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공개 정보 이용 의혹도덕적 해이 논란
  • 한진해운이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직전에 보유 주식을 전량 처분한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전 한진해운 회장)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25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주요 주주였던 최 회장 일가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한진해운 주식을 매각하고 손실회피를 했는지를 조사하기로 했다. 

    자본시장조사단은 이번 사안이 주요 취약업종 구조조정 과정에서 발생한 불공정 의심 사례의 첫 케이스라는 점에서 법 위반 행위 여부를 철저히 조사를 할 방침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 회장 일가의 주식 처분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려 한 게 아닌지 누구나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며, "금융당국 입장에서 사실관계와 법 위반 여부를 살펴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는 전 경영진이자 대주주인 최 회장과 일가의 주식 처분 과정에서 불법성이 있었는지를 보고자 하는 것이지 한진해운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대주주 사재출연 문제와는 전혀 별개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최 회장과 두 자녀는  지난 6일부터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발표가 나오기 직전인 20일까지 보유 중이던 한진해운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최 전 회장은 총  5차례에 걸쳐 16만9000여주, 두 딸은 18일부터 22일까지 4차례에 걸쳐 각각 19만6000여주 등 모두 56만2000여주를 처분했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최 회장이 자율협약 사항을 미리 알고 주식 처분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만약 금융당국 조사 결과 한진해운 경영진의 불공정거래 의혹이 확인된다면 대주주의 모럴해저드 논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오너일가가 어떤 식으로든 부실 경영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에 돌입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은 큰손실이 불가피하게 됐는데 대주주는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 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나서기 급급한 것으로 보인다"며 "동양사태와 다를게 뭐가 있냐"고 비난했다. 

    한편 한진해운 주가는 자율협약을 신청했다는 소식에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급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오후 12시 30분 현재 한진해운은 전 거래일보다 780원(29.94%) 내린 1825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진해운은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했다고 지난 22일 공시했다. 한진해운의 채권금융기관협의회 주 채권은행은 한국산업은행이다.

    박광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업황과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자구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앞으로 경영정상화 과정이 수월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가 뿐만 아니라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진해운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로 하향했다고 밝혔다. 등급전망은 '하향검토'를 유지했다.

    강교진 한신평 연구원은 "한진해운은 이사회 결의를 통해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를 신청하기로 결정했다"며, 이는 향후 회사채, 선박금융 등 비협약채권에 대한 채무재조정 가능성을 높인 것이어서 무보증사채의 손상 가능성이 크게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상승한 채무불이행 위험과 대주주인 대한항공의 지원가능성 배제 등을 감안해 등급을 하향조정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