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 수순에 돌입하면서 은행들에게 '충당금' 폭탄이 떨어질 태세다. 당장 추가로 쌓아야 하는 충당금만 2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등 특수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권의 조선업에 대한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70조에 달한다는 데 있다.
조선·해운업의 연쇄 구조조정이 자칫 금융권 전체의 위기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이는 대목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조선업계 빅3의 은행권 채무만 55조원에 이른다. 대우조선해양은 은행빚만 23조로 지난 3년 간 기업 운영 과정에서 은행 이자도 마련하지 못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역시 은행권 여신이 각각 17조4000억원과 14조4000억원이다.
여기에 현대삼호중공업은 5조1000억원, 현대미포조선 4조4000억원, STX조선해양도 5조5000억원에 이르는 채무가 있다.
이들 중견 조선사 1곳 당 은행권 대출 규모는 자율협약을 추진중인 현대상선, 한진해운의 익스포저의 2배가 넘는다. 해운사들의 익스포저는 2조원대이다.
이르면 이달 말 STX조선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은행권은 당장 약 3조의 충당금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
은행들은 조선사에 대한 여신을 대부분 정상으로 분류해 놨다. 여신 건전성 분류 5단계는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나뉘는데 언제든 요주의나 고정이하로 떨어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등급을 낮출 경우 거액의 충당금을 쌓아야 해 실적악화는 불가피 하다. 정상으로 분류된 여신은 충당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지만 요주의로 분류하면 곧바로 대출 자신의 7~19%를 쌓아야 한다. 고정은 20~49%, 회수의문은 50~99%, 추정손실은 100%다.
대우조선해양을 정상에서 요주의로 한 단계 낮출 경우에만도 은행권은 1조6000억~4조3000억원의 충당금이 필요해진다.
이밖에도 부실이 심화되고 있는 SPP조선과 성동조선해양 등도 은행들에 충당금 부담을 안길 전망이다.
은행권은 2분기부터 조선, 해운업에 관한 충당금을 큰 폭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내달 정부의 구조조정 재원 방안이 확정되면 구조조정에 더욱 가속도가 붙는 만큼 허리띠를 졸라매서라도 충당금을 쌓아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