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창업공신들 보유지분, 진경준 검사장보다 적은 경우 많아
  • ▲ 넥슨 창업주이자 오너인 김정주 NXC 대표. ⓒ 사진 뉴시스
    ▲ 넥슨 창업주이자 오너인 김정주 NXC 대표. ⓒ 사진 뉴시스

    진경준 검사장의 ‘넥슨 비상장주식 특혜 매입 의혹’ 사건 수사가 정점을 향해 가면서, 온라인 게임업계의 신화로 자리 잡은 김정주 대표의 과거 행보가 주목 받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13일, 진경준 검사장과 같은 시기에 넥슨 비상장주식 1만주를 매입한 김상헌 네이버 대표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조만간 박성준 전 NXC(넥슨 지주회사) 감사도 불러 넥슨 비상장주식 매입 경위와 자금의 출처 등을 들여다 볼 계획이다.

검찰은 이들 3인방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들에게 ‘주식 대박’을 안겨준 김정주 넥슨 대표를 소환할 계획이다. 온라인 게임 하나로 세계 500대 부자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정주 대표와 엘리트 검사 사이의 뇌물 의혹사건은, 김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계기로 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 사건은 2005년 6월, 김정주 대표와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던 진경준-김상헌-박성준 등 3명이, 넥슨이 발행한 비상장주식을 각각 1만주주씩 매입하면서 시작됐다.

檢警의 수사와 정부공직자윤리위의 조사, 넥슨 측의 진술 등을 종합하면, 당시 진 검사장 등은 넥슨 해외지사장으로 있던 이모씨로부터 주식을 사들였다. 이 과정에서 넥슨은 진 검사장 등에게 각각 4억2,500만원을 주식 매입 자금으로 빌려줬다. 금전 대여는 무상(無償)으로 이뤄졌다. 넥슨은 이들에게 차용증도 받지 않았다.


  • ▲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넥슨코리아 사옥. ⓒ 사진 뉴시스
    ▲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넥슨코리아 사옥. ⓒ 사진 뉴시스

    ①내부 직원도 못 사던 금싸리기 주식...검사 친구에겐 매입자금 무상 대여

  • 일본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이던 넥슨의 주식은 말 그대로 알짜배기였다. 주식 및 게임시장 사정에 밝은 일부 프라이빗뱅커들은 자신의 고객들에게 넥슨 주식 매입을 적극 권유했다. 넥슨이 발행한 주식은 품귀현상을 빚었다. 외부 투자자는 물론이고 넥슨 직원들도 자신이 다니는 회사 주식을 살 수 없었다.

    그런 주식을 진 검사장 등은 손쉽게 샀다. 주식매입에 필요한 자금은 그 주식을 발행한 회사가 차용증도 받지 않고 무이자로 빌려줬다.

    파격적인 특혜로 넥슨 주식을 손에 넣은 진경준 검사장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팔아 126억원을 벌어들였다.

    10년 전 진 검사장이 넥슨 주식 매입을 위해 투자한 돈을 기준으로 할 때, 연 수익 300%라는 믿기 힘든 ‘주식 대박’을 터트린 것이다.

    불법 다단계 유사수신업소에서나 들을법한 시세차익을 현직 검사장이 얻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진경준 검사장과 김정주 NXC 대표 사이의 ‘특별한 관계’에 쏠렸다.

    진경준 검사장 등 3인방은, 넥슨의 창업자이자 오너인 김정주 대표와 학연으로 얽힌 절친한 사이였다.
    김정주-진경준-박성준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평소에도 친하게 어울렸으며, 김상헌 대표는 이들의 대학 선배였다.

    이들에 대한 넥슨 측의 석연치 않은 금전 대여가, 김정주 대표의 지시에 의한 것이란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의혹이 커지면서 서초동 검찰청사 주변에서는 김정주 대표가 속칭 ‘보험용 뇌물’을 진경준 검사장에게 준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흘러나오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은 소위 ‘잘 나가는’ 검사였다. 
    그의 이력은 화려하다. 서울대 사법학과 졸업, 美 하버드대 로스쿨 LLM, 30회 사법시험-33회 행정고시 합격, 금융정보분석원(FIU) 심사기획팀장,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그와 함께 주식 대박의 수혜를 입은 김상헌 네이버 대표도 서울지법 판사, 법무부 통상자문단 위원을 지낸 율사 출신이다. 그는 법복을 벗고 LG에 입사해 법무팀 부사장을 지낸 뒤, 네이버로 자리를 옮겼다. 
    진경준 검사장이 있었던 FIU는 기업의 ‘검은 돈’ 흐름을 지켜보는 ‘매의 눈’과 같은 역할을 한다. 정재계 비자금 수사의 핵심기관이 바로 이곳이다.

    진경준 검사장 등 3인방이 넥슨으로부터 파격적인 혜택을 받은 2005년은 김정주 대표가 넥슨의 경영일선에 등장한 시기와 일치한다.

    진경준 검사장 등 3인방과 김정주 대표 사이의 ‘관계’가 의심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관계를 바탕으로 2005년 6월 당시 주식매입 과정을 다시 보면, ‘특혜’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건 무리가 아니다.


    김정주 대표에 대한 엇갈린 평가...“합리적 오너” vs “게임 산업 생태계 훼손”

    진경준 검사장 등 3인방이 막대한 시세 차익을 챙겼다는 시실이 알려지면서, 김정주 대표의 과거 이력 및 행보에 대한 새로운 증언도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 등 3인방이 넥슨의 특혜를 받아 100억원이 넘는 뭉칫돈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게임업계에서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사회공헌에 열심인 은둔의 경영자’, ‘자회사 수익을 탐내지 않는 합리적 오너’ 등 김정주 대표에 대한 기존 언론의 수식어는 ‘찬양’ 일색이지만, 그의 과거 행적에 대한 게임업계 옛 동료들의 평가는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천재 게임개발자’라는 찬사의 뒷면엔, 경쟁자를 돈으로 인수해 몸집을 불린 ‘M&A의 달인’이란 달갑지 않은 평가가 꼬리표처럼 붙어있다.

    넥슨이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가치를 비약적으로 키웠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넥슨은 2004년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위젯 인수를 시작으로, 경쟁사들을 집어삼켰다.

    2005년 넥슨모바일, 2006년 두빅엔터테인먼트를 잇달아 인수한 넥슨은 2008년 ‘던전앤파이터’를 개발한 네오플의 경영권을 사들이는데 무려 4천억원 가까운 현금을 쏟아 부었다. 넥슨은 네오플 인수를 계기로 국내 게임업계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에도 넥슨은 경쟁사 인수를 멈추지 않았다. 넥슨은 2010년 상장사였던 게임하이(현 넥슨GT)와 엔도어즈를 자회사로 편입시키는데 성공했다.

    김정주 대표가 엔씨소프트의 경영권에 눈독을 들인 일화는 유명하다. 
    엔씨소프트는 넥슨과 함께 국내 게임업계를 양분하고 있는 상징적 기업이다. 넥슨은 2012년 6월 김택진 대표로부터 그가 보유하고 있는 엔씨 지분 14.68%를 사들였다. 김택진 대표는 지분을 팔아 손에 쥔 8,045억원으로, 미국 게임사인 일렉트로닉아츠(EA) 개발에 매달렸다. 

    상생을 위해 손을 잡은 것처럼 보였던 두 회사 사이의 결합은 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EA 경영권 인수가 실패하고, 두 회사가 공동 추진한 마비노기2, 메이플스토리2 개발마저 지지부진하면서, 두 회사 사이 감정의 골은 더 깊어졌다. 

    두 회사 사이의 갈등이 극에 달한 건 2014년 10월이었다. 당시 넥슨은 김택진 대표에게 사전 양해나 통보도 없이, 엔씨 지분 0.38%를 추가 인수했다. 넥슨은 지분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하면서, 엔씨 인수에 대한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 사건으로 엔씨는 발칵 뒤집혔다. 

    넥슨은 지난해 10월 엔씨 보유 지분 전량을 시장에 팔았다. 당시 게임업계에서는 엔씨가 백기사로 등장한 넷마블과 주식스왑을 통해 경영권을 지키는데 성공하자, 넥슨이 엔씨의 지분을 더 이상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손을 뗀 것으로 봤다. 

    이 사건을 계기로 업계에서는, 김정주 대표가 게임산업의 생태계를 무너트린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③‘넥슨 신화’ 일군 게임개발자들 줄줄이 떠나...“옛 동료에 인색” 평가도

    김정주 대표가 자신의 동료들을 홀대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진경준-김상헌 등 전현직 권력기관 출신들에겐 ‘주식 대박’의 기회를 안겨주지만, 정작 자신과 동고동락한 동지들에겐 인색하다는 것이다.

    이런 부정적 의견은 2011년 12월, 넥슨이 일본 증시 상장 전에 작성한 보고서의 내용이 공개되면서 힘을 얻고 있다.

    ‘신규 상장 신청을 위한 유가증권보고서’라는 이름이 붙은 이 문건 속 주주 명단을 보면, 진경준, 김상헌, 박성준은 각각 85만3,700주, 0.23%의 주식을 갖고 있었다.

    앞서 넥슨은 2006년 11월 도쿄 증시 상장을 추진하면서 넥슨과 넥슨재팬 주식을 1대 0.85의 비율로 교환하고, 액면분할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진 검사장 등 3인이 보유한 주식은 각 1만주에서 85만주로 늘어났다.

    같은 보고서에는 넥슨의 주식을 보유한 주요 주주들의 명단이 포함돼 있다. 
    주주명단에 이름을 올린 개인은 모두 39명.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오늘의 넥슨을 만든 창업공신이자, 한국의 게임산업을 일군 선구자들이었다.

    창업주인 김정주 대표와 함께 게임 벤처의 신화를 만든 이들이 갖고 있는 보유지분은 초라하다.

    한때 국민 게임으로 불렸던 ‘카트라이더’ 개발자 정영석의 보유지분은 진경준 등 3인방과 별 차이가 없는 0.28%, 넥슨코리아 대표를 지낸 권준모의 지분은 0.18%, 김미정 NXC 이사의 지분은 0.15%, 조성원 당시 넥슨코리아 퍼블리싱본부장의 지분은 0.14%였다. 박지원 운영본부장(현 넥슨코리아 대표)의 보유지분은 불과 0.12%였다.

    넥슨 신화를 만든 게임개발자들의 보유지분이 진경준-김상헌-박성준 3인방이 보유한 그것보다 더 낮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 ▲ 김정주 대표가 펴낸 '플레이' 표지. ⓒ 사진 뉴시스
    ▲ 김정주 대표가 펴낸 '플레이' 표지. ⓒ 사진 뉴시스

    김정주 대표가 자서전 성격으로 펴낸 저서 ‘플레이’를 보면, 2004년 김정주 대표는 형제나 다름없던 정상원과 결별한다.

  • 당시 넥슨 대표를 맡고 있던 정상원은 직원들이 의지하던 맏형이자 넥슨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1세대 게임개발자였다.

    정상원이 회사를 떠나면서 넥슨 창업공신들이 잇따라 회사를 등졌다. 이 책은 당시 상황을 김정주 대표의 시각에서 정리하고 있다. 김정주 대표가 큰 그림을 그렸던 반면 게임개발자들은 조기 상장을 통해 보상을 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게임업계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다른 말을 하고 있다. 넥슨을 만든 게임개발자들이 회사를 떠난 이면에는, 김정주 대표에 대한 실망감이 놓여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넥슨재팬의 연례 주주총회 자료를 보면, 김정주 대표의 보유지분은 62.89%다.

    4월29일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2016년 한국의 50대 부자’를 발표했다. 
    기사를 보면 지난해에 비해 재산이 가장 많이 늘어난 부자는 김정주 대표다. 그의 올해 재산은 41억 달러. 지난해보다 11억7,590만 달러(한화 1조3,420억원)가 늘었다. 순위도 지난해보다 2단계 높은 4위를 차지했다.

    김정주 대표와 경영권 다툼을 벌였던 김택진 엔씨 대표는 29위, NHN 엔터테인먼트의 이준호 의장은 41위에 각각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 선정 ‘한국의 50대 부자’는 보유 주식과 지분가액을 기준으로 한다. 올해는 각 인물이 소유한 주식가치와 최근 3년간의 배당금만으로 순위를 매겼다. 부동산과 주식 이외 금융자산은 반영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