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 영향으로 신차판매 증가폭 감소 예상, 걸림돌BMW·GM·재규어랜드로버 등 잇따라 카셰어링 진출
  •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3월 10일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 주차장에서 '쏘카'의 차량을 10분간 직접 탑승했다.ⓒ연합뉴스
    ▲ 최태원 SK그룹 회장(왼쪽)이 3월 10일 서울 서린동 SK그룹 본사 주차장에서 '쏘카'의 차량을 10분간 직접 탑승했다.ⓒ연합뉴스

    공유경제가 점차 확산되면서 카셰어링·카헤일링이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관련 사업에 직접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카셰어링은 필요한 시간만 차를 빌려 쓰는 개념이라, 판매를 늘려야 하는 자동차업체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모순된 상황이다. 자동차 회사들이 공유경제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응하는지가 향후 글로벌 경쟁에서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2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잇따라 카셰어링 및 카헤일링 사업이나 서비스에 진출하고 있다.

     

    우선 BMW그룹은 지난 4월 미국 시애틀에서 '리치나우(ReachNow)'라는 카셰어링 브랜드를 론칭했다.

     

    리치나우는 BMW와 MINI 브랜드 370대로 운영되며, 이 중 20%는 전기차 i3 모델이다. 서비스는 크게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로 차량을 탁송해주는 딜리버리 △여행 중에 영업소 방문없이 장기렌탈 △회사나 주거단지가 사용하는 그룹전용 △사용하지 않는 시기에 자가차량 임대 △운전기사 지원 등이다.

     

    홈그라운드인 유럽에서는 '드라이브나우(DriveNow)'를 이미 운영 중이다. '드라이브나우'는 BMW 차량을 간단히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프리미엄 카셰어링 프로그램이다. 2011년 6월 처음 시작됐으며 차량 규모는 4000대 가량이다. 이 가운데 20%는 전기차 i3 모델로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만 58만명의 사용자가 등록을 했다. BMW 측은 “드라이브나우 차량 1대가 최소 개인 소유 차량 3대를 대체하는 효과가 있다”며 “교통혼잡을 줄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GM은 미국 내 다수 도시에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 모빌리티 브랜드 '메이븐'을 설립했다. 고도로 개인화된 주문형 모바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GM은 카셰어링 서비스업체인 리프트와 미국 내 자율주행 자동차 온디맨드(On-demand) 서비스 통합에 나섰다. 이를 위해 5억 달러를 투자했고 리프트 이사회에도 합류했다.

     

    즉, 자율주행과 카셰어링을 합친 개념이다. GM의 자율주행 기술과 리프트의 카세어링 서비스 역량을 활용해 자율주행차 온디맨드 서비스 네트워크를 공동개발하기로 한 것이다.

     

    또 GM은 미국 내 다양한 도시에서의 단기로 차량을 빌려주는 공급자가 된다. 동시에 GM은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업체인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하며 자율주행차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루즈 오토메이션은 GM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책임지는 더그 팍 부사장의 휘하에서 독립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이달부터 북미, 유럽 및 아시아 전역에서 카셰어링 및 카헤일링 서비스를 시범 운영한다. 스타트기업인 인모션은 런던 본사에서 모빌리티 이외에 다양한 사업을 발굴하게 된다. 

     

    이는 공유경제 영향으로 자동차 판매 증가폭이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나타나고 있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이다.

     

    컨설팅업체 맥킨지는 공유경제의 영향으로 지난 5년간 연평균 3.6%였던 판매량 증가폭이 2030년까지 2%대로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2030년에는 신차  10대 중 1대가 카셰어링 등에 사용될 것이란 예상이다.

     

    공유경제가 신차 판매를 막아서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카셰어링 및 카헤일링 사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뭘까.

     

    박종혁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주임연구원은 “향후에 관련 사업이 메인 스트림이 될 경우를 대비해 시장을 선점하고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라며 “구글이나 애플 등이 자율주행과 연계해 시장에 진출할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차량의 공유경제는 유럽이 가장 앞서 있고, 미국이 뒤를 쫓고 있다. 국내 시장은 아직 태동기에 불과한 상황이다.

     

    박 주임연구원은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의 소유욕이라는 측면에서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지만,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셰어링에 대한 개념이 확산되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럭셔리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BMW는 카셰어링 진출 이유를 다르게 설명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BMW의 브랜드 전략은 최대한 많은 사람에게 우리의 프로덕트를 제공·경험하게 하는 것”이라며 “우리 브랜드를 못타는 고객들은 평생 못 탈 수도 있는데, 카셰어링 등을 통해서 BMW의 가치를 맛보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BMW 타깃이 아닌 고객이라도 언젠가는 BMW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고객에 대한 투자 개념도 포함돼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 기아차, 쌍용차, 르노삼성, 한국지엠 등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아직 관련 사업에 진출하지 않고 있다. 롯데렌탈의 그린카와 SK가 투자에 참여한 쏘카 등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대기업 총수 중에서는 롯데그룹의 신동빈 회장과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공유경제에 관심이 많다. 향후 두 사람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한편, 카셰어링은 소비자가 원할 때 필요한 만큼 차량을 빌려 타는 렌터카 서비스 개념이다. 그린카와 쏘카 등이 해당된다. 반면 카헤일링은 이동을 원하는 소비자와 이동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를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모빌리티 서비스를 말한다. 우버와 카카오택시 등이 해당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