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한계기업 구조조정 박차…산은발 M&A 딜 잇따를 듯
-
KDB산업은행을 중심으로 매서운 구조조정 한파가 불어닥칠 전망이다.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18일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업 구조조정은 상시적으로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면서 "기본적인 원칙은 정상화 가능성이 있는가, 자구노력이 어떠한가에 있다"고 말했다.산업은행이 주 채권단으로 있는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상선 등 개별 기업의 구조조정 전망에 대해서도 허심탄회하게 밝혔다. 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자체 기술력에 의한 회생 가능성 등을 봤다고 답한 반면, 현대 상선에 대해서는 용선료 계약 등을 바로 잡는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 회장은 먼저 대우조선해양과 관련해서는 "강점으로 포트폴리오 비중을 바꿔 나가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평가했다.이 회장은 "대우조선의 강점은 첨단 조선 선박이라는 데 있다. LNG선은 영하 163도를 유지해야 하는데 대우조선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50%를 상회하고 있다"면서 "방산 부분도 영국과 노르웨이 해군이 대우조선에 주문했을 정도로 경쟁력이 있다"고 강조했다.이 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은 강점들을 주채권은행과 기업, 이해당사자들 사이에서 충분히 논의하고 키워간다면 정상화의 길이 암담하다고 하는 상태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밝혔다. 또 대우조선의 CEO가 일주일에 각 3일씩 서울과 현장을 오가며 뛰는 점도 높게 샀다.또한 "현재 대우조선에 4조3천억원을 지원을 확정하고 아직 2조여원을 집행하지 않았는데 연말까지 자금수급을 볼 때 다시 (대우조선이) 크게 손을 벌릴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신뢰를 보였다.그러면서 "대우조선은 산업은행과 힘을 합쳐 성공사례를 한 번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런 것은 국가 경제나 국민들에 사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잠을 자지 않고 해결책을 마련해 볼 것"이라 덧붙였다.다만 현대상선에 대해서는 "용선료 인하 등에 목숨을 걸고 협상을 해야한다"며 뼈를 깎는 자구책을 주문했다.이 회장은 "현대상선의 가장 큰 문제는 선박이 호황이던 시절에 용선 계약을 고가로 한 것"이라며 "보통 용선을 100불에 하면 운임을 120불로 해서 배를 움직일 때마다 이익을 보도록 해야하는데 운임이 올라갈 것으로 보고 융선과 운임을 미스매칭 한 굉장한 실기였다"고 했다.이 회장은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 것인가에 대해서 현대증권 매각도 판단해야 할 일 중에 하나"라면서 "이해당사자들이 좀 더 과감한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그는 "용선료 인하, 선박금융 원리금 상환을 유예, 공모채 발행 등을 어떻게 조율해서 채무조정을 할 지 정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그러면서 "현 상황으론 매년 현대상선이 1조원의 부담이 있는데 지금이라도 회사가 목숨 건 협상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이밖에 산은이 3년 내 118개 비금융자회사를 매각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오는 2월 중으로 내부인사와 외부인사를 결합한 관리위를 조직, 구체적으로 집행할 방법을 찾기로 했다.이 회장은 "지금 산업은행이 안고 있는 여러가지 부문들을 해결하기 위한 가시적인 스타트가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 밝혔다.이동걸 신임 회장의 이날 기자회견 상당 부분은 구조조정에 초점을 맞춰졌다. 지난해부터 진행해온 산은발 구조조정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의사결정의 명쾌함으로 지체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미 관련 업계에서는 산은발 M&A 시장이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최근 산업은행의 외부 회계감사 선정에 삼일PWC·삼정KPMG·딜로이트안진·EY한영 소위 '빅4'라 불리는 대형 회계법인이 모두 불참한 것도 이같은 산은발 구조조정의 연장선에 있다.당장 올 한해 산업은행발 대형 M&A가 쏟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산은의 감사료보다 M&A '자문료'가 더 짭짤하다고 본 것이다.산은의 외부회계감사를 맡을 경우, 산은이 주체가 되는 거래의 매각 자문은 맡지 못하게 돼 관련 용역에서 빠지게 된다. 더군다나 산은의 회계감사 수수료가 시중 은행의 40%대에 불과한 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수수료만 계산했을 때 산은의 외부회계감사보다 여러 건의 용역을 수임하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이밖에 산은이 주도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기업들은 동부그룹,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금호타이어 등이 남아 있다. 이 회장 입장에서는 국내 산업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는 M&A가 산적해 있기 때문에 원칙을 갖고 신속하게 진행한다는 방침이다.이동걸 신임 회장은 이날 사금융과 정책금융의 차이점으로 '공공성'을 들었다.이 회장은 "정책금융은 우선순위가 수익 중심보다 국가 산업 육성에 대한 무게감이 굉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책금융기관이 선순환함으로써 국가 경제에 얼마나 많은 보탬이 되는지 나타나게 된다"면서 "산은에서 적자를 낸다는 것은 다 세금인데 큰 울타리에서 먹고 살 것은 벌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향후 산은의 먹거리 산업으로는 글로벌을 지목했다. 이 회장은 "산은이 해외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지원군이 될 것"이라며 "지금 우리나라는 해외 고속철, 원전 등 사업에서 중국에 계속 밀리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