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휘발유 평균 1900원 돌파…2000원 시대 초읽기30년만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 검토…사재기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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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연합뉴스
중동 정세 악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리터(ℓ)당 2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정부는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해 30년 만에 '석유 최고가격 지정제'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지만 시장 왜곡과 사재기 대란 등 부작용 우려도 커지고 있다.8일 관련 부처와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이 격화되며 국제유가가 급등, 여파가 국내 기름값에 빠르게 반영되고 있다.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90원대까지 상승했다. 특히 서울 평균 가격은 이미 1940원대에 진입하며 2000원 돌파가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이다.경유 가격 역시 1900원을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경우 국내 석유류 가격은 당분간 추가 상승 압박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이번 유가 급등은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불안이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힌다.이란이 유조선을 공격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원유 수송 차질 우려가 커졌다. 세계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이 해협이 사실상 봉쇄될 경우 글로벌 공급 차질이 불가피하다.실제로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86달러를 넘었고 국제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브렌트유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는 시장 안정 대책을 총동원하고 있다.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기름값 바가지 등 부당 폭리를 취하려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해야 한다"며 석유 제품 최고가격 지정 검토를 지시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석유 판매 가격의 상한선을 정하는 '최고가격 지정제' 도입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해당 제도는 석유 가격 급등이 국민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경우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한 조치다.하지만 실제 시행 여부를 두고는 정부 내부에서도 신중론이 적지 않다.가격 상한제가 도입될 경우 정유사와 주유소의 수익성이 악화돼 공급이 줄거나 판매를 기피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소비자들이 주유소로 몰리며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오히려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재정 부담도 문제다. 법에는 가격 통제로 손실을 입은 사업자에 대해 정부가 손실을 보전할 수 있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유가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막대한 세금이 투입될 가능성도 있다.정부는 최고가격제 외에도 다양한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유류세 인하 폭 확대, 비축유 방출, 해외 원유 긴급 도입 등이 대표적인 방안이다. 실제로 정부는 에너지 수급 안정을 위해 아랍에미리트(UAE)로부터 600만 배럴 이상의 원유를 긴급 도입하기로 했다.또 공정거래위원회와 국세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참여하는 범부처 석유시장 점검반을 가동해 매점매석과 가격 담합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단속도 강화하고 있다.정유업계 역시 시장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에 나섰다. 대한석유협회와 한국석유유통협회, 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관련 단체들은 국제유가 상승분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급격히 반영되지 않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다만 국제유가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국내 기름값 상승을 막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와 환율, 교역 조건까지 동시에 압박하는 만큼 이번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