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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수주잔량 세계 4위였던 STX조선해양이 올해 조선업계의 첫 법정관리 대상이 될 전망이다.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NH농협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은 25일 오전부터 회의를 열고 STX의 법정관리를 논의했다.
산업은행은 등 채권단은 "외부 전문기관의 진단 결과 유동성 부족이 심화돼 5월 말 부도 발생이 불가피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이달 말까지 STX의 법정관리 신청 등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채권단은 2013년 공동관리 이후 4조원 이상을 쏟아부었지만 STX는 2013년 1조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도 손실액이 3000억원을 넘었다.
채권단은 "자율협약을 통해 단계적인 금융 지원과 함께 내부 구조조정을 진행했으나 조선 경기 침체 장기화, 원가 구조 취약, 우발채무 등으로 자율협약 지속이 곤란한 상황이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특히 잔여 선박을 정상적으로 건조해 인도금을 수취하더라도 추가적으로 건조자금이 7000억원에서 1조2000억원가량 필요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신규 수주가 없고 급격하게 건조 물량이 감소할 경우 부족자금 규모 확대는 물론 정상 건조가 불가능한 상황도 우려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해외 선주사의 손해배상 청구 관련 가압류 및 국내 집행을 추진함에 따라 공정 중단 가능성까지 있다고 봤다. -
◇ 채권단, 추가자금 지원할 명분·실익無
채권단은 "추가자금을 지원, 자율협약을 지속할 경제적 명분과 실익이 없고 회사도 회생절차 신청이 불가피하다"고도 했다.
이미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음에도 회사의 경영이 더욱 악화되는 상황인 만큼 남은 방법은 법정관리 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인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은 올상반기 중 추가 신규자금 없이 기결의 미집행분을 활용해 기수주 선박을 건조, 인도하는데 활용해 채권단의 익스포저를 3000억 축소했다.
또 지난해 12월 이후에도 3400억원을 지원해 17척을 인도해 RG 6000억원을 회수했다.
하지만 신규 수주가 없는 데다가, 부족자금 연달아 증가했다. 또 해외 선주사의 가압류 등 조선사로서의 계속기업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1조원대에 이르는 부족자금을 추가 지원할 명분도 여력도 없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부족자금을 지원할 경우 채권단의 익스포저가 크게 증가할 뿐만 아니라 상환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고 강조했다. -
◇ 채권단, 5월 말까지 회생절차 전환 논의
채권단은 우선 5월말까지 채권단 협의회 논의를 거쳐 회생절차 전환 등 방안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채권단은 협약 채권자 외에 모든 채권자의 형평성 있는 채무재조정과 해외 선주사의 손해배상채권 등 우발채무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회생절차를 통한 법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봤다.
법원의 회생절차가 결정되면 채권단은 손실 최소화 및 회사의 정상 가동을 위해 현재 건조 중인 선박(총 52척)의 정상 건조를 최우선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공정율이 높은 인도 임박 호선에 제반 자원을 집중 투입하여 건조 및 인도 추진함으로써 정상적인 야드 운영을 꾸리겠다는 것이다.
채권단은 또 여타 선박은 선주가 계약 해지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법원과 관리인이 현금흐름 및 손익상 유불리를 검토해 건조 지속, 건조지 이전, 계약 취소 등을 선택할 것으로 봤다.
STX조선해양의 관계사(STX중공업, STX엔진, (주)STX)는 정상화 방안에 따라 기존 지분 감자 및 채권단 출자전환 등이 완료됨에 따라 지분 관계가 단절된 상황이다.
다만, STX중공업은 STX조선해양 앞 매출 의존도가 높고 (주)STX는 STX조선해양이 건조 중인 선박에 대한 이행보증을 제공하고 있어 STX조선해양 회생절차시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여 채권단과 협의하에 처리방안을 신속히 수립할 예정이다.
고성조선해양은 STX조선해양과의 절연 및 분리 활용 방안을 검토 중으로, 해당 결과에 따라 회생절차를 포함한 처리방안을 결정을 앞두고 있다.
◇ 채권단 손실 '눈덩이'...당장 충당금 2조원이상 더 필요
STX의 법정관리에 따라 대출과 선수금환급보증(RG)까지 금융권의 손실은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RG를 포함해 3조원이고 농협은행이 1조3200억원, 수출입은행이 1조2200억원에 이른다.
RG는 조선사가 선박 건조계약 때 선박 건조에 문제가 생기면 금융회사에서 선수금을 대신 물어주기로 하는 보증계약이다. 즉 법정관리에 돌입에 따라 채권단은 선박 건조를 맡긴 선주들에게 1조원대의 선수금을 환급해줘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이들 은행들은 지금껏 STX에 대한 여신과 RG를 '고정'으로 분류해 절반수준의 충당금을 준비해 놨다. 산업은행 1조5000억원, 수출입은행 6000억원, 농협은행 6700억원 정도를 각각 충당금으로 쌓았다.
문제는 법정관리로 넘어가면서 여신건전성은 고정 이하로 떨어지게 된다. 여신 건전성은 위험성이 낮은 순서대로 정상→ 요주의→고정→회수 의문→추정 손실 등 5단계로 구분된다.
고정은 20~49%의 충당금을 쌓으면 되지만 '회수의문'은 50~99%, '추정손실'은 대출액의 100%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이에 따라 은행권이 추가로 마련해야 할 충당금이 2조8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역시 "STX조선해양을 비롯한 STX관계사의 동반 회생절차시 국내은행의 추가 손실은 2조원을 다소 상회하는 수준"이라 밝혔다.
특히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STX 외에도 조선·해운업종의 구조조정이 줄줄이 밀려 있는 가운데 충당금을 추가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떠안게 됐다. 이들 국책은행은 현재 현대상선, 한진해운, 한진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창명해운 등 5개사에 대한 익스포저만 따져봐도 20조원 수준이다.
자본확충이 시급한 국책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기준 자기자본비율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협은행 역시, STX를 위해 6520억원의 충당금을 추가로 마련해야 한다. 당장 농협중앙회, 금융지주, 은행 등의 간부 연봉의 일부를 반납하는 등 위기관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고 해해서 기업을 죽이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다른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