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지구 흥행하면 조건 올려 수익성 확보
  • ▲ LH 진주 사옥.ⓒLH
    ▲ LH 진주 사옥.ⓒLH


    최근 택지지구 분양가 상승 원인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토지 매각 납부조건 변경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건설사가 비싸게 땅을 사면서 분양가도 그에 맞춰서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LH의 택지지구 공동주택용지 분양에서 '중도금 무이자' 조건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실제로 LH가 지난 2월 공고한 시흥목감지구 B9블록 1순위 매각 조건을 보면 '매매대금을 2년 유이자 분할로 납부할 자'라고 명시돼 있다. 2014년 같은 지역에 분양한 C1블록의 경우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공급됐다.  결과적으로 건설사의 토지 매입가격이 오른 것이다.

    아파트 분양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토지비용이다. 건축비는 대동소이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LH의 이자정책 변경이 택지지구의 분양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지적에 힘이 실린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건설사와 시행사가 수익률을 포기하면서 분양가를 낮추지는 않는다"며 "LH도 부채를 감축해야 하는 상황에서 매각 조건을 낮출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건설사들은 무이자 조건으로 토지를 매입하면 금융비용 부담을 덜 수 있다. 이는 수요자들의 비용 절감으로 이어진다. 실제 LH가 공급한 김포 한강신도시 Ac-20블록의 토지 매각 조건은 중도금 무이자였다. 현재 건설사도 중도금 무이자 조건으로 청약자를 모집하고 있다. 

    A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청약시장 호황과 함께 분양가를 올린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LH의 공공택지 매각 조건도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LH 토지 매각 조건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부 입찰에서는 일시불 요구도 보여지고 있다. 지난해 9월 동탄2신도시 A-47블록 매각 공고문에는 '2개월 일시납 조건의 토지매입 신청자'라고 명시돼 있다. 이 토지를 1순위로 사들이기 위해선 1222억원을 일시불로 납부해야 했다. 동탄2신도시는 2011년 토지매각이 어려워 수의계약을 진행하기도 했던 곳이다.

    B 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내년까지 공공택지 지정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 LH의 방침이 바꼈다"며 "택지지구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LH만 수익성이 높아졌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LH가 공공택지를 매각할 때 토지금액은 외부기관에서 산정하지만 이자 정책, 중도금 실현 시기 등의 조건은 LH가 결정한다"며 "건설사 입장에서 유이자로 발생된 사업비를 보전하기 위해선 분양가를 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LH는 건설사들이 토지를 매입해놓고 차이피일 사업을 미루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LH 관계자는 "토지를 사들인 건설사가 사업을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조건을 다르게 책정한 것"이라며 "LH의 수익성 확보보다는 신도시의 빠른 활성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