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망신주기 대 조종사 깎아내리기'… 감정싸움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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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 노사 갈등이 임금 문제에서 '감정싸움'으로 확산되고 있다. 노조는 조양호 회장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고 조 회장도 이에 맞서는 모습이다.

    지난해 말 이 회사 조종사 노조가 2015년도 임금협상을 하면서 부딪치기 시작한 양측은 최근 매일 싸움을 벌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자사 조종사 20명을 사내 운항 상벌 심의 기구인 자격심의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들이 가방에 '회사는 적자! 회장만 흑자!'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이고 업무를 보는 데 대한 징계 수위를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에서는 대한항공이 "조종사노조의 쟁의행위를 금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한 심문이 진행됐다.

    하루 전날에는 조종사 노조가 조양호 회장의 페이스북 댓글에 대해 "항공사 CEO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내용의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싸움의 발단은 조종사 노조가 현재 평균연봉 1억4000만원인 조합원 1800여 명에게 1인당 평균 5100만원씩 37%를 올려달라고 요구하면서 조양호 회장을 겨냥한 것이다.

    당시 노조는 "조 회장의 작년 연봉 인상률이 37%였던 만큼 우리도 그만큼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회사 측은 조 회장이 지난해 여러 계열사로부터 받은 전체 보수가 6.2% 올랐고, 그중 대한항공에서 받은 보수는 1.6% 인상에 그쳤다고 반박했으나 노조는 기존 요구를 철회하지 않았다.

    지난달 21일 '준법 투쟁'을 명분으로 운항을 거부한 김모 기장을 회사가 파면하자, 노조는 조 회장을 비방하는 스티커를 가방에 붙이고 있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경제학)는 "프로야구 선수처럼 개개인이 연봉협상을 하는 게 아니라 노조가 전체 조합원을 대리해서 연봉협상을 하는 상황에서 일률적인 37%씩 인상 요구는 무리이며 국민정서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경영학)는 "회사도 즉흥적이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문제를 키우고 있다"며 "국내 대표항공사로서 불필요한 감정싸움을 자제하고 합리적인 선에서 타협점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