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선지급 시스템 없어 BRT 이미 반쪽짜리… 정시성 더 떨어질 것 세종시 "경제성·편의성 등 검토해 결정… 2층버스, 가격경쟁력 높고 좌석버스 장점"
  • ▲ 2층버스.ⓒ연합뉴스
    ▲ 2층버스.ⓒ연합뉴스

    세종시가 출퇴근 시간대 수송력 증대를 위해 간선급행버스체계(BRT) 노선에 투입할 주력 차종의 하나로 2층버스를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2층버스가 투입되면 BRT가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종시는 도입 차종으로 바이모달트램보다 2층버스가 경제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교통전문가들은 2층버스 도입은 BRT 핵심인 정시성 확보가 어려워 가뜩이나 '반쪽짜리'인 BRT 효율성을 떨어뜨릴 거라는 의견이다.

    24일 세종시에 따르면 시는 BRT 노선을 달릴 주력 차종으로 바이모달트램과 2층버스를 검토하고 있다. 현재 BRT 노선에 투입된 일반 천연가스(CNG) 버스의 출퇴근 시간대 시민 수송능력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바이모달트램은 버스 두 대를 길게 연결한 형태로 탑승인원은 좌석·입석 포함 99명쯤이다. 2012년 대전∼세종 BRT 노선에서 무료로 시범운행하다가 잦은 고장으로 퇴출당했다.

    세종시가 도입을 검토하는 모델은 3년 전 도입이 취소된 1세대 모델의 단점을 보완한 2세대 모델로 알려졌다. 1세대 모델은 언덕을 오르는 데 어려움이 있고 엔진 고장이 잦아 안전상 문제점을 드러냈었다. 1대당 가격은 15억원에 달한다.

    2층버스는 좌석으로 72명을 실어나를 수 있다. 지하차도 통행도 문제가 없다. 무엇보다 도입 가격이 1대당 5억원쯤으로 현재 CNG 하이브리드 차량의 1.78배 수준이다.

    세종시는 지난 22일 BRT 노선에서 2층버스 시승식을 진행했다.

    김현기 세종시 교통과장은 "두 차종이 장단점이 있어 검토 중으로 아직 언제쯤 결론이 난다고 말하기 어렵다"며 "편의성, 경제성 등을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통전문가들은 세종시가 2층버스를 검토대상에 올린 것은 BRT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BRT는 중심도로에 전용차로와 우선신호 등을 설치한 급행버스 체계를 말한다. 정시성 확보가 생명이다.

    문제는 현재 국내에 도입한 BRT는 기본적인 체계만 따온 것이어서 효율성 측면에서 반쪽짜리에 불과한 데 2층버스가 투입되면 BRT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 BRT는 지하철 같은 '요금 선지급' 체계가 갖춰지지 않았다. 버스를 타고내릴 때 교통카드 등으로 요금을 지급하다 보니 타고내리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 교통전문가는 "브라질 등 BRT 도입 선진국은 정류장에 선지급 시스템을 갖춰 버스가 오면 지하철처럼 여러 개의 출입문으로 동시에 타고내린다"며 "세종시는 백지상태에서 BRT를 도입했음에도 요금 선지급 체계가 빠져 있어 BRT 효율성이 낮다"고 말했다.

    현재 세종 시내 유동인구가 많은 일부 정류장은 출퇴근 시간대 버스를 타고내리는 데만 길게는 2분여가 걸린다. 지금은 내부순환교통망이 다 갖춰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22개 정거장이 다 들어서면 승차장에서만 최대 40여분을 허비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출입문이 2개뿐이고 승객이 2층까지 이동해야 하는 2층버스가 도입되면 탑승 대기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BRT가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국내에 BRT를 최초로 소개한 박용남 지속가능도시연구센터 소장은 "외국에도 BRT 노선에 2층버스를 투입하는 사례는 없다"며 "2층버스가 도입되면 BRT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은 "BRT도 평가등급이 있어 최소 은메달급은 돼야 외국에서 벤치마킹하러 찾아온다"며 "중국은 금메달급인 상급 BRT 시스템을 많이 도입하고 있고 광저우가 대표적인 사례인데 아쉽게도 세종시 BRT는 평가점수가 동메달급인 55점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안다"고 부연했다.

    박 소장은 "세종시가 BRT 수송능력 증대를 위해 2층버스 투입을 검토할 수 있지만,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관광상품처럼 운행하려는 게 아니라면 현재 시급한 것은 (요금 선지급 체계 등) BRT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종시 김 과장은 "2층버스를 도입한다 해도 모든 차량을 2층버스로 도입하는 건 아니다"며 "일각에서 2층버스의 정시성 문제를 제기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