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국적 인재 모인 아이디어 창구... "모든 임직원 수평 소통…한국 삼성과 전혀 다른 또 하나의 삼성"
  • ▲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SSIC(Samsung Strategy & Innovation Center) 내부 모습. ⓒ삼성전자
    ▲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SSIC(Samsung Strategy & Innovation Center) 내부 모습. ⓒ삼성전자


    [새너제이(미국)=윤진우 기자]"실리콘밸리에는 굉장히 다양한 이민자들이 있다. 그런 이유로 실리콘밸리는 누구든지 와서 성공할 수 있다. 실리콘밸리는 하나의 생태계라 말할 수 있다"

    손영권 삼성전자 전략혁신센터(SSIC) 사장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배어나왔다. 손 사장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부품 사업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SSIC의 임무에 완벽히 공감하고 있었다.

    지난 8일(미국시간)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박람회 CES 2016을 방문한 기자들이 구글·애플·페이스북의 고향으로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실리콘밸리의 삼성전자 미주법인을 찾았다. 삼성전자의 미국 실리콘밸리 현지 법인 언론 공개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삼성전자 관계자들의 안내에 따라 ▲전략적 투자 ▲파트너십 체결 ▲M&A인수 ▲플랫폼 개발 추진 등을 진행하는 SSIC(Samsung Strategy & Innovation Center), 차세대 미래기술 연구를 위한 연구소 집결 단지 SRA(Samsung Research America), ▲스마트싱스 ▲루프페이 인수 ▲ARTIK 등 플랫폼 개발 성과를 기록한 GIC(global Innovation Center)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 ▲ 삼성전자 SSIC(Samsung Strategy & Innovation Center) 외부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SSIC(Samsung Strategy & Innovation Center) 외부 모습. ⓒ삼성전자


    ◆DS부문 산하 'SSIC', 전 세계 '혁신기술' 발굴 앞장…'개방형 혁신' 추구

    삼성전자는 1983년 판매개발법인으로 실리콘밸리에 처음으로 진출한 뒤 30년 만인 지난해 9월, 연구개발, 마케팅, 고객지원 역량을 한 곳에 결집한 DS부문 미주총괄 신사옥을 산호세에 준공했다. 2013년 DS부문 산하로 설립된 SSIC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삼성의 전략과 혁신을 위한 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SSIC 신사옥은 10층 규모의 연구개발 콘트롤 건물로, 실리콘밸리 인근에서 가장 높게 만들어졌다. SSIC는 반도체 적층 칩 모양을 형상화하며, 삼성전자의 정체성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냈다. SSIC는 전략과 혁신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자랑한다. 직원들은 일과 시간에도 카페나 건물에 있는 정원 등에서 자유롭게 자신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한국의 삼성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출퇴근 시간이 자유롭다. 자신의 신체리듬에 맞춰 밤에 출근해 일하는 직원도 있다"며 "직원들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 자유로운 분위기를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에선 5000명 정도가 사용하는 공간을 SSIC에서는 1200명의 연구원들이 사용하고 있다"며 "SSIC의 연구원들은 수 십개의 휴계공간과 180개의 회의실을 이용해 자유럽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귀뜸했다.


  • ▲ 삼성전자 SSIC(Samsung Strategy & Innovation Center) 내부 카페테리아 모습. ⓒ삼성전자
    ▲ 삼성전자 SSIC(Samsung Strategy & Innovation Center) 내부 카페테리아 모습. ⓒ삼성전자


    SSIC는 삼성의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해 신기술과 혁신 가능성을 발굴하기 위한 개방형 혁신을 추구하고 있다. 이를 위해 SSIC는 실리콘밸리와 함께 한국, 이스라엘, 런던 등에 사무실을 두고 전 세계의 ▲디지털 헬스케어 ▲데이터 센터 ▲클라우드 컴퓨팅 ▲휴먼컴퓨터 소통기술 ▲IoT 부문 등에 대한 혁신적 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손영권 SSIC 사장은 "우리는 지난해에만 1000개 이상의 회사를 만나 그들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관찰했고, 그 중 50여 개의 회사에 투자하는 성과를 냈다"며 "이런 과정 속에서 루프페이 같은 회사를 인수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손 사장은 이어 "IT업계 기술이 PC에서 솔루션, 인터넷,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진행됐다면, 앞으로는 헬스·보안·커뮤니케이션·엔터테인먼트 등으로 폭넓게 확장될 것"이라며 "지금까지 한국 것을 국제적으로 만드는 것에 집중했다면, 이제부터는 국제적인 것을 한국으로 들여와 키울 수 있는 공격적인 인수합병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SRA(Samsung Research America)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삼성전자 SRA(Samsung Research America) 모습.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기어 S2' 라운드형 디스플레이 개발한 'SRA'…폭넓은 '연구개발' 과제 진행


    SSIC에서 차로 10여 분을 이동한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서비스·플랫폼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SRA 사옥이 자리해 있다. SRA는 지난해 출시해 스마트워치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기어S2'의 혁신적 라운드형 디스플레이·회전형 베젤과 '삼성페이'의 스와이프 업, 지문인식 등을 개발한 곳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SRA 사옥을 완공한 뒤 흩어져 있던 다양한 연구소를 한 곳에 집결시켰다. 차세대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다. SRA 역시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제공한다. 기자가 방문한 오전 11시에도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직원들이 눈에 띄었다.

    SRA 사옥 1층을 들어서자 꽃무늬 셔츠를 입은 중년 백인 남성과 그의 강아지가 기자를 맞았다. 건물 보안 총책임자 스티븐 렌츠와 그의 강아지 토르 렌츠다. 스티븐과 토르에게 반가운 인사를 나누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러운 여유가 묻어났다. 엄숙하고 딱딱한 분위기의 한국 기업문화와 대조점을 이루는 모습이다. 토르는 강아지 패트롤 자격으로 SRA에 등록된 상태다.

  • ▲ 삼성전자 SRA(Samsung Research America)에서 만난 강아지 패트롤 토르 렌츠.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 삼성전자 SRA(Samsung Research America)에서 만난 강아지 패트롤 토르 렌츠. ⓒ뉴데일리 윤진우 기자


    SRA는 주로 ▲디바이스가 주변환경과 조건을 인식하고 학습하는 '인텔리전스' 분야 ▲개인의 삶과 관련된 '빅데이터' 분석 ▲사물인터넷에 적용될 '5G' 기술 ▲'사용자 경험' 등을 연구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RA는 삼성전자가 진행하는 사업 영역 전반에 대한 연구개발 과제를 진행함으로, 미국에서 출시하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플랫폼 등 폭넓은 분야에서 혁신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SRA를 지휘하고 있는 김용제 부사장은 "현재 SRA는 스탠포드, 버클리, UCSF 등 유수 대학과 자동차, 헬스케어 관련 다수 기업들과의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SRA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여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미래를 위한 창조적인 기술 혁신을 계속해서 진행해 나갈 것"이라 자신감을 내비쳤다.

  • ▲ 삼성전자 GIC(global Innovation Center)에서 근무하고 있는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 싱스 CEO. ⓒ삼성전자
    ▲ 삼성전자 GIC(global Innovation Center)에서 근무하고 있는 알렉스 호킨슨 스마트 싱스 CEO. ⓒ삼성전자


    ◆'스마트싱스-삼성페이' 고향 GIC…'인재-벤처 문화' 등 삼성에 이식


    49세의 나이로 최연소 삼성 사장에 등극한 데이비드 은이 수장으로 있는 GIC는 스타트업을 발굴해 ▲인수합병 ▲전략적 투자 ▲인큐베이션 등을 진행하고 있다. 2014년 8월 미국 사물인터넷 개방형 플래폿 개발 회사 '스마트싱스'와 지난해 4월 미국 '루프페이' 인수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스마트싱스와 루프페이의 MST 기술은 삼성의 신성장 핵심 기술로 여겨져, 2016년형 2세대 퀀텀닷 SUHD TV와 삼성페이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2012년 하반기 실리콘밸리 주택가에 설립된 GIC는 하버드 행정학 학사와 로스쿨(JD)을 졸업한 뒤 아메리카온라인 미디어&스튜디오 사장과 구글 콘텐츠 파트너십 상무 등을 역임한 데이비드 은 사장과 유투브 그룹장, 이베이 그룹장, 야후 부문장 출신 임원들로 구성된 글로벌혁신센터 역할을 하고 있다.

    GIC는 다양한 기업에 초기 투자자로 참여해 ▲IoT ▲보안솔루션 ▲디지털 헬스 ▲가상 현실 등 미래 먹거리로 평가받는 분야의 기업들과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GIC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실과 함께 뉴욕 등에 액셀레이터(Accelerator) 팀을 신설해, 스타트업 기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GIC는 스타트업의 기술과 함께 인재와 벤처 문화 등도 함께 이식해, 삼성전자의 지속적인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

  • ▲ 삼성전자 GIC(global Innovation Center)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은 사장. ⓒ삼성전자
    ▲ 삼성전자 GIC(global Innovation Center)를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은 사장. ⓒ삼성전자


    데이비드 은 사장은 "GIC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람"이라며 "다양한 학교와 전공, 출신학교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각기 다른 재료를 섞어 맛있는 짬뽕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이치다"라고 말했다.

    은 사장은 이어 "구글, 페이스북을 포함한 다양한 기업들이 실리콘밸리에서 GIC가 하는 업무를 하고 있고, 경쟁사들은 친숙한 기업으로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어 위협적인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삼성 역시 세계 최대 전자업체로 유통이나 마케팅에서 강점을 갖고 있으며, 이미 업계에서 잘 알려진 스타트업이 삼성의 일부로 잘 성장해나가고 있는 것이 알려지고 있는 점은 삼성의 가장 큰 차별점이자 장점이라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미래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전세계에 36개의 연구소를 두고 있다"며 "2014년 기준 138억달러(16조6000억원)를 연구개발에 투자했고, 연구개발인력은 전체인력의 20%를 넘는 수준"이라 설명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는 실리콘밸리의 혁신 조직을 통해 다양한 기업들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지속할 계획"이라며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다양한 연구개발센터에서도 중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기술 개발에 매진해 기술 리더십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