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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하나투어가 부정적인 보고서를 낸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탐방을 막는 '갑질'횡포로 증업계 전체가 공분했다.
여전히 상장사는 갑,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을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에 증권가는 한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이 지난 3일 상장사협회·코스닥협회·금융투자협회·금감원 주축으로 '4자간 정기협의체'를 구성해 윤리규정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상장사가 증권사 애널리스트에게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례가 더는 발생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 논의가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무조건 유리하지만은 않아 보인다. 분석 회사에 중요한 사건이 발행했는데 매도나 중립 의견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에 대한 제재방안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공은 증권사들이 지게 됐다. 상장사와 증권사 애널리스트 간의 갑질문화도 당국이 손을 보겠다고 약속한 상황에서 이제 소신있는 보고서를 쓰지 못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의 투자의견 비율 공시제도가 시행된지 반년이 지났지만, 국내 증권사들의 매도리포트는 여전히 찾아보기 힘들다.
실제 지난 1분기 중 주요증권사들의 매도리포트 발간 비율을 보면 부끄러워할 만하다.
업계에 따르면 리서치센터가 원할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자타가 공인하는 삼성증권,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 유안타증권, KB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은 1분기 매도리포트 발간 비율이 '제로'였다. 1분기 중 단 한번도 '팔자'의견을 내지 않은 것.
현대증권이 0.3%, 대신증권이 0.5%, NH투자증권이 1.0%를 기록했는데 1분기 이들 증권사가 발행했던 전체 보고서 수를 감안하면 1~2건에 불과한 수준이다.
주진형 전 사장 체제에서 반 강제적으로 매도리포트를 발간해왔던 한화투자증권의 1분기 매도리포트 비율이 6.9%로 국내 증권사 가운데 압도적인 수준을 기록한 점을 봐도 그동안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이 얼마나 기계적인 투자 의견을 제시했는지 알 수 있다.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해보면 국내 증권사들이 그동안 얼마나 제목소리 내기에 소극적인지 알 수 있다.
1분기 중 모간스탠리증권 서울지점의 매도리포트 비율은 28.7%에 달하고, HSBC증권(서울지점)은 14.6%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BNP파리바,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UBS증권 등도 10%를 넘었다.
특히 지난달 25일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할 정도로 재무사정이 악화됐음에도 불구, 해당 보고서들은 최근까지도 한진해운 주식과 관련해 주요 증권사들이 매수 보고서를 내는데 앞다퉜다는 점은 증권사의 무능이라고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일부 상장사가 부정적 보고서를 발표한 애널리스트 또는 리서치센터에 삭제를 요구하거나 회사 탐방 자체를 막는 '갑질'횡포가 나오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신있는 보고서의 비중이 너무 낮기 때문에 이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매도리포트 실종'은 투자자들의 요구와 더불어 매년 국정감사에서도 단골로 지적되는 문제다.
증권사들의 자율적인 매도리포트 발행이 계속해서 부진할 경우 정치권이 나서 비율을 강제 규정화 하겠다는 움직임이 감지되기도 했다.
이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증권사가 제목소리를 낼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투자자들을 위해 달라져야 하고, 이를 주의깊게 지켜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