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3월 선제 적용 후 1년간 나 몰라라… 지난해 시중금리와 0.7%P 차이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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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정부의 세금 징수가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정부가 부동산 임대보증금에 대해 부과하는 부가가치세(간주임대료)의 적용 이자율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저금리 상황에서는 세금 징수로 체감 금리가 마이너스(-)를 보일 수밖에 없어 괴리감을 좁힐 수 있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거둔 국세 수입은 96조9000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78조8000억원보다 18조1000억원이 더 걷혔다.
세목별로 보면 법인세가 23조5000억원, 부가가치세는 30조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5조6000억원과 5조5000억원 증가했다. 소득세는 부동산 거래 활성화 등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3조9000억원 늘어난 21조원이 걷혔다. 세금 징수가 호조를 보인 셈이다.
하지만 소득세와 관련해 저금리 기조 속에 일부 항목의 세율이 과다 책정됐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정부가 부동산 임대보증금에 대해 부과하는 간주임대료 이자율이 대표적이다. 간주임대료는 임대보증금을 은행에 예금한다고 가정하고 이때 발생하는 이자수입에 대해 부가가치세를 매기는 것이다.
이자율은 기재부가 매년 3월께 부가가치세법 시행규칙을 개정해 발표한다. 통상적으로 시중은행 정기예금의 평균을 적용한다는 게 기재부 설명이다.
간주임대료 이자율은 2014년 2.9%, 지난해 2.5%, 올해 1.8%로 각각 조정됐다. 최근의 저금리 기조를 반영해 이자율을 낮췄다.
그러나 이자율 손질이 매년 3월쯤 선행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이후 발생하는 추가 금리 인하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부가가치세 신고 등을 위해 간주임대료 이율을 미리 정할 필요가 있다지만, 절차가 복잡해진다는 이유로 추후 수정·보완 작업이 이뤄지지 않다 보니 납세자가 피해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가령 A씨가 지난해 상가를 임대하며 보증금 1억원과 월세 200만원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A씨의 연간 수입금액은 총 2650만원이 된다. 임대료 수입 2400만원과 이자율 2.5%를 적용한 간주임대료 250만원을 더한 금액이다. A씨가 지난달 말 종합소득세를 신고했다면 A씨는 2650만원을 기준으로 경비를 계산해야 한다.
간주임대료 이자율을 올해 기준인 1.8%로 적용하면 A씨가 종합소득세를 신고할 때 기준이 되는 수입금액은 2580만원으로 70만원이 줄어들게 된다. 보증금액이 많아질수록 간주임대료 적용 이율에 따른 수입금액 차이도 벌어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3월부터 2.0%에서 1.75%로, 6월부터 1.50%로 연거푸 인하됐다. 이에 따라 시중은행 예금금리를 나타내는 신규취급액 코픽스(COFIX)도 1월 2.16%에서 12월 1.66%로 떨어졌다. 연평균 시중은행 예금금리는 1.77%를 보였지만, 기재부가 정한 간주임대료 이자율은 2.5%로 0.73%포인트 차이가 났다. 이미 신고한 부가가치세 환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이듬해 종합소득세를 낼 때 간주임대료 이율을 현실화해 납세자 손해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기재부와 국세청은 간주임대료의 과세표준과 현실의 간극을 좁히는 데 미온적이다. 금리가 거꾸로 오를 경우에 대해 형평성 문제를 거론하는 견해도 있다. 부가가치세가 소득세와 연동돼 있는 상황에서 부가세 환급과 재신고로 말미암아 세무행정 절차만 더 복잡하게 꼬일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한다.