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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렁에 빠진 농협은행이 특단의 대책을 내놓기 위해 비경경영 대책반을 가동키로 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7일부터 내달 29일까지 재무전문가 25명으로 구성된 경영혁신TF를 운영할 예정이다.
TF 총괄은 신응환 NH농협카드 분사장이 맡고 은행 재무관리단장이 팀장직을 수행한다.
신응환 분사장은 향후 TF 활동 계획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대응방안을 수립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지만 “현재 조선·해운사들이 자구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은행에서도 이에 대한 자구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어 TF를 가동하게 됐다”고 말했다.
즉, 급한 불을 끄기 위해 두 달 동안 묘수찾기에 나선다는 뜻이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수 천억원에 이르는 충당금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다.
농협은행은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670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쌓아야 한다.
또 아직까진 대우조선해양 여신이 정상으로 분류돼 있지만 향후 요주의로 하향 조정할 경우 최소 710억원에서 최대 2680억원까지 충당금을 더 수혈해야 한다.
두 회사에 대한 충당금 규모만 약 9000억원 이상 되는 만큼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린 것이다.
농협은행은 올해 1분기 3328억원의 충당금을 쌓은 탓에 15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데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농협은행은 STX조선 등 조선·해운사에 대한 충당금 때문에 2분기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자본 확보가 시급한 만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이 손쉽게 충당금을 확보하기 위해선 농협금융지주로부터 증자를 받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농협금융지주 역시 자회사 증자를 위해선 대주주인 농협중앙회 결정이 필요하다.
농협금융지주는 중앙회 측에 코코본드 발행으로 농협은행에 출자하겠단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코코본드 발행 문제 역시 농협금융지주회사가 상장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퇴로가 막힌 상황이다.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의 코코본드 발행 규정은 ‘사채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금융지주사만 발행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쉽게 말해 비상장사인 농협금융지주는 발행 대상이 아니란 것이다.
일각에선 농협중앙회에 납부하는 브랜드사용료 감면도 필요하단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지난 1일 열린 정례회의에서 금융계열사들이 내는 명칭사용료를 깎아주지 않겠다라며 선을 그었다.
결국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현재 상황을 탈출하기 위해 선택한 사람이 신응환 NH농협카드 분사장이란 말이다.
신응환 분사장은 삼성 구조본 재무팀 출신의 재무통이다. 1981년 제일모직으로 입사해 삼성생명 재무팀, 삼성카드 구조조정 본부 재무팀, 경영지원 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2014년 NH농협카드 사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외부출신으론 드물게 농협금융지주에서 올 초 연임에 성공하며 신임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