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RS4 2단계·솔벤시Ⅱ 도입 시 수조원대 추가적립금 부담해야"
  •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인수·합병(M&A)시장에 줄줄이 매물로 나왔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2년전 사모펀드에 매각된 ING생명이 올 상반기 재매각을 앞두고 있으며, 알리안츠생명과 PCA생명도 매물로 나와 관련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ING생명은 지난 2013년12월 국내 사모투자펀드(PEF)인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바 있다. 이후 금융당국과 약속한 매각 제한 시점인 2년이 지나면서 올 상반기 내 매각이 예상되고 있다.

    2년여 동안 영업실적과 기업가치 등 펀더멘털(기업의 기초체력)을 향상시킨 ING생명의 적절한 자금회수 시점이 올 상반기가 적기라는 판단이다. 실제로 MBK파트너스는 자금회수 초기 작업을 진행 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럽 최대 보험사인 독일계 알리안츠생명도 국내 보험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알리안츠그룹이 JP모건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알리안츠 SE(Socitas Europaea)가 보유 중인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 지분 100%를 매각키로 한 것.

    독일 알리안츠그룹은 IMF 직후인 1999년, 당시 업계 4위권이었던 제일생명을 인수하면서 알리안츠생명 한국법인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이후 꾸준히 역신장을 거듭하면서 한국법인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영국의 푸르덴셜계열 PCA생명도 국내 시장에서 출구전략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외국계 생보사들이 잇따라 국내 보험시장에서 철수하는 이유로는 성숙기에 접어든 국내 보험시장에 대한 우려와 함께 대규모 자본확충 이슈가 꼽힌다. 오는 2020년 IFRS4 2단계 도입을 앞두고 이들은 각각 1조원에 달하는 준비금을 추가로 쌓아야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탓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금융감독원이 금융사들에 대한 책임준비금 적정성 평가(LAT)를 실시한 결과, ING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이 추가로 적립해야 할 결손금은 1조원이 넘었다. 보험수익이 현재처럼 판매시점이 아니라 서비스 제공 시점에 인식되기 때문이다. 즉, 부채가 현재는 원가로 책정되고 있지만 향후 IFRS4 2단계가 도입되면 부채는 시가로 평가된다는 의미다.

    특히 과거에 고금리 저축성보험을 많이 판매했던 보험사들일수록 준비금 부족분이 커진다. 새해 들어 국내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다. 저축성보험보다 보장성보험 판매 비중이 높을수록 준비금을 비교적 덜 쌓아도 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ING생명과 알리안츠생명은 과거 외형확대를 위해 저축성보험에 집중해왔다. PCA생명의 경우 LAT 시행 시 결손금은 1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되며, 그간 저축성 변액보험을 집중해 왔다.

    이같은 대내외 환경 속에서 외국계 보험사들은 국내 보험시장에서의 사업성을 저울질 하다 결국 대규모 자본 확충 이슈를 피하기 위해 출구전략을 잇따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매각 대상자로 거론되는 한 외국계 생보사 관계자는 "본사가 유럽 선진국에 있어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서는 국내 보험시장에서 이슈화되기 전부터 위기론이 항상 코앞에 있었다"며 "한국법인에서도 IFRS4 2단계 도입에 대응하기 위해 TF팀을 꾸렸었지만, 본사에서도 과거 국내에서 판매했던 고금리 확정계약이 많아 수년째 고민을 해왔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생보사들 가운데서는 산업은행의 자회사인 KDB생명이 올 하반기께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산업은행은 올 상반기에 산은캐피탈 매각 절차를 우선적으로 진행한 후 KDB생명에 대한 매각을 재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KDB생명은 지난 2014년 4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매각을 시도했지만 모두 실패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