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글로벌 시장 대응 위해 2012년 김택진 대표 주식 매입하며 1대주주로 올라 "시너지 못내고, 경영권 분쟁만"
  • ▲ 김택진 엔씨 대표와 넥슨 지주회사 김정주 대표..
    ▲ 김택진 엔씨 대표와 넥슨 지주회사 김정주 대표..


넥슨이 보유한 엔씨소프트의 지분 전량을 매각하면서 두 회사간 지분관계에 종지부를 찍었다. 당초 양사는 세계 시장에서의 성장을 꾀한다는 목적으로 두손을 맞잡았으나 결국 파국을 맞았다. 

16일 넥슨은 일본 증권거래소에 엔씨소프트 보유 주식 33억6897주(15.08%) 전량을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했다고 공시했다. 

주당 처분가격은 18만3000원이며 총 처분금액은 6051억여 원(634억엔)이다.

주관사 모건스탠리는 전날 오후 7시까지 투자자 주식 매수 신청을 받아 이날 장 시작 전에 블록딜을 완료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전날 종가 19만6500원 대비 3.3~8.4%의 할인율이 적용된 가격으로 제시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해당 주식 중 44만주를 805억원에 매입했다. 이에 따라 김 대표의 지분율은 기존 10%에서 11.98%로 약 2% 포인트 가량 높아졌다. 보유 주식수는 218만8000주에서 262만8000주로 늘었다. 

최대주주 넥슨이 지분 전량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엔씨소프트와의 사전 논의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색깔 달라도 '협력'하려 했으나 결국 못 섞여"

넥슨과 엔씨의 지분관계는 2012년 6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의 생존'을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넥슨은 엔씨의 창업주인 김택진 대표로부터 총 321만8091주(당시 14.7%)를 매입했다. 김 대표는 엔씨 지분 24.69%을 보유, 1대 주주였다. 

그러나 김 대표는 당시 종가인 26만8000원 보다 낮은 25만원에 매각했고, 넥슨은 총 8045억원을 들여 엔씨 1대 주주 자리로 올라서게 됐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지분 9.99%로 넥슨에 이은 2대 주주로 물러났다. 

당시 김 대표는 이메일을 통헤 임직원 들에게 "각 사의 색깔이 있지만 글로벌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힘을 합쳐 나가야 하는 만큼, 서로의 장점을 가지고 글로벌 파고를 넘어가고자 한다"며 "이러한 길을 걸어가는 데 함께할 친구 같은 회사가 생겼다"고 전했다. 
 
하지만 양사는 미국 유명 게임업체 EA(일렉트로닉아츠)의 공동 인수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시너지를 위해 시도한 '마비노기2 아레나' 공동 개발 마저도 지난해 1월을 기점으로 중단됐다. 

이외에도 여러 시도가 있었다고 하나, 그에 대한 결과로 나온 것은 없다. 

◆'투자에서 경영참여'로···분쟁으로 사이 갈라져

그러다 지난 1월 27일 오후, 넥슨은 공시를 통해 엔씨의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한다고 밝혔다. 

관련 법률에 따라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정지 이사회 등 회사의 기관과 관련된 정관의 변경 회사 자본금 변경 회사 배당 결정 회사 합병 분할과 분할합병 등의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발표했다. 

엔씨는 넥슨의 이번 공시에 대해 '유감'이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단순 투자목적이라는 약속을 불과 3개월만에 뒤집었다는 이유에서다.

넥슨 입장에서는 2012년 지분 인수 이후 엔씨 주가가 요동치면서 같은해 말 주가가 15만원 전후로 떨어졌던 위기를 겪은데다 협업 결과가 나오지 않자, 2013년 10월 최대주주로서 투자기업의 가치제고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엔씨 지분 0.4%를 추가로 장내 매입, 15.08%로 늘리는 노력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맞섰다. 

3년가까이 투자한 금액에 대한 기회비용을 거두지 못한데다, 떨어진 엔씨 주가는 매입 당시만큼 쉬이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넥슨 측은 "그동안 엔씨와의 신뢰 관계 속에 수차례 대화를 요청했지만 쉽지 않았다"면서 "갈수록 게임시장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함께 조율하며 새로운 협업 모델을 만들어 보자는 의미로 '경영참여' 공시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무산됐다. 엔씨는 국내 모바일 게임업계 1위인 '넷마블게임즈'와 주식 맞교환을 단행했다. 지난 2월 엔씨는 넷마블게임즈 주식 2만9214주(지분율 9.8%)를 3802억6490만원에 취득했으며 넷마블에는 자기주식195만주를 주당 20만573원, 총 3911억1735만원에 넘겼다.

그렇게 9개월 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온 양사는 넥슨의 이번 보유주 전량 매각을 통해 청산하게 됐다. 넥슨이 마지막 카드로 꺼내든 경영 참여 마저 못하게 된 만큼, 엔씨소프트의 지분은 실익이 업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넥슨이 매각하는 엔씨의 주당 처분 금액이 매입 당시보다는 낮지만, 손해보는 것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원화 가치는 하락했으나 엔화 가치로는 손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넥슨이 일본 상장사인 만큼, 엔씨 지분 인수 당시 엔화를 기반으로 했으며 현재 엔저 현상으로 인해 되려 이득을 보게 됐다. 

넥슨에 따르면 오히려 약 60억엔(한화 567억6000억원) 정도 이익이 남는다. 

이와 관련, 넥슨은 "애초 협업을 위한 것이었지 금전적 이익을 바라고 진행한 것이 아니"었다며 "지금 상태로는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 하에 결정하게 된 일"이라고 말했다. 

엔씨소프트는 "넥슨의 의견을 존중한다"며 말을 아꼈다.

한편, 업계는 넥슨이 내놓은 엔씨소프트 주식에 대한 매입 주체는 다음주 쯤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분 5% 이상을 취득한 개인이나 법인은 영업일 기준 5일 안에 공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