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계기업 구조조정 박차…산은발 M&A 딜 잇따를 듯


  • ▲ 이동걸 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18일 산업은행 대강당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이동걸 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18일 산업은행 대강당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KDB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매서운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칠 전망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업 구조조정은 상시적으로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기본적인 원칙은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가, 자구노력이 어떠한가에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이 주 채권단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등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 전망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자체 기술력에 의한 회생 가능성 등을 봤다고 답한 반면, 현대 상선에 대해서는 용선료 계약 등을 바로 잡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먼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서는 "강점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바꿔 나가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강점은 첨단 조선 선박이라는 데 있다. LNG선은 영하 163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대우조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0%를 상회하고 있다"면서 "방산 부분도 영국과 노르웨이 해군이 대우조선에 주문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강점들을 주채권은행과 기업,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키워간다면 정상화의 길이 암담하다고 하는 상태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또 대우조선의 CEO가 일주일에 각 3일씩 서울과 현장을 오가며 뛰는 점도 높게 샀다. 

또한 "현재 대우조선에 4조3천억원을 지원을 확정하고 아직 2조여원을 집행하지 않았는데 연말까지 자금수급을 볼 때 다시 (대우조선이) 크게 손을 벌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였다. 

그러면서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힘을 합쳐 성공사례를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은 국가 경제나 국민들에 사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잠을 자지 않고 해결책을 마련해 볼 것"이라 덧붙였다. 

다만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용선료 인하 등에 목숨을 걸고 협상을 해야한다"며 뼈를 깎는 자구책을 주문했다. 

이 회장은 "현대상선의 가장 큰 문제는 선박이 호황이던 시절에 용선 계약을 고가로 한 것"이라며 "보통 용선을 100불에 하면 운임을 120불로 해서 배를 움직일 때마다 이익을 보도록 해야하는데 운임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융선과 운임을 미스매칭 한 굉장한 실기였다"고 했다. 

이 회장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서 현대증권 매각도 판단해야 할 일 중에 하나"라면서 "이해당사자들이 좀 더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용선료 인하,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을 유예, 공모채 발행 등을 어떻게 조율해서 채무조정을 할 지 정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그러면서 "현 상황으론 매년 현대상선이 1조원의 부담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회사가 목숨 건 협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 이동걸 산업은행 신임 회장이 18일 산업은행 대강당에서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이밖에 산은이 3년 내 118개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오는 2월 중으로 내부인사와 외부인사를 결합한 관리위를 조직, 구체적으로 집행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 

    이 회장은 "지금 산업은행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부문들을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인 스타트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 

    이동걸 신임 회장의 이날 기자회견 상당 부분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춰졌다.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산은발 구조조정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의 명쾌함으로 지체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산은발 M&A 시장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산업은행의 외부 회계감사 선정에 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 소위 '빅4'라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이 모두 불참한 것도 이같은 산은발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다. 

    당장 올 한해 산업은행발 대형 M&A가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산은의 감사료보다 M&A '자문료'가 더 짭짤하다고 본 것이다. 

    산은의 외부회계감사를 맡을 경우, 산은이 주체가 되는 거래의 매각 자문은 맡지 못하게 돼 관련 용역에서 빠지게 된다. 더군다나 산은의 회계감사 수수료가 시중 은행의 40%대에 불과한 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만 계산했을 때 산은의 외부회계감사보다 여러 건의 용역을 수임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이밖에 산은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들은 동부그룹,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 등이 남아 있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국내 산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M&A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원칙을 갖고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이동걸 신임 회장은 이날 사금융과 정책금융의 차이점으로 '공공성'을 들었다. 

    이 회장은 "정책금융은 우선순위가 수익 중심보다 국가 산업 육성에 대한 무게감이 굉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금융기관이 선순환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얼마나 많은 보탬이 되는지 나타나게 된다"면서 "산은에서 적자를 낸다는 것은 다 세금인데 큰 울타리에서 먹고 살 것은 벌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향후 산은의 먹거리 산업으로는 글로벌을 지목했다. 이 회장은 "산은이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지원군이 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해외 고속철, 원전 등 사업에서 중국에 계속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