 기대분양시장 위축 반대급부로 뉴스테이 활성화 기대 시각도… 소비심리 대책 없어 '불안'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주택시장에 공급과잉이 현실화되면서 미분양 증가율이 '우려스러운' 수치까지 오르는 등 경고음이 울리고 있지만, 국토교통부는 느긋한 태도다.

    미분양 급증의 원인을 연말 공급물량 집중과 기대수요 이탈로 보는 가운데 인위적인 물량 조정이나 별도의 부동산 대책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통계상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감소하는 등 아직 개입할 시기가 아니어서 시장 추이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분양시장 위축의 반대급부가 국토부 역점사업인 기업형 임대주택(뉴스테이)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마저 감지된다.

    그러나 최대 변수로 꼽히는 시장의 기대수요 이탈에 대해선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어 안이하게 대처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국토부에 따르면 11월 말 현재 미분양 주택은 4만9724가구로 한 달 새 54.3%(1만7503가구) 급증했다.

    이전까지는 2003년 12월 전달보다 36.3%(1만190가구) 늘어난 게 최고 증가율이었다. 물량으로는 2008년 6월 전달보다 1만9060가구(14.9%) 늘어났던 게 최고였다. 이번 11월 증가물량은 두 번째로 많다.

    국토부는 올해 들어 전반적으로 신규 분양승인 물량이 늘어난 가운데 10월과 11월 신규 분양이 많이 증가한 게 11월 미분양 급증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올해 10월 분양승인 실적은 8만4000가구로 2007년 통계 집계 이후 최고 수준이다. 11월은 7만3000가구로 두 번째로 많다.

    미분양 급증으로 공급과잉이 현실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크다.

    국토부도 공급물량 조정과 함께 기대수요가 회복하지 않으면 분양시장에 하방위험은 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공급물량 강제 조정이나 기대심리 회복을 위한 부동산 대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우선 장기 추세로 볼 때 미분양 규모가 아직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견해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0년부터 올해 10월까지 평균 미분양 주택 규모는 6만6383가구다. 세계 금융위기 이전인 1993년까지 적용 기간을 확대하면 평균 미분양은 7만7000가구다. 장기 추세로 보면 미분양 규모가 크지는 않다는 태도다.

    2008년 이후 과거 4차례 미분양 주택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을 때 상황을 봐도 미분양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이 기간 미분양 주택 현황을 보면 정부가 대책을 내놓기 직전 달의 미분양 주택 규모는 11만∼16만 가구,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5만 가구에 달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이 감소한 것도 한 몫하고 있다.

    11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1만477가구로 10월보다 2.9%(315가구) 줄어 감소세를 이어갔다. 2001년 이후 준공 후 미분양은 평균 2만2005가구로, 47.6%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또한 건설사들이 자율적으로 신규 분양물량을 줄일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12월 분양물량은 3만3000가구로 11월의 절반 이하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며 "건설업계도 스스로 내년 상반기 물량을 조절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강호인 국토부 장관도 기자간담회에서 "건설업체들이 거시경제나 가계부채 상황에 맞춰 자율적으로 (공급을) 조절하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아서 (공급과잉이) 시장에서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토부 일각에서는 일시적인 분양시장 위축이 되레 국토부 역점시책인 뉴스테이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건설사들이 불안한 분양시장에서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임대시장으로 눈길을 돌릴 수 있다는 의견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뉴스테이를 도입한다고 했을 때 부정적인 견해가 많았지만, 건설업계의 적극적인 참여가 도움됐다"며 "미분양 사태가 한편으론 건설사들의 뉴스테이 참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주택시장의 소비심리가 앞으로 크게 나아질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정부와 은행권은 이미 잠재적 뇌관인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관리에 나선 상태여서 주택시장에 미칠 여파가 우려된다. 은행권은 주택담보대출을 내줄 때 앞으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주택구매자금은 원칙적으로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도록 했다.

    지난 16일 발표한 내년 경제정책방향에는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의 보증요건을 강화해 1인당 보증한도·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이 담겼다.

    미국발 금리 인상 이후 시중은행의 대출금리 인상도 예상된다.

    일각에서 국토부가 분양시장의 경고음에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는 거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한국감정원 채미옥 부동산연구원장은 최근 '주택시장 주요 이슈 분석' 보고서에서 "연간 필요 주택 수는 최대 45만 가구인데 2017년엔 50만 가구가 공급돼 5만 가구가 남을 것"이라며 "올해 과잉 공급됐다는 얘기인 만큼 앞으로 집값 하락 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지금부터라도 공급 물량을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처럼 민간택지에서 분양한 물량이 70%에 달하는 상황에서는 인허가 조정으로 물량을 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건설업계에 따르면 미분양을 자율 소화하고 있고 앞으로 분양물량 조정을 통해 시간도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거시경제 변수, 공급량, 통화량 등 주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요인 중 소비심리가 중요하다"며 "(이 부분은)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