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최대 패널 업체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 BOE가 올해 1분기 실적 악화로 쓴맛을 봤다.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순이익이 88%나 줄어든 데다, 매출 대비 수익률도 8%에서 0.8%로 추락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이 스마트폰 화면을 액정표시장치(LCD)에서 아몰레드(AMOLED)로 바꾸면서, 그동안 삼성 의존도가 높았던 BOE가 직격탄을 맞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패널업체 BOE는 올해 1분기에 2조1545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기간 2조원을 간신히 넘겼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 물건은 많이 팔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속이 없었다. 순이익이 이 기간 동안 1800억원에서 190억원으로 폭락했기 때문이다. 1년 사이 수익이 10배 가까이 빠진 셈이다.
수익률만 놓고 보면 8%에서 0.8%로 줄었다. 회사 설립 후 이 같은 위기는 처음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BOE의 급격한 부진은 예견됐던 일이다.
BOE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말부터 스마트폰 전체 제품군을 대상으로 LCD 대신 아몰레드를 적용키로 하면서 최대 고객사를 잃었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타고 있는 BOE의 성적표는 줄어드는 삼성 LCD 스마트폰 비율과 비슷한 궤적을 그리고 있다.
BOE는 지난해 2분기에 순이익 1700억원을 기록했다. 이후 삼성이 LCD 스마트폰을 접기 시작한 3분기에는 72억원을 버는 데 그쳤다.
그러다 삼성이 LCD 스마트폰에서 완전히 발을 뺀 4분기에는 624억원에 이르는 적자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 디스플레이가 아몰레드로 전환되면 중소형 LCD를 생산해온 BOE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BOE가 이번에 공개한 자료는 주주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어서 실제는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BOE가 고객 다변화 전략에 실패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에 대한 지나친 의존도가 실적 후퇴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시장조사기관 유비산업리서치는 "올해 1분기 BOE의 매출 대비 이익률이 1%에도 못 미치는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LCD 시장의 공급과잉과 ASP(평균판매가) 하락, 치열한 경쟁 구도 등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