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 및 공해 우려에도 현장은 딴청
  • ▲ 울산석유화학단지 모습. ⓒ 사진 연합뉴스
    ▲ 울산석유화학단지 모습. ⓒ 사진 연합뉴스

    지난 6월5일, 충북 금산에서 불산이 유출돼 주민이 대피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가스폭발로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한지 불과 나흘만의 일이다.

국가 안전망 확립을 위해 국민안전처가 출범하고 범정부적인 혁신에 나선지 벌써 2년인데, 대한민국 사회 안전망의 현실은 아직 과거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산업현장의 안전 관리체계는 여전히 실적 위주의 관성을 이어나가고 있어, 사회적인 위험과 비용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웃 경쟁국 일본이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원자력발전을 대체하는 ‘수소 사회’를 천명하고, 수소 에너지의 다양한 활용에 경제역량을 집중하고 있는 지금, 국내 산업단지에서는 수소를 LPG 가스와 혼합해 연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차세대 수소 자동차의 상용화에 수소 폭발의 위험성이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가운데, 울산, 여수, 대산 등 일부 산업단지에서는 폭발성이 높은 수소에 불을 붙여 연소시키는, 위험천만한 일이 24시간 지속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 제출된 자료를 보면, 한국가스공사는 이런 ‘무작위 수소 연소’에 대한 위험을 경고했다. 한국가스공사는 일반 가스와 수소의 혼합비, 수소 연소 위험성에 대한 절대적인 관리 필요성을 보고서에서 지적했다. 그러나 산업현장에서는 가스연료와 수소의 무작위 혼합이 무분별하게 이뤄지고 있다.

일례로, 울산 석유화학단지 T산업의 경우 시간당 약 5,000루베(m³)의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수소 폭탄에 300~500루베의 압축 수소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잠재적인 위험도를 예측할 수 있다.

문제는 관계 실무자들이 국가기관의 지적에도 안전성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단 T산업 뿐 아니라 울산 지역의 3~4개 대기업 역시 수소를 혼합 연소하고 있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수소 혼합연료는 화염이 불안정해 공해물질 배출의 주범이 될 수 있다. 보고서는 수소 혼합연료가 설비 망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고의 메시지도 담고 있다.

최근 한국경제의 화두는 ‘구조개혁’이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 기술개발과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는 지금, 한국의 대기업은 고부가가치 미래 세대 에너지원인 수소를 연료로 불태워 사회적 위험을 증가시키고, 환경을 악화시키는 패착을 반복하고 있다.

국가연구기관이 공통적으로 수소 혼합연료 사용에 따른 폭발위험을 경고하고 있음에도, 산업현장에선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의 안전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올해 초, 북한은 수소폭탄으로 한반도 평화를 위협했으며, 3월에는 고속도로 휴게소의 수소 비행선 폭발 위험이 보도된 바 있다. 4월에는 경기도 파주시에서 수소가스 풍선 대북전단이 폭발, 3명의 군인이 화상을 입었다. 울산 산업단지에서 ‘수소폭탄 포비아’가 확산되고 있는 이유는 충분하다.

청정 에너지원인 수소에 대한 철저한 안전관리와 기업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다. 국가 안전의 가장 큰 적은, 안일한 현실인식과 인습(因習)임을 이제 깨달아야 한다.

이성호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