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재정 투입 등 불씨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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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 확충 논의 향방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자금을 채워주는 방법의 하나로 자본확충펀드가 유력하게 떠올랐다.

    15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이번주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등이 참여하는 관계기관 협의체는 2차 회의를 열고 논의에 속도를 낸다.

    협의체는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조합한다는 '폴리스 믹스'(policy mix)라는 큰 틀은 유지한다. 단 한은이 제시한 자본확충펀드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구조조정 논의에서 한 고비를 넘었지만 아직 합의를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국책은행 직접출자와 정부의 재정 지원을 둘러산 입장 차이가 남아 있어서다. 결국 정부와 한은이 최종안을 마련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는 관측이다.

    ◇한은, 자본확충펀드 강조

    한은은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주장하고 있다. 자본확충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정부와 한국은행이 조성했던 펀드의 변형 모델이다. 한은이 대출해준 돈으로 펀드를 만들면 펀드가 은행에 출자해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주는 것이다. 이는 한은이 진행하는 일종의 우회출자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일 '아세안(ASEAN)+3(한중일)'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 참석차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던 중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책은행 자본확충 방식으로 출자보다 대출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연 1.5%로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간담회에서 자본확충펀드를 하나의 대안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본확충펀드는 2009년 시중은행 지원을 목적으로 운영된 바 있다. 결국 한은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자본확충펀드를 들고 나온 것이다.

    한은은 발권력 남용 논란을 일으키고 손실을 볼 수 있는 출자 방식을 가급적 피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자본확충에 마땅한 대출 수단이 많지 않다. 한은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에 직접 대출하면 이들 국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가 제기한 한은의 산업은행 조건부자본증권(코코본드) 매입 방식도 한은 입장에서 부담스럽다.

    한은이 유통시장에서 코코본드를 매입하려면 금통위원회 의결로 공개시장운영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 이후 발행시장에서 직접 인수를 위해서는 한국은행법도 개정해야 한다.

    반면 자본확충펀드는 상대적으로 절차가 수월하다. 실제 한은이 특별대출 방식으로 펀드 조성에 참여하고 펀드가 다시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의 후순위채 등을 매입해 BIS 비율을 높이는 방식이다.

    특히 한은이 국책은행 채권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우회해서 지원하는 것으로 논란에서 자유롭다. 또 다른 기관과 함께 자본확충펀드에 참여할 수 있어 부담도 적다.

    ◇정부와 한은, 시각차 여전…"입장차 정리 필요해"

    현재 정부와 한은은 자본확충펀드 조성에는 공감대를 이룬 상황이다. 다만 논란의 불씨가 남아있다. 한은의 국책은행 직접출자를 둘러싼 정부와 한은의 입장 차이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형 양적완화'라는 표현으로 구조조정에서 중앙은행 역할론이 나왔을 때 한은이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에 직접 출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부에서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정부가 언급을 자제하면서 공개 출자 요구는 잠잠해졌다. 

    실제 아직 과제는 많이 남아 있다. 한은 출자는 특별대출을 통한 펀드보다 국책은행 자본확충에 신속한 방식이다. 금융위 등 정부는 법개정이 필요한 한은의 산업은행 출자보다 법 테두리에서 가능한 수출입은행 출자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은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출자가 추진되기는 쉽지 않은 모양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출자 방식을 100% 배제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최근 국책은행 자금지원에서 '최소손실원칙'을 들면서 출자에 부정적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담보가 없는 출자 방식은 자금 회수하기 어렵다.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을 가중하는 것이므로 수용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앞으로 출자를 둘러싼 정부와 한은의 신경전이 이어지면 전반적인 협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이는 정부가 재정 투입에 소극적 태도를 보이면서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될 수 있어서다.

    이주열 총재도 "조성 규모, 펀드의 운용구조, (자금) 회수장치 등을 어떻게 마련하느냐는 복잡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