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급등·고용 충격에 美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공포 확산쿠웨이트 감산·호르무즈 봉쇄 변수…외환·금리 압박에 韓 경제 타격
  • ▲ 2023년 5월 19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등이 항행하고 있다. ⓒ뉴시스
    ▲ 2023년 5월 19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등이 항행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경제에 'S공포(S태그플레이션 공포)'가 빠르게 현실화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동 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고용 지표까지 급격히 악화되면서 1970년대식 고물가·경기침체가 동시에 나타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있다.

    특히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과거 폴 볼커 전 의장 시절과 같은 초고금리 정책을 택할 경우 한국 경제에는 치명적인 충격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6일(현지시간) 국제유가는 급등세를 이어갔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 가격은 하루 새 12% 이상 뛰며 배럴당 91달러를 돌파했고 브렌트유 역시 93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2022년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유가 상승 배경에는 중동 사태가 있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위협이 이어지는 가운데 쿠웨이트가 원유 생산 감축을 선언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 불안이 더욱 커졌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이란의 공격과 해협 통항 위협 등을 이유로 '불가항력'을 선언하고 원유 생산과 정제 처리량을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걸프 지역 곳곳에서 에너지 시설이 공격받으며 원유 생산과 액화천연가스(LNG) 공급 차질까지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봉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 150달러, 심지어 200달러까지 치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문제는 에너지 가격 급등과 동시에 미국 경제의 핵심 지표인 고용까지 급격히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미 노동부가 발표한 2월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비농업 부문 신규 일자리는 전월 대비 9만2000명 감소했다. 시장 전망치(5만명 증가)를 크게 밑도는 '쇼크 수준'이다. 실업률 역시 4.3%에서 4.4%로 상승했다.

    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이 커지는 상황에서 노동시장까지 둔화되면서 '성장 둔화 속 물가 상승'이라는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 조합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월가에서도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투자자문사 오리온의 팀 홀런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CNBC 인터뷰에서 "최근 에너지 가격 흐름을 보면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 ▲ 폴 볼커ⓒ연합뉴스
    ▲ 폴 볼커ⓒ연합뉴스
    실제 1970년대에도 중동 전쟁으로 촉발된 오일쇼크가 미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뜨린 바 있다. 당시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연준 의장이었던 폴 볼커는 기준금리를 20%대까지 끌어올리는 초강력 긴축 정책을 단행했다.

    이른바 '볼커 쇼크'로 불리는 초고금리 정책은 물가를 잡는 데는 성공했지만 동시에 극심한 경기 침체와 실업을 초래하며 미국 경제에 큰 고통을 안겼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착화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시장에서는 "연준이 결국 볼커식 긴축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직접적인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한국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기 어려워지고 금리 격차 확대에 따른 외국인 자금 유출 위험도 커진다.

    여기에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칠 경우 국내 물가 상승 압력도 크게 높아질 전망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의 약 7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어 중동발 에너지 충격에 특히 취약하다.

    실제로 국제유가가 급등했던 2022년에는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까지 치솟았고 휘발유 가격도 리터(ℓ)당 2100원을 넘어서며 물가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당시보다 더 큰 물가 충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