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우려, 리더십 전문성으로 포용 자회사매각-구조조정-소매금융 부활 정면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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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산업은행 이동걸 신임 회장. ⓒ KDB산업은행 제공
    ▲ 산업은행 이동걸 신임 회장. ⓒ KDB산업은행 제공

     

    산업은행이 선장만 바뀐 줄 알았는데 엔진도 바꿔 달았다.

    이동걸 회장이 취임 이후 산업은행은 기업구조조정부터 자회사 매각, 소매금융 부활까지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사실 이동걸 회장은 6년 만에 금융권 귀환이라 내·외부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기대보다 우려의 시각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 노동조합도 후임 회장으로 결정되자마자 반대 의사를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동걸 회장은 특유의 포용력으로 노조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노조 역시 지난 12일 열린 취임식에 이례적으로 참석하며 이동걸 회장에게 신뢰를 보였다.

    내부의 적을 아군으로 만들었으니 이젠 외부의 따가운 시선을 응원의 목소리로 바꿀 차례다.

    이 회장이 먼저 손을 덴 부분은 역시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자회사 매각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26일 산은캐피탈 두 번째 매각 시도에 나선다. 산은은 내·외부 인사로 구성된 출자관리위원회를 통해 비금융회사 지분 매각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신임 회장은 지난 18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은캐피탈의 매각을 내달까지 추진할 것”이라며 “118개의 자회가 매각 작업을 관리할 위원회를 만들어 집중적인 작업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산은캐피탈 매각공고를 냈지만 SK증권이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경쟁입찰 방식에 맞지 않아 자동 유찰됐다.

    즉, 산은캐피탈 매각은 이동걸 체제의 첫 단추이기도하다.

    일단 이 회장은 산은캐피탈 매각 성공에 대해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은행업계에만 30년 몸 담았던 데다가 특히 신한캐피탈의 수장으로서 4년 여간 이끈 경험이 단단하다.

    이동걸 회장은 “캐피탈은 여신전문회사로 어떤 금융보다 (폭이) 넓기 때문에 가능성이 매우 높은 회사”라면서 “산은캐피탈이 왜 유찰 됐는지 물음표를 갖고 접근하겠다”고 매각 성공을 자신했다.

     

     

  • ▲ 산업은행 이동걸 신임 회장. ⓒ KDB산업은행 제공
    ▲ 산업은행 이동걸 신임 회장. ⓒ KDB산업은행 제공



    산업은행은 산은캐피탈 매각 외에도 앞으로 3년 간 팔아야 할 자회사가 116개나 된다. 지난해 금융위가 발표한 '산업은행 역할 강화' 방안에 따라 오는 2018년까지 3년 이상 보유한 비금융회사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 문제 역시 이동걸 회장은 정공법으로 푼다는 의지다.
    구조조정에만 치중하다 보면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고 헐값 매각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그의 투자금융(IB) 경험이 독보일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일단 조직은 신속하게 꾸렸다. 산업은행 사외이사와 부행장 등 내부인사 4명과 금융당국을 포함한 외부 전문가 5인으로 구성된 출자관리위원회가 자회사 매각 작업의 핵심 코어 업무를 담당하게 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의 소매금융 사업도 부활할 조짐이다. 이번 ISA 사업 영위를 위해 투자일임업을 신청한 이유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현재 국내 지점 수는 82개다. 하지만 지난 3년간 정책금융기관에만 치중하다 보니 지점을 찾는 고객 수는 큰 폭으로 줄었다.

    일부에선 국책은행이 소매금융시장에 뛰어드는 것을 경쟁 유발이라고 비판하지만 산업은행의 입장에선 자금조달 차원에서 절박한 심정이 묻어나 있다.

    산은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변수로 인해 채권시장 변동성이 높아진데다 산업금융채권(산금채) 금리도 낮아져 자금조달 수단으로서의 메리트가 과거보다 작아졌다”며 “산은 역시 정책금융 지원을 위한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만큼 예수금을 일정 비중 확보·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예수금을 통해 자금조달하는 규모는 2012년 38조6000억원에서 2015년 35조원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전체 자금조달 비중 역시 20% 내로 안정적인 자금조달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