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달리 별도 통로 아닌 로비로 입장…"그룹 총수로서 위상 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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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앞줄 왼쪽부터 반시계 방향= 과학상 김명식 박사 부부,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황교안 국무총리, 호암재단 손병두 이사장, 예술상 황동규 시인 부부, 공학상 오준호 박사 부부, 의학상 래리 곽 박사 부부, 조순실 공동대표, 사회봉사상 김현수. ⓒ삼성그룹.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한국판 '카네기상' 혹은 '록펠러상'으로 평가받는 호암상 시상식에 참석했다.
지난해 별도 통로를 이용해 행사장으로 조용히 들어갔었던 모습과 달리, 올해는 장사진을 친 사진기자들을 뚫고 당당하게 로비를 통해 입장했다.
사실상 그룹 총수로서의 위상을 재확인시키기 위한 행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1일 오후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제26회 호암상 시상식장을 찾았다. 덩달아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을 포함해 주요 계열사 경영진들이 총출동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오세정 국회의원, 성낙인 서울대 총장, 김용학 연세대 총장, 염재호 고려대 총장 등 각계 주요 인사 550여 명도 행사에 참석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부인인 홍라희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이날 모두 시상식에 불참했지만 오후 6시부터 시작되는 음악회에는 나란히 등장할 예정이다.
검은색 정장을 차려입은 이 부회장은 이날 시상식이 열리기 20여분 전에 도착했다. 이후 무대 정면의 첫 번째 줄 가운데에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과 나란히 앉아 1시간가량 진행된 시상식을 끝까지 지켜봤다.
시상식 직전에 행사장을 찾았던 지난해와 달리 여유 있게 입장해 행사 참석자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이 부회장은 별도의 축사나 수상자에 대한 격려사를 내놓지 않았다. 호암상 시상식의 주인공이 수상자들이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말을 아낀 것이다.
다만 삼성을 대표해 참석한 만큼 수상자들과 기념 촬영을 진행하는 등 행사 전반을 이끌었다.
그동안은 이건희 회장이 행사를 해마다 직접 챙겨왔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이재용 부회장이 맡고 있다.
호암상 심사위원에는 댄 셰흐트만 교수 등 노벨상 수상자 2명이 포함됐다. 스벤 리딘 교수 등 노벨위원 2명을 비롯해 해외 석학 6명도 검증 작업에 동참했다.
아울러 모두 38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가 업적을 검토하고 37명의 해외석학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현장을 실사했다.
올해 호암상 수상자는 모두 6명이다. ▲과학상 김명식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 교수 ▲공학상 오준호 KAIST 교수 ▲의학상 래리곽 미국 시티오브호프 병원 교수 ▲예술상 황동규 시인(서울대 명예교수) ▲사회봉사상 김현·조순실 부부(들꽃청소년세상 공동대표) 등이다.
이들은 순금 50돈 메달과 상금 3억원씩을 각각 받았다.
이 부회장은 시상식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음악회가 열리는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삼성전자 인재개발원 컨서트홀로 향했다.
음악회는 지난해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피아노 독주, 백주영 서울대 교수가 이끄는 '앙상블 오푸스'의 현악 4중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인 안숙선씨의 판소리 공연으로 구성됐다.
호암상 시상식은 호암재단이 주관한다. 이 상은 1990년 삼성 창업주인 호암 이병철 선대회장의 경영철학을 후대에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병철 선대회장은 회사 안팎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 '반도체 신화'를 이뤄냈다. 그는 한국의 초고속 경제 성장과 국가경제 체질 개선에 일등공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석유왕' 록펠러와 '철강왕' 카네기는 지금의 미국을 만든 인물로 불리고 있다. 오늘의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운 이병철 선대회장과 비슷한 족적을 남긴 셈이다.
록펠러상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예술가들에게, 카네기상은 문학가들에게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