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상명대학교 석좌 교수로 임명…후학 양성에 힘 쏟아
  • ▲ 바리톤 김동규 상명대학교 석좌 교수. ⓒ정재훈 기자
    ▲ 바리톤 김동규 상명대학교 석좌 교수. ⓒ정재훈 기자


    "과거 바흐나 베토벤 시절에는 성악가는 노래만, 연주자는 연주만 완벽하게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인정 받았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습니다. 스마트폰 속에 수천, 수만개의 음악이 넘쳐나고 음악에 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습니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이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핵심 콘텐츠를 갖춘 음악가가 무대에서 살아 남을 수 있습니다."
     

    20여년 전, 국내에서 생소했던 '크로스오버'를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선보인 바리톤 김동규 상명대학교 석좌교수를 최근 상명대학교 음악대학에서 만났다. 

    한국 성악가 최초로 세계적인 오페라극장 '라 스칼라' 무대에 서고 오페라의 본고장 유럽에서 '세비야의 이발사', '오텔로', '라 트라비아타', '라 보엠' 등에 주역으로 출연하며 '최고'라고 평가받던 바리톤이 팝과 접목한 크로스오버 음악을 선보였을 때 사람들은 '도대체 왜?'라는 의문을 가졌다. 

    주변에서는 "클래식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는데 뭐가 부족해서 크로스오버를 하느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모두가 클래식의 정통성에만 집착하는 사이 김동규 교수는 한국 클래식 시장의 특성을 꿰뚫었다.


  • ▲ 바리톤 김동규 상명대학교 석좌 교수. ⓒ정재훈 기자
    ▲ 바리톤 김동규 상명대학교 석좌 교수. ⓒ정재훈 기자


    "유럽에서 활동하다 한국에 왔을때 벽에 부딪힌 기분이었다. 클래식 관객과의 거리가 너무 멀었다. 당시 대한민국 인구 5000만 중 클래식 마니아는 1만명에 불과했다.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클래식을 전파하기 위해 대중이 쉽게 접할 수 있는 '크로스오버'를 처음으로 시도했다." 

    김동규 교수의 예상은 적중했고 20년이 지난 지금, 크로스오버는 클래식과 대중을 잇는 가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김 교수의 노래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는 모두가 즐겨 부르는 국내 대표적인 크로스오버 곡으로 유명하다.

    그런 김동규 교수가 이번에는 시대의 변화에 주목했다. 음악가가 노래 한 곡만 잘 불러서 인정받고 성공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는 것이다.


  • ▲ 바리톤 김동규 상명대학교 석좌 교수. ⓒ정재훈 기자


    김 교수는 "성악가가 성악곡만 공부하는 것은 이제 의미가 없다"면서 "어느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자신만의 핵심 콘텐츠를 확보해 전체 무대를 아우를 수 있는 종합예술가가 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실제 김동규 교수는 국내 클래식 공연 최초로 해설이 있는 공연, 테마가 있는 공연을 기획했으며 노래뿐만 아니라 해설, 협주, 무대, 조명, 퍼포먼스 등 공연 전체를 총괄하는 디렉터 역할을 도맡았다.

    전체 무대를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키는 김 교수의 노하우는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독보적인 콘텐츠로 자리잡았고 관객들은 '믿고 보는 김동규 공연'이라는 표현을 쓸만큼 강력한 신뢰와 지지를 보냈다.

    김 교수는 "수학을 잘 하는 사람이 덧셈, 뺄셈을 한다고 해서 그가 갖고 있는 수학적 지식이 변질되거나 없어지지 않는다"면서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렵고 딱딱한 클래식을 쉽고 친숙하게 풀어낸다고 해서 그 음악이 갖고 있는 진정성이나 예술성이 흐려지거나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절대적인 확신을 바탕으로 음악 생활 내내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했고 나만이 할 수 있는 공연 노하우를 완성시켰다"면서 "음악가들도 시대가 요구하는 음악이 무엇인지, 공연이 무엇인지를 객관적이고 냉철하게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 바리톤 김동규 상명대학교 석좌 교수. ⓒ정재훈 기자


    최근 김 교수는 상명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이 자신만의 핵심 콘텐츠를 발굴할 수 있도록 그 길을 찾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김 교수의 역할이다.  

    그는 "누군가를 가르칠 때 성악적인 면만을 가르치기보다는 작곡가의 의도, 공연 콘셉트, 협주 밸런스, 무대 퍼포먼스 등 무대에서 공연을 펼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사전 작업에 대해 총체적으로 가르친다"면서 "관객들이 직접 찾아오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음악가를 육성하고 발굴하는 것이 나의 목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동규 교수는 "앞으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소통하고 노력해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차별화된 공연을 기획할 것"이라면서 "저만의 이야기가 담긴 노래도 틈틈이 작곡해 언젠가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곡을 선보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바리톤 김동규 교수는 연세대, 베르디국립음악원을 수석졸업하고 베르디콩쿨에서 우승한 이후 클래식계의 '꿈의 무대'로 꼽히는 라 스칼라 오페라극장을 비롯해 전세계 무대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이후 꾸준히 클래식 대중화에 앞장서 다양한 공연과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상명대학교 석좌교수로 임명돼 후학 양성에 힘 쏟고 있다.

  • ▲ 바리톤 김동규 상명대학교 석좌 교수. ⓒ정재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