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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조선·해운업계 구조조정으로 '부촌(富村)' 울산에 칼바람이 불고 있지만, 현대차 노조와는 무관한 듯하다. 공동교섭이라는 터무니 없는 카드로 사측을 압박하며 산업계 전반에 불어닥친 한파를 무색케 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은 27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에서 공동교섭을 요구하며 대규모 상경투쟁을 벌였다.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와 기업이 눈물의 구조조정 칼을 빼 든 상황에서도 현대차 노조는 현대차그룹사 공동교섭이라는 억지 요구를 펼치며 일손을 놓고 있다.
이날 현대차 노조는 "5차례에 걸친 공동교섭 요구를 사측이 묵살한 데 대해 분노했다"며 "공동교섭 성사를 위해 본격 투쟁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측은 "회사별 근로조건이 서로 달라 공동교섭은 불가능하다"며 "노조의 공동교섭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현대차 노조의 대규모 집회는 정당성마저 잃고 있다. 조선·해운업계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 노조가 격렬한 시위를 벌인 이날 STX조선은 법정관리 신청에 들어갔다. 누군가 직장을 잃을 때 이들은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하며 자신들의 직장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자동차, 철강, 철도 산업발전 미래전략위원회 구성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총주식 배당금 중 최소 20% 이상 사회연대기금 출연 △계열사 구조조정 및 매각 금지 △노동시간 연 1800시간(주 52시간 이하)로 단축 △정기상여금 및 정기적·일률적 복리후생비 통상임금에 포함 △계열사 노동조합에 노조활동 보장 및 개입금지 △산별교섭 참여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 같은 요구는 회사 고유의 권리인 인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특히 승진 거부권과 해고자 원직 복직 요구 등은 임금협상과도 무관하다. -
여기에 현대차 노조는 이미 세계 1위의 자동차 회사인 토요타보다 낮은 강도로 일하면서도 높은 월급을 받고 있다. 업무강도를 알 수 있는 차 1대당 제작시간을 보면 2014년 기준 현대차는 26.8시간이지만, 토요타는 24.1시간을 기록했다. 평균 연봉도 지난해 업계 최고 수준인 평균 9500만원을 받았다. 토요타(8585만원)보다 높은 금액이다.
회사가 고속성장을 이어가고 있다면 임금인상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이 6.0%로 떨어지며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판매대수도 암울하다. 지난 4월 국내 판매 5만9465대, 해외 35만3161대로 전년 동월 대비 5.5%나 하락했다. 국내는 무려 5.7%로 감소하며 싼타페를 제외한 전 차종이 마이너스 성장하는 부진을 겪었다. 수출 역시 전년 동월보다 18.9%나 하락한 9만500대에 그쳤다. 그나마 해외 생산만 0.2% 소폭 늘었다.
노조 측은 "회사가 실적 악화를 핑계로 조합원의 위기의식을 강조하려 한다"며 "공동교섭을 통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투쟁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특히 6월 말과 7월 초에 집중적인 집결투쟁을 벌이자며 분위기를 선동하고 있다.
노조 측은 "그룹사 공동투쟁이 성사되면 예전에 없던 강력한 투쟁이 본격화될 것이고, 현대차그룹도 버티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